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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수집가 Jan 02. 2024

강릉에 일출 보러 갔다 서점구경하고 왔다

이스트씨네 + 고래책방

강릉의 새해 일출을 보러 다녀왔다. 엄한 날씨 덕분에 떠오르는 새해 일출은 못 보았지만 강릉의 좋은 서점을 두 곳 방문하여 뿌듯한 일출여행이었다. 나는 2023년 마지막 날에는 정동진의 이스트씨네 라는 영화관 콘셉트의 서점을, 2024년 첫날에는 강릉 시내에 위치한 고래서점이라는 곳을 방문했다. 


2024년 첫 일출(?)




1. 이스트씨네 


이스트씨네는 아름다운 일출로 매년 30만 명이 찾는 정동진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다. 2023년 12월 31일에 방문하였기에 이렇게 희귀한 간판 버전도 만날 수 있었다. 마치 오래된 마을 영화관처럼 정동진 바닷가를 지키고 있는 서점의 모습이 이질적이고 아름다웠다. 내일이면 저 간판은 Hello 2024로 바뀌어있으려나?



이곳은 북스테이도 함께 운영한다고 한다. 오후에는 이 서점을 통째로 1인 영화관으로 만들어 투숙객을 위한 영화만을 상영해 주신다고. 아, 언젠가 꼭 묵어보고 싶다. 아침에는 아름다운 정동진 해변을 산책하고, 오후에는 이곳에서 고른 책을 아껴읽고, 저녁에는 좋은 영화를 한편 보고 잠에 든다면 아주 달고 단 꿈을 꿀 것 같다.


얼마 전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의 포스터와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카세트테이프. 포스터가 참 마음에 들었던 영화였는데, 이렇게 귀여운 카세트테이프라니. 




작은 책방에는 곳곳에 주인분의 영화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책들과 포스터, 티켓, 영화 관련 물건들이 가득했다. 영화를 주제로 한 독립서점이나 책방은 있지만 정동진의 이스트씨네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정동진의 아름다운 바닷가와 더불어 주인분의 영화에 대한 애정이 이 작은 공간으로 물질화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이곳에서 보는 혼자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 보는 영화는 왠지 특별할 것 같다. 한쪽에는 비건 베이커리도 판매 중이다. 



봄날은 간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싱 스트리트

인사이드 르윈

벌새

라라랜드


벌새 빼고는 다 보았다. 그리고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에 벌새를 추가했다. 



이 서점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서점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영화나 좋은 영화들을 소개하는 코너가 많기 때문이다. 이 서점을 인터뷰한 기사도 읽고, 전시된 포스터도 보면서 나도 보고 싶은 영화들이 잔뜩 생겼다. 이 서점은 책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특이한 서점이다.


일출시각에 맞추어 오픈하기에 여름에는 새벽 5시에 문을 여는 정동진의 이스트씨네. 덕분에 하고 싶은 여행이 하나 더 늘었다. 정동진의 아름다운 책방에서 머무르며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해변을 산책하고, 오후에는 재미있는 책 한 권을 들고 나와 벤치에서 책을 읽다가, 저녁에는 아름다운 영화 한 편을 보고 스르륵 잠들기. 이보다 더 영화 같은 하루가 있을까?



2. 고래책방


사실 고래책방은 작년 강릉여행에서도 방문했던 서점이다. 그때의 기억이 좋아 다시 한번 방문하기로 했다. 서점은 그대로이지만 그 안의 책들은 바뀌어있을 테니까, 새롭게 들어온 책들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이곳은 이스트씨네 같은 작은 서점이 아니다. 분야별로 다양한 책들을 품고 있고,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다양한 큐레이션으로 구성되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인상 깊은 것은 1, 2층 모두 대형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의자와 테이블이 아주 많이 있어서 편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구매를 하고 책을 보아야 한다. 책을 사는 곳이라기보다는 책을 누리는 공간에 목적을 둔 곳이다. 

이곳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대형서점보다는 서적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책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책들의 홍수에 어지러움증을 느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를 때에는 고래책방이 딱이다. 분야별로 많지 않은 책들이 큐레이션 되어 있어 읽고 싶은 책들을 보물찾기 하듯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기차시간이 한 시간여 남았기 때문에 나는 기쁘고 들뜬 마음으로 서가를 누비며 보물 같은 책들을 수집하러 돌아다녔다. 여기저기 나를 읽어달라고 말하는 책들이 너무 많다.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책들이 가득한 아름다운 공간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보물찾기 하듯 발견하는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그럴 때 내가 쓰는 방법은 이렇게 제목이 잘 보이게 책 사진을 찍어두었다가 나중에 하나씩 찾아 읽는 것. 이런 식으로 좋은 책을 우연히 발견하여 읽은 경험이 많기 때문에 서점에 가면 내가 종종 써먹는 방법이다.




만약에 강릉 한 달 살기를 한다면 매일 들르고 싶은 고래책방. 향긋하고 달달한 빵과 아이들이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 서가 공간이 매우 넓게 있어 누구나 마음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멋진 공간. 오늘은 이곳에서 읽고 싶은 책 수집만 하고 왔지만 언젠가는 진득이 앉아 하루종일 책에 파묻혀 놀아 보고 싶은 공간이다.


새해에 떠오르는 태양은 보지 못했지만 뿌듯한 2023년 마지막 여행이자 2024년 첫 여행이었다. 여행과 서점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새해에는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좋은 책들과 깊이 있게 교감하며 건강한 한 해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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