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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수집가 Aug 19. 2022

제주도 숲 여행을 떠나자 -1-

내가 하고 싶은 제주 여행 버킷리스트

비행기가 활주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한다. 조금씩 지상에서 바퀴를 뗀다. 완전히 몸체가 육지에서 떨어지고 하늘로 날아간다. 창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불빛들. 저녁이나 밤에 이륙하는 비행기에서 보이는 창밖 풍경은 너무나 근사하다. 마치 스노우볼 유리구 안의 미니어처 세계처럼 반짝반짝 아릅답다.


제주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 안 종이와 펜을 꺼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제주도 여행 버킷리스트를 썼다.


1.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깨어있음의 여행

걷고 숨쉬고 먹고 보는 등 모든 행위를 깨어있는 마음으로 현재에 집중하는 여행을 하고 싶다. 숲길을 걸을 때는 목적지에 가는 것을 생각하느라 마음이 자꾸 미래로 달아나는 것을 경계한다. 제주 숲길과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트의 향기, 발에 닿는 흙의 감촉, 제주의 공기가 빚어내는 습습한 대기의 느낌, 귓가에 들리는 새소리, 뺨에 불어오는 살랑바람, 여름의 냄새.... 오감을 열고 깨어있는 마음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도 허겁지겁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온 감각을 깨워 마음챙김하며 공손한 마음으로 먹는다. 이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거쳤을 수많은 사람과 자연의 수고와 노력들을 생각하며 한숟갈 한숟갈 정성스럽게 먹는다.


2. 지금 현재가 전부라고 여기는 여행

과거에 머무르거나 미래로 달아나지 않는다. 과거의 일을 곱씹거나 미래에 대한 계획들이 떠오르면 툭 내려놓고 놓아준다. 그리고 다시 현재의 호흡으로 돌아온다. 과거와 미래는 마음이 만든 조작된 환상일 뿐 실제가 아니다. 그것들에 마음을 빼앗겨 공연한 일에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이 전부다. 눈앞의 것에 집중한다.


3. 내맡기고 사랑하며 감사하는 여행

'나는 지금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온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여행에 모든 것을 내맡긴다. 여행중 일어나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감사한다. 건강하게 걸을 수 있음에, 볼 수 있음에, 먹을 수 있음에, 들을 수 있음에 모든 것에 감사하다. 내가 애쓰지 않아도 나의 살아있음을 완벽하게 책임지고 보살피고 있는 '그것'의 존재를 의식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여행을 즐긴다.


나는 이번 제주도 여행의 주제를 "깨어있음, 제주도 숲 여행" 이라고 정했다. 어떤 여행이 될지 나는 전혀 알 수 없다. 그래서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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