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과 사이드 프로젝트
나는 12년 차 직장인이다. 중간에 한번 퇴사를 하고 다른 곳을 기웃거리며 2년의 공백기를 가졌고, 그 이후에는 원래 일하던 직종에서 계속 일하는 중이다. 그리고 10여 년의 세월 동안 나는 본업이 아닌 다른 곳을 기웃거리는 짓을 찔끔찔금 해왔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본업에 엄청난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요즘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본업이 아닌 다른 일에 진지하게 매진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출판되는 책들도 늘어나고 있고, 관련 유튜브 채널도 많이 있다. 퇴근 후에 펍을 운영하거나, N 잡러로서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낮에는 회계사 밤에는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거나, 본업과 동시에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거나.
내가 사이드 프로젝트에 자꾸 관심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왜 나는 본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 다른 곳을 기웃거리는 것일까?
그리고 내가 자꾸 다른 곳을 기웃거리는 이유는 아마도 본업을 통해 얻는 삶의 의미와 보람이 이번 생의 전부가 된다는 것이 참을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고 하는 존재의 삶의 전부가 현재 본업이 돼버리면 허무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돈이 아니면 지금 본업은 당장 그만둘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일'이라는 것은 삶을 재미있게 살아가기 위해, 살아있음의 기쁨과 의미를 확인하고 느끼는 것이기도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도 있다. 인간은 돈이 없으면 살 수가 없는 사회구조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추위와 더위를 피하고 잠을 잘 수 있는 집이 있어야 하고, 먹을 것을 사야 한다. 전기세, 수도세 등의 각종 공과금도 내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해도 숨만 쉬어도 돈이 든다.
만약 본업,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돈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매일 그 일만 해도 하루가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본업이 아닌 다른 곳에 기웃거리거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고민하거나 본업으로 내 삶의 가치가 모두 설명돼버리는 허무함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최저생계비는 일을 안 해도 주어지고, 일은 돈을 받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이라는 것을 돈과 결부시키지 않고 중립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도 든다. 법륜스님의 말처럼 돈 받고 하는 일은 노동이 되고, 돈 주고 하는 일은 놀이가 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일과 돈을 결합시켜 바라보는 나의 선입견과 관념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기 때문에 삶의 다양한 경험을 체험하고 기쁨을 느끼기 위해 일을 한다는 새로운 생각으로 말이다.
그리고 일은 놀이이고, 일터는 놀이터다. 수동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일을 놀이처럼 가지고 놀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지력, 창의성을 일이라는 놀이를 즐기는데 쓰는 것이다. 어차피 할 것 재미있게 놀아보는 것이다.
즉 어떻게 하면 이 일을 최단시간에 빨리 해치울까를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이 일을 어떻게 재미있게 놀이처럼 가지고 놀까, 이 일을 어떻게 재미있게 해 볼까를 궁리하는 것이다. 그것을 삶 전체로 확대하면 삶이라는 이 놀이를 어떻게 하면 재밌게 즐길 수 있을까를 궁리하는 것이다. 삶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놀이다. 너무나 정교하고 거대한 한바탕 놀이. 심각한 얼굴로 설거지 해치우듯 삶을 소비하고 싶지 않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듯 삶과 놀이하고 싶다. 나는 재미있기 놀기 위해 이 지구별에 태어났다.
만약 내가 돈을 벌 필요가 없다면 무슨 일을 하며 지구별에서의 삶을 재미있게 놀까? 세상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치를 느끼고 설레는 것, 내가 살아있다는 기쁨을 느끼게 하는 일은 무엇일까?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여행하고 걷고 숨 쉬는 것, 새로운 경험에 나를 맡기고 도전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나에게는 그런 일이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예술과 더불어 노는 것. 자연과 새로운 경험도 하나의 예술놀이이긴 하다. 어쨌든 만약 내가 돈을 벌 필요가 없어지면 나는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 속을 방랑하고 모험하는 인간으로 살고 싶다. 그리고 호기심이 생기는 새로운 경험에 나를 맡기고 삶을 즐거운 놀이처럼 살고 싶다. 그래서 올해 2021년은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이곳을 걷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5월에는 제주도 여행, 더 먼 곳까지. 지구별에서의 놀이를 재밌게 즐겨봐야지!
"목표는 종이에 적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계획한다. 이번에는 그것을 이루는 방법 100가지를 다시 적어보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머릿속에 생각으로만 담고 있던 추상적인 무언가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다. 이렇듯 한가지 목표를 다시 쪼개 100가지 방법론으로 나열하는 동안 세포 틈새에 숨어있던 크고 작은 아이디어, 잠재능력, 또 다른 꿈과 비전 등 내면 세계가 재배열될 것이다."
- <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 , 김애리 지음, 카시오페아 출판
지구별에서의 놀이를 재미있게 즐기는 것! 이것이 나의 목표다. 이 목표를 이루는 방법을 100가지 적어보고 매순간 이 목표를 되새기자. 그리고 하나씩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