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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수집가 Jan 12. 2024

제주 명상 체험

머리가 아닌 영혼으로 사는 삶

2024년 1월 10일 수요일   

  

오늘은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이동하는 날이다. 보름 살기 나머지 반은 제주시에서 살며 숲과 책방, 제주 원도심, 한라산 둘레길 등을 걸을 예정이다. 아침에 일어나 명상을 하고, 글을 쓰고, 요가를 했다. 캐리어에 짐들을 모두 싸고 호텔을 나왔다. 일주일 동안 내 집보다도 더 편안했던 숙소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오늘은 김녕에 있는 한 명상 센터에서 하루종일 명상을 하기로 했다. 혼자 명상하고 있지만 가끔은 이렇게 전문 명상 센터에서 선생님의 가이드를 받으며 하면 더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주일 동안의 제주 살이에서 재배열된 에너지를 바르게 가다듬고, 제주도의 에너지와 더욱 깊은 교감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선생님은 왜 명상을 하고 싶은지, 이곳을 찾아온 이유를 물으셨다. 나는 왜 명상을 하고 싶은 것일까. 내가 처음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에크하르트 톨레나 마이클 싱어와 같은 저자들의 책을 읽고 영성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그들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고, 그 안에 깃든 에너지와 영혼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명상을 하고 있을 때 느껴지는 이유 없는 기쁨과 살아있음의 생동한 감각이 좋았다. 시간이 멈추고, 공간을 초월하여 완전한 공의 세계에 있는 듯했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으며, 왜 여기에 있는지 등을 묻게 되었고, 명상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에게 명상은 생계유지를 위한 활동과 사회적 에고의 가면을 쓰고 이것저것 행하는 활동을 하느라 잃어버린 나의 영혼과 만나는 시간이었다.      



명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선생님은 몸의 에너지를 진단하고, 풀어주는 작업을 하셨다. 간단한 스트레칭 동작을 하며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며 이완하는 연습을 했다. 아주 간단한 동작도 호흡에 집중하며 오롯이 몸의 느낌에 알아차림 하니 온몸의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나의 몸과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나는 평소에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느라 머리로 삶을 사는 시간이 길었다. 그러다 보면 내 몸과의 교감이 끊어져 지금 현재 내 몸이 어떤 상태이고, 에너지인지를 잊어버리고 머리로 몸을 끌고 가는 때가 많았다. 머리가 몸을 끌고 가는 삶은 죽은 삶이다. 머리, 에고, 생각은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모든 선택과 행동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몸은 그 에고에 끌려다니느라 지치고 혹사당한다. 그래서 우리는 잘못된 선택을 내리거나 자신이 아픈 줄도 모르고, 몸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린 채 몸과 단절되어 살아간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여기 이렇게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몸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몸을 살아있도록 하는 생명 에너지 덕분이다. 생명 에너지는 우리가 애쓰지 않아도 알아서 완벽하게 작동한다. 우리는 심장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장기가 어떻게 음식물을 소화시켜야 하는지 폐가 어떻게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시켜야 하는지 혈액이 어떻게 영양소와 노폐물을 운반해야 하는지 등을 일일이 계산하거나 계획할 필요가 없다. 그것들은 제 알아서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천재적인 생명 에너지에 다시 접속하여 내 몸과의 연결을 회복하는 것. 그래서 머리가 아닌 몸이 머리를 이끄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명상이다. 머리가 몸을 이끄는 삶은 껍데기만 있는 삶이다. 세상이 좋은 것이라고 부추기는 것을 좇아 남들을 따라 사는 것, 그래서 전혀 생기도 없고, 기쁨도 없는 삶. 그것이 머리가 몸을 끌고 다니는 삶이다. 그래서 몸은 지친다. 몸이 머리를 끌고 가는 삶은 영혼의 목소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삶이다. 몸은 곧 생명에너지, 영혼의 머무는 성전이다. 그래서 몸에 귀를 기울이면 영혼의 목소리를 따라 살게 되고, 그러면 인위적으로 애쓸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살게 된다. 살아있음의 기쁨과 환희, 생기가 넘치는 삶. 그런 삶이 바로 몸으로, 영혼으로 사는 삶이다.     



선생님은 명상에 대한 3가지 중요한 개념에 대해 말씀하셨다. 첫 번째는 외부 세계에 대한 감각을 멈추고 숨 쉬고 휴식하는 것, 두 번째는 감정을 분리하여 바라보는 것, 마지막은 머리와 상단에 쏠리고 정체된 에너지를 아래로 내려 몸의 내부 에너지를 느끼고, 내 영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외부 세계에 대한 감각에 정신이 팔려 내 몸에 대한 알아차림을 잊고 산다. 명상은 오감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호흡으로 돌아오는 행위다. 외부세계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고, 오롯이 내 안의 호흡에 집중한다. 그러면 외부에 어떤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평온하게 휴식할 수 있다.      


두 번째, 감정을 분리하여 바라보는 것은 감정을 ‘나’라고 여기는 습성을 버리는 것이다. 감정은 사회적 학습과 환경에 의해 쌓인 무의식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허상에 끌려다닌다. 내가 중심을 잡고 나의 의지대로 삶을 살아야 하는데 온갖 감정들에 끌려다니며 그 감정을 만족시키느라 삶을 허비한다. 그러나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순간적이고 헛된 망상인지, 1분 전의 감정과 지금의 감정, 그리고 1분 후의 감정이 얼마나 순식간에 변할 수 있는 환상인지를 알게 되면 우리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분리하여 바라볼 수 있다. 감정은 내가 아니다. 하늘에 지나가는 구름, 시시각각 모양이 변하는 구름처럼 감정도 그러하다. 감정에 끌려 살지 말고, 그것들이 왔다가 사라지는 것을 가만히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것. 그것이 명상하듯 삶을 사는 것이다.     


세 번째, 머리와 상단에 쏠리고 정체된 에너지를 아래로 내려 몸의 내부 에너지를 느끼고, 내 영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영혼으로 삶을 사는 것. 그것은 어떤 기분일까. 사랑과 행복, 감사가 끊이지 않고 매 순간 함께 하는 것일 테다. 그저 있는 그대로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행복이고 감사며 축복이다. 머리와 생각은 그 기쁨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영혼의 생명 에너지는 알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타고난 본성이다. 그 본성을 회복하여 삶을 사랑으로 행복으로 기쁨으로 살기 위해서는 몸의 내부 에너지, 생명의 근원 에너지에 나를 완전히 녹여야 한다. 자꾸 위로 머리로 올라가려고 하는 에너지를 아래로 내려 그 에너지에 나를 녹이고, 에고를 버리고, 영혼으로 삶을 살아야 한다. 한없이 투명하고 거칠 것 없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는 삶. 그런 삶이 살고 싶다. 그래서 매 순간이 사랑과 기쁨으로 넘치는 그런 축복하는 삶을 살고 싶다.      



이번 제주 보름 살기를 통해 나는 그런 삶을 연습하고 있다. 내가 이곳을 찾게 된 이유는 바로 영혼의 목소리에 따라 내 걸음을 옮겼기 때문이다. 제주의 원시적인 자연의 생명 에너지가 나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나도 생명 에너지와 영혼의 부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삶을 흘러 나아가고 있다. 매 순간 사랑과 기쁨이 넘친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살자. 생각이 아닌 영혼의 에너지로 살자. 삶을 축제처럼 즐기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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