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비룡소 출판
슈렉의 엄마와 아빠는 못생겼다. 하지만 슈렉은 그 두 사람을 합친 것보다 더 못생겼다. 슈렉이 지나가기만 해도 꽃들은 구부러지고 나무들은 길을 비켜주며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마녀도 그 자리에서 얼어버릴 정도다. 어느 날 슈렉의 부모님은 아들을 세상으로 내보내야겠다 결정하고 슈렉을 발로 차 늪에서 내보내고 그렇게 슈렉의 모험기는 시작된다.
슈렉이 가는 곳마다 살아있는 것들은 뭐든지 달아난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슈렉은 슬퍼하고 비통해했냐고? 전혀! 그는 오히려 자기가 그렇게 메스꺼운 존재라는 것이 기분 좋고 행복하다. 이 이야기의 매력은 슈렉이 가진 이런 '특별함'에서 나온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예쁘거나 잘생기기를 원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그렇게 평가해 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를 가꾸고 꾸미고 인스타의 '좋아요'를 확인한다. 자신의 겉모습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나 의견을 들으면 기분 나빠하고 슬퍼한다. 그리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성형을 하거나 멋진 옷과 헤어스타일로 자신을 '관리'한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 슈렉은? 오히려 자신이 못생겼다는 것과 다른 이들이 달아날 정도라는 것을 기분 좋아한다. 그는 자신의 못생김과 개성을 사랑하는 것이다. 남들이 그것을 받아들여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아니 그에게는 사실 세상의 평가나 시선이 중요하지 않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좋아한다.
모험을 계속하던 슈렉은 중간에 번개와 천둥, 빗방울을 만난다. 역겹게 생긴 슈렉을 보고 번개와 천둥은 슈렉에게 본때를 보여주기로 하고 으르렁 거린다. 그러나 슈렉은 그 번갯불 마저 꿀꺽 삼켜버리고 트럼을 하고 헤벌 쩍 웃는다.
때로 사람들은 추하고 더럽거나 못생긴 것을 배척하거나 공격하고 심할 경우 탄압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것과 예쁜 것이 아니면 거부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다. 조금이라도 내 안의 어떤 것이 추하거나 못생긴 것이 있으면 그것을 미워하고 증오한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이 깨끗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결벽증 환자처럼 나의 모든 것이 완벽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슈렉은 그런 배척이나 공격에 대해 어떻게 하는가. 그냥 삼켜버린다. 말 그대로. '너는 너무 못생겼어'라는 공격에 전혀 신경 쓰거나 상처받기는 커녕 그것을 삼켜버린다.
나는 이 대목을 보고 너무나 통쾌했다. 자발적 왕따, 아니 자신의 못생김과 추함을 너무나 사랑하는 이 초록색 생명체가 세상의 의견 따위는 개나 주라지 하며 당당하게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대단해 보이기 시작했다.
슈렉의 사랑스럽고 대단한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인생에 위험한 일이 최대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경고문을 발견하면 바로 길을 돌려 편한 길, 안전한 길을 찾아 되돌아간다. 그러나 슈렉은? 이 자발적 왕따는 아무렇지 않게 곧장 걸어 들어가 용과 한바탕 싸움 아닌 싸움을 벌인다. 인생의 위험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제 발로 찾아 들어가는 모습이라니. 이런 건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 이쯤 되니 나는 슈렉이 존경스러워지기 시작할 정도이다. 사실 삶의 모험은 그 위험 경고문을 넘어가면 만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안정과 위험회피를 추구하느라 삶의 진정한 날 것 그대로의 모험과 만나지 못하고 매순간 안정적고 평탄한 길만 걸어가는 것이 아닐까. 사실 진짜 재미는 그리고 진짜 모험은 위험 경고문 저 너머에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못생김과 추함을 사랑하고, 자신을 바꾸거나 꾸며내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애쓰지 않는 슈렉. 나는 슈렉보다 못하다. 조금이라도 나의 겉모습이나 내면에 못생기고 추한 부분이 발견되면 바꾸고 꾸며 다른 내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좋게 평가되거나 사랑받기를 바란다. 얼마나 노예 같은 근성인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고 타인의 인정과 시선에 갇힌 노예.
오늘부터 나는 슈렉의 자발적 왕따의 길을 함께 걸어보려고 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사랑하며 다른 이에게 사랑받기 위해 애쓰지 않는 자발적 왕따의 길. 위험하거나 어려운 일이 일어나도 회피하거나 돌아가지 않고 '이게 얼마나 재미있길래?' 하며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길.
그 길에 대해 호기심이 생긴다면,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의 통쾌함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