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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수집가 Jan 15. 2023

우도 올레길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

평생 걷는 사람, 기록하는 사람, 순간을 수집하는 사람

2023년 1월 8일 일요일


* 25,513보

* 18.28km 걸음

* 우도올레

* 점심 : 소섬전복 (전복뚝배기)



# 여행이란 모든 것을 처음 보듯이 처음 만나듯이 그렇게 경험하는 것

이번 일주일간의 제주 걷기 여행의 주제는 걷기였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면 기록하기. 매일 아침 호텔에서 그리고 걷기를 마치고 돌아와 침대에 앉아 일기를 썼다. 여행 중에 매일 일기를 쓰면 그날의 여행이 비교적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일기를 쓰기가 수월하다. 그리고 걸으면서 한 생각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더 깊이 파고들어 볼 수 있다. 걷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어떤 생각들은 쓸데없는 생각들이고, 어떤 생각들은 더 깊이 있게 파고들어 보고 싶은 생각들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은 글쓰기를 통해 나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단초가 된다. 


이번 여행에서 즐거웠고, 특별했던 경험들은 이런 것들이다.

1. 호텔에서 일기(여행기)를 쓴 것

2. <내가 사랑한 의자들>이란 시리즈로 사진을 찍은 것

3. 무인책방이나 독립서점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풍경을 바라본 것

4. 내가 살고 싶은 공간의 이미지와 비슷한 공간을 발견하고 가슴이 두근거렸던 것

5. 나만의 최애 올레길을 발견한 것

6. 나만의 최애 의자를 발견한 것

7. 바다를 원 없이 보며 걸은 것


그리고 내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즐기는지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글을 쓰는 것, 사진과 영상으로 아름다운 풍경의 한 순간을 기록하고 수집하는 것, 아름다운 자연 속을 걷는 것이다. 내 호흡을 찾아가며 걷는 순간 평혼함을 느낀다.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안에 나도 일부가 되어 소리, 공기, 시간, 풍경 등을 오감으로 느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 순간을 글과 사진, 영상으로 수집하고 기록하는 것이 재미있다.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하다.


오늘 걸었던 우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양이와 눈 마주쳤다 그 순간 까마귀가 한꺼번에 수십 마리가 날아올랐다 퍼져 고양이와 나 우리 둘 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던 순간이다. 이름 모르는 새처럼 고양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성, 판단, 계산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말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소박하게 이름 없이 조용하게 그러나 즐겁게 고양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자연을 벗하며 걷다 보면 나도 그 자연의 일부가 되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자연의 일부로 살고 싶다. 




평생 걷는 사람, 기록하는 사람, 순간을 수집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길가에 이름 모를 새처럼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 명성이나 이름을 얻기 위해 삶을 낭비하지 않고 영혼의 목소리에 따라 나만의 삶을 살고 싶다. 영혼, 마음의 목소리는 나에게 '생명'의 목소리이다. 걷다 보면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살아있음의 느낌이 나에게는 생명의 목소리다. 걷다 보면 그 생명의 자리, 영혼이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글을 쓰고, 영상을 찍고 기록을 하며 수집을 하는 행위는 나만의 방식으로 그 행위를 반추하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그러한 걷기와 반추를 시계추처럼 왕복한 특별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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