사랑의 말이 아니라면 차라리 침묵을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조던 스콧 (지은이), 시드니 스미스 (그림)

by 여행하는 그리니
k402737059_1.jpg



우리는 말(언어)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며 살아간다. 나의 생각을 말로 타인에게 전달하고 타인의 생각을 말로 전달받는다. 타인에게 전달하기까지 스스로 하는 그 생각, 즉 나 자신과의 소통도 말로 이루어진다. 생각의 도구인 언어가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흐르고 있다.


언어는 원래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도구이다. 언어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달도 달이 아니고 까마귀도 까마귀가 아니며 소나무도 소나무가 아니었다. 모든 것의 이름은 인간이 자의적으로 붙인 말일뿐이다. 달은 자신이 달인 지 까마귀는 자신이 까마귀인지 소나무는 자신이 소나무인지 알지 못한다. 우리가 그렇게 이름 붙이고 그렇게 부를 뿐.


우리는 언어를 만들었지만 정작 우리가 만든 언어에 속박당하기도 한다.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 이름 붙이고 정의 내리고, 말을 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말 뒤에 숨은 진짜 '그것'에 대해서는 잊고 살아간다. 사과는 사과이고, 나는 나이며, 너는 너이다. 세상을 이름 붙여진 대로 언어가 규정한 대로 흘러가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름 붙여진 모든 것은 만들어진 허상일 뿐 진짜 그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름 붙여질 수도 말로 이야기할 수도 글로 쓸 수도 없다.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그냥 '그것'일뿐이다.


우리는 '말'에 속아 정작 말 뒤에 숨은 진짜 그것을 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상대가 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논리적으로 따지고, 그 말이 나를 기분 좋게 하는 말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이고 그 말이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말이라면 불만을 드러내며 틀린 말이라고 따진다. 껍데기뿐인 말로 상대와 소통을 하며 살아간다. '말'이라는 껍데기에 눈이 가려 진짜 중요한 것은 잊어버리고 상대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말은 우리를 기쁘게 하기도 하고 지치게 하기도 하며 힘들게 하기도 한다. 말로 누군가와 또는 자신과 진정한 소통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생각마저 든다. 특히 상대와 껍데기뿐인 말을 주고받을 때는 더욱 힘이 든다. 열 마디 말 대신 그냥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침묵하는 것. 백 마디 말 대신 그냥 자신을 가만히 돌멩이처럼 침묵시키는 것이 좋을 때가 더 많다.


내가 욕심과 아집, 이기심과 증오, 판단과 논리, 이성과 감정, 그 모든 것들이 뒤범벅된 어지러운 말 대신 그냥 침묵하기를 바란다. 돌멩이처럼 조용히. 그러나 말을 해야 한다면 강물처럼 말하기를 바란다. 소용돌이치고 물거품을 일으키고 굽이치고 부딪치는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말들이 되기를 바란다. 소용돌이치고 물거품을 일으키고 굽이치고 부딪치지만 그 어디에도 해를 끼치거나 상처를 주는 일 없이 자신의 길을 흘러가는 강물처럼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상처를 주는 일 없이 말하기를 바란다.

신중하게 그러나 자연스럽게, 끊임없이 당당하게 흘러 바다로 가는 강물처럼 나의 모든 말들이 흘러 흘러 사랑이라는 바다에 도달하기를 바란다. 내가 말하는 이유, 그것은 세상에 사랑을 주고, 삶을 사랑으로 살기 위함을 기억하자. 사랑의 말이 아니라면 차라리 침묵을 선택하자.


아름다운 말들이 강물처럼 흘러 사랑이라는 바닷가에 이르기를.

해를 끼치는 말이 아니라 강물처럼 진실하고 아름다운 말을 하기를.

말보다는 침묵으로 삶을 껴안기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