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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수집가 Aug 20. 2022

역시 제주의 여름은 숲이다 -2-

교래 삼다수 숲길 - 사춘기 소녀의 발그레한 얼굴처럼

오늘은 제주도 여행 둘째날. 어제는 밤 비행기를 타고와 씻고 바로 잠이 들었다. 첫 행선지는 삼다수 숲길이다. 삼다수 숲길은 <제주 걷기 여행> 이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정식 이름은 '제주시 교래리 삼다수 숲'이다. 이 곳은 2010년 '제 1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천년의 숲] 부문에서 아름다운 어울림상을 수상한 곳이라고 한다. 숲에도 아름다움을 매기는 대회가 있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숲은 상관하지 않고 푸른 잎을 하늘로 쑥쑥 뻗어 마음껏 자라고 있었다.


교래 삼다수 마을에서 과거에 사용되던 임도를 활용하여 조성한 숲길이다. 제주 조릿대 사이로 난 오솔길 주변 하천에 핀 야생화를 즐기며 걷다보면 숲의 말미에 삼나무 군락이 있어 마음까지 시원함을 느낄 수 있으며, 걷기 편한 숲길로 걷다보면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아늑함이 느껴지는 숲길이다.

숲길을 따라 있는 단풍나무, 털진달래, 산철쭉을 비롯한 다양한 수목들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분재형 수목들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신비로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 교래 삼다수 숲길 안내판


삼다수 숲길은 1코스 꽃길, 2코스 테우리길, 3코스 사농바치길(사냥꾼길)로 이루어져 있고 모든 코스를 걸으면 약 10km를 걷게 된다.


삼다수 숲에는 세가지 비밀이자 매력이 있다.

첫번째는 다양한 수목들이 코스마다 다르게 분포하고 있어 걸을 때마다 숲의 다양한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0km 가 넘는 길을 흥미롭게 걸을 수 있다.

두번째는 아는 사람이 적어 한산하다. 혼자 산을 통째로 빌린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나만의 비밀 숲을 거니는 특별한 느낌을 준다.

세번째는 야생적인 숲의 매력을 느끼면서 편안한 산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탐방로가 거의 평지와 야자 매트로 되어 있어 아늑하고 편안하게 트레킹(탐방)이 가능하다. 등산용 샌들도 가능하지만 중간중간 자갈이나 바위들이 있는 길이 있어 트레킹화나 등산화를 추천한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삼다수 숲길 안은 시원한 그늘이 계속되었다. 집 앞에 이런 숲이 있다면 매일매일 산책하고 싶을 정도이다.

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숲의 고요함에 완전히 머무르며 한가롭게 숲을 거닐 수 있었다.  햇살에 반짝이는 나무들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내는 소리가 없다면 숲이 여기 있는지 모를 정도로 고요하고 조용하며 얌전한 숲이다. 나서지 않고 드러내지 않으면서 조용히 소곤소곤 말을 걸어오는 아기자기한 숲. 마치 사춘기 소녀의 발그레한 뺨을 엿보는 느낌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어른이 되지 않을 것 같은 풋풋하고 어린 숲의 느낌이 좋다. 역시 제주의 여름은 숲이다. 가을엔 그리고 겨울엔 또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 다시 또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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