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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수집가 Jan 17. 2024

제주 보름살기 후 깨달은 것과 배운것

마지막날 사려니 숲을 걸으며 생각한 것

오늘은 제주 보름살기 마지막날이다. 오늘은 사려니 숲을 다녀오기로 했다. 작년 여름에 왔다가 중간에 길을 잃어 완주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나왔던 추억의 사려니 숲. 이번에는 길을 헤매지 않고 무사히 10km 코스를 완주하였다. 나는 제주시쪽 입구에서 시작하여 붉은오름입구쪽으로 걸었다. 약간 내리막길에 햇살을 마주보며 걸을 수 있어서 이쪽 방향이 더 좋았다. 천미천을 지나 물찻오름 입구를 거쳐 월든삼거리 삼나무숲을 걸으면 붉은오름 입구로 당도할 수 있다. 겨울의 사려니숲은 여름의 사려니숲과 달랐다. 잎들을 떨군 가지가 구불거리는 나무들과 조릿대들 그리고 삼나무들이 차가운 겨울 바람에 흔들리며 숲을 이루고 있었다. 사려니숲길은 이름처럼 사려깊어 평지와 같은 길을 그냥 쭉 걸어나가면 된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거의 없이 평탄한 길을 아무 생각없이 걷다보면 자연스레 사색에 빠질 수 있다. 나는 제주 보름살기를 마무리하며 이번 여행이 남긴 것에 대해 생각했다.     



 



첫 번째, 제주에 있는 동안 나는 숲을 많이 걸었다. 그리고 숲을 걸으며 내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다 걷어내고 중요한 알맹이만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숲은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걸어야 오롯이 숲의 영혼을 느낄 수 있다. 가방은 생존에 꼭 필요한 간단한 먹을 것과 물만 채우고, 배는 부르지 않아야 발걸음이 더 가볍다. 머리와 마음속에는 잡다한 생각들과 근심, 걱정들을 비우고 걸어야 숲과 온전히 대화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야 숲을 오롯이 음미할 수 있듯 인생도 그러하다. 내 인생에 중요한 것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덜어내야 제대로 내 영혼과 마주할 수 있다. 나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내 인생에 단 한가지만 남겨야 한다면 나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항상 이 질문을 마음에 품고 인생을 걸어나가자.      






두 번째, 먹는 것이 곧 나다. 제주에 있는 동안 처음에는 외식을 하였다. 그러다 몸이 아픈 경험을 하고 직접 장을 봐서 만들어 먹게 되었다. 그리고 온전히 건강한 상태로 제주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어딘가 몸이 불편하다면 그것은 먹는 것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영혼을 담는 그릇인 몸이 깨끗해야 단정한 인생을 꾸려나갈 수 있다. 가공 식품은 멀리하고 자연 그대로의 깨끗하고 살아있는 음식을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진지하고 성실하게 먹을 것을 대하고 싶다. 대충 떼우는 식사가 아니라 단정하고 바르며 깨끗한 식생활을 위해 노력하자.


    

세 번째, 머리와 생각은 꼭 필요할 때만 쓰고, 몸과 영혼으로 살자. 매일 2만보 가까이 걸으며 생활하다보니 몸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몸은 영혼을 담는 그릇이고, 나를 살리는 생명력이 물질화된 소중한 결정체다. 앞으로의 인생은 머리와 생각을 굴리며 계산하는 인생이 아닌, 몸과 손과 다리로 정직하고 단순하게 살고 싶다. 머리가 생각했을 때 좋아보이는 것은 진실로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가짜 욕망인 경우가 많다. 세상이 좋다고 말하는 욕망이 아닌 진짜 인생을 살고 싶다. 가짜 욕망으로 뒤범벅된 가짜 인생 대신 몸과 영혼이 자연스럽게 끌리는 것에 따라 내맡기는 삶을 살고 싶다. 마이클 싱어가 이야기한 삶이 저절로 알아서 살아가게 하는 삶. 삶이 제 알아서 살아가고 나는 그저 그 황홀한 이야기를 바라보는 자로 있고 싶다. 그러다 노력하고 싶으면 노력하고, 그만하고 싶으면 그만하고, 쉬고 싶으면 쉬고, 달리고 싶으면 달리고, 걷고 싶으면 걸으면서 그렇게 단순하게 살고 싶다. 중요한 것은 남이 좋다고 말하는 삶이 아닌 아닌 내 영혼이 행복한 삶이다.      




네 번째, 사랑하기에도 모자란 짧은 삶을 소중하게 아끼며 살고 싶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미워하고, 후회하고, 고민하고, 계획만 세우고, 화내고, 질투하고, 못난 생각에 빠져 인생을 낭비하기엔 내가 가진 시간이 길지 않다. 그러니 오직 사랑하고, 친절하며, 웃고, 행복하자. 그것만 하기에도 인생은 짧다. 고민하지 말자. 망설이지 말자. 오직 사랑하고, 웃으며, 행복하게 살자. 그게 잘사는 길이다.     


다섯 번째, 너무 먼 미래를 계획하며 사는 것보다 오늘 무엇을 하면 즐거울지 궁리하며 살자.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당장 내일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부터 예측불가다. 그러니 앞날을 계획하고, 계획한대로 내 뜻대로 미래가 펼쳐질거라는 헛된 망상은 집어치우자. 미래를 위해 지금 인내하며 행복을 미래로 미루는 것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대신 지금 이 순간, 오늘 당장 무엇을 하면 즐겁고 행복할지 열심히 궁리하고 열심히 즐기며 살자. 1분 1초가 소중하다. 나의 삶은 지금도 죽음을 향해 착실히 달려가고 있다. 그러니 살아있음을 음미하고 축복하며 매일 눈뜨고 해를 볼 수 있음에 축배를 들자. 오늘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일이 일어나든 나는 지금 이렇게 살아있으니 걸을 수 있다. 해를 보며 웃을 수 있다. 바람을 느끼며 노래할 수 있다. 그러니 인생의 모든 순간을 반짝거리는 보석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살자. 나의 모든 순간이 반짝반짝 아름다운 보석 알들이다. 그 보석 알들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실에 꿰어 아름다운 목걸이로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앞으로 가지고 싶은 인생의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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