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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수집가 Nov 12. 2023

나무와 책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황홀한 천국.



어제는 수원의 둘레길 중 매실길과 모수길을 걷고 경기상상캠퍼스의 디자인 도서관(디자인라이브러리 )에서 책을 읽었다. 너무나 행복한 하루였다. 사진을 찍을 때, 느껴지던 차가운 겨울 공기에 빛나는 햇살과 읽었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코끝이 찡해지는 뭉클함.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미친듯이 졸았다. 나는 산책과 책이 있으면 행복하다. 걷다가 지칠 때쯤 앉아서 책을 보는 것이 나만의 여행방식이다. 풍경에 취하면 나를 텅비우게 되고, 책을 읽다보면 뭉클해져 내가 '무'가 되는 기분이다. 텅비우고 아무것도 아닌 빛이 되어 걷고 읽는다. 그럼 모든 것이 행복하다.




그냥 나는 평생 걷고 읽는 삶을 살고 싶다. 두다리로 걷고 두 손으로 책을 넘긴다. 그곳이 어디이든 나무와 책이 있다. 나무와 책. 길 위엔 나무가 서 있고, 책 속엔 나무가 숨쉬고 있다. 종이가 되어서까지 자신의 몸을 쓰며 세상에 기여하는 나무. 나무는 대단하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무 같은 사람.







걷고, 읽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대부분 귀중하고 소중한 것들은 공짜다. 

햇빛, 공기, 산책, 도서관, 살아있음, 웃음, 기쁨, 행복. 그 모든 것이 공짜로 나에게 주어져 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내 꿈은 세상의 아름다운 길을 걷고, 아름다운 풍경과 하나가 되며, 아름다운 책을 읽고 아름다운 감동과 하나가 되는 삶이다. 



공짜로 저절로 주어졌기에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것들- 공기, 햇빛, 살아있음, 행복을 은밀하고 내밀하게 느끼는 삶. 산책과 책. 

그곳이 어디이든 걷고, 읽는다.

그럼 그곳이 나에게는 천국이 된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황홀한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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