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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수집가 Jan 13. 2024

나만 알고 싶은 제주 숲길 그리고 북카페

삼다수 숲길, 도토관(북카페)

2024년 1월 11일 목요일     

오늘은 내가 제주에서 사랑하는 곳 중 하나인 삼다수 숲길을 가는 날이다. 아침부터 그곳을 걸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렌다. 삼다수 숲길은 2년 전 여름 처음으로 방문하였다가 마음을 빼앗긴 곳이다. 비자림이나 사려니숲 길처럼 관광객이 많지도 않고,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의 숲길 같은 곳이라 고요하게 숲 산책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어떤 곳이든 그곳만의 기운(에너지)이 있다고 느끼는데, 이곳에 오면 매우 맑고 밝으며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의 에너지를 느낀다. 이곳을 걸으면 나의 에너지도 이곳의 기운을 닮아 맑아지며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삼다수숲길은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20여분 정도를 걸어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숲길로 가는 임도 또한 나름의 호젓함과 아름다움이 있어 나는 벌써부터 숲길이 시작된 듯 마음이 밝아진다. 발걸음은 설렘으로 통통거리고, 두 번째로 찾는 마음은 첫 번째보다 더 애틋하다. 여름의 그곳은 매우 아름다웠는데 겨울의 얼굴은 또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 행복한 기운이 온몸에 퍼진다.     


그리고 들어선 아름다운 삼다수 숲. 여름의 삼다수 숲은 한여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나무들 덕분에 시원한 그늘이 펼쳐져 매우 시원했었다. 겨울의 삼다수 숲은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역시 그 순수한 아름다움을 빛내며 그 자리에 있었다. 언제 찾아도 항상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고마운 숲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 잘 있었어? 또 만나서 반가워.”          









삼다수 숲길이 좋은 이유는 숲의 길이 매우 아늑하다는 것이다. 심한 경사나 오르막이 없어 아주 가볍게 걸을 수 있다. 그러나 길이는 꽤 제법 길어 숲을 마음껏 음미하며 걸을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다양한 나무 종과 용암 지형들, 잣성, 조릿대, 식물들이 있어 여러 가지 숲의 얼굴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선 길을 멈추고,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위로 쭉쭉 뻗은 나무와 그 나무들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는 햇살, 그리고 바람. 그 모든 것들이 걸음을 멈추게 하고 고개를 들게 하기 때문이다. 길을 걸을수록 줄어드는 길이 아쉬워지는 길. 그런 귀하고 아름다운 숲길이 삼다수 숲길이다.     







길을 걸으며 나는 한 가지 화두를 품었다.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내 영혼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 싶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살고 싶다. 살아있음의 기쁨을 매 순간 축복하며 살고 싶다. 아름다운 숲과 풍경을 걷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고 싶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 숙제하듯 해치우는 삶이 아니라 축제하듯 놀이하는 삶을 살고 싶다. 생각은 비우고, 영혼의 목소리가 말하는 대로 살고 싶다. 근원의 생명에너지에 몸을 맡기고 춤추듯 살고 싶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처럼 맑고 순수하며 밝은 얼굴로 웃으며 살고 싶다. 


숲은 나에게 한없이 준다.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품을 내어주고, 좋은 질문과 답을 내릴 수 있도록 에너지를 준다. 그래서 숲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숲이 나에게 건네준 좋은 생각들을 잘 내 안에 심고 싹을 틔워  아름다운 숲을 이룰 수 있도록 영혼을 가꿔나가자. 그렇게 다짐한다.      


9시에 시작한 숲 산책은 1시 정도에 끝이 났다. 마침 딱 맞게 버스가 와 함덕에 있는 도토관이라는 북카페에 가기로 한다. 도토관은 다람쥐가 도토리를 줍듯 사람들이 책을 읽고 귀한 씨앗을 얻어 자신의 삶에 뿌리내리고 싹틔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북카페이다. 이용료를 내면 음료를 한잔 시키고, 비치된 도서들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한편에는 소량의 구매 가능한 책과 굿즈들도 있다. 한옥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친구 집에 놀러 와 책을 읽는 듯 정감 가는 분위기의 공간이다. 책의 숲에서 마음껏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다리를 쉬었다. 몸에게 휴식의 시간을 주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니 공기가 달콤했다. 이번 제주살이 동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하니 더 달콤하게 느껴진다. 숲산책, 올레길 걷기, 한라산 둘레길 도전, 북카페에서 책 읽으며 놀기, 요가하고 글쓰기. 나의 영혼이 즐거워하는 소리가 들린다.           






숲 산책과 책 산책을 마치고, 근처 함덕 마트에서 당근, 상추, 쌀 등을 사서 제주 집으로 돌아왔다. 잡곡 쌀로 밥솥에 밥을 짓고, 반찬을 차려 맛있게 먹었다. 설거지를 하고, 샤워를 하고 일기장을 펴 앞으로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을 꾹꾹 눌러 적었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살고 있는 나를 그리며 잠에 들었다.      



<내가 살고 싶은 삶>     

- 내 영혼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 싶다. 

- 머리가 아닌 몸으로 살고 싶다. 

- 살아있음의 기쁨을 매 순간 축복하며 살고 싶다. 

- 아름다운 숲과 풍경을 걷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고 싶다. 

-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 

- 숙제하듯 해치우는 삶이 아니라 축제하듯 놀이하는 삶을 살고 싶다. 

- 생각은 비우고, 영혼의 목소리가 말하는 대로 살고 싶다. 

- 근원의 생명에너지에 몸을 맡기고 춤추듯 살고 싶다. 

-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처럼 맑고 순수하며 밝은 얼굴로 웃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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