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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수집가 Jan 23. 2024

제주 보름살기 중 가장 좋았던 곳 BEST 10

내가 원하는 삶, 내 영혼을 발견했던 제주의 보물같은 장소와 길들

2024년 1월 2일부터 1월 16일 까지 제주 보름살기를 했다. 서귀포에서 일주일을 머물렀고, 제주시 조천읍에서 일주일을 머물렀다. 이번 보름살기를 통해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깨달았다. 그리고 내 영혼이 어떤 것을 할 때 기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제주의 생명력 넘치는 자연의 에너지와 좋은 기운이 나에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제주 보름살기를 하는 중에 가장 좋았던 곳, 에너지가 풍부하여 나의 영혼을 깨우고 정화시켜주었던 곳, 그냥 그곳을 걷거나 가만히 있기만해도 좋았던 곳들을 10위부터 1위까지 하나하나 소개해 보려고 한다.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삶인지, 내 영혼이 무엇을 원하는지 탐구하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0위. 명상센터



내가 명상을 했던 곳은 본터라는 곳이었다. 요즘엔 제주에도 다양한 명상원들이 생겨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곳은 우연히 제주 명상을 키워드로 검색했다가 알게 된 곳이다. 직감적으로 가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어 가게 된 곳이라 여기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명상 선생님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내 안에서 자라나 스스로 답을 찾는데 도움을 많이 주었다. 우리 영혼의 기본값은 사랑이고, 기쁨이며 우리는 원래 사랑과 기쁨이 넘치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머리로 사는 삶이 아니라 영혼으로 사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다. 생각이 아니라 행동하는 삶, 매 순간 영혼이 기뻐하는 삶, 살아있음이 기쁨과 행복 그 자체인 삶.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9위. 절물자연휴양림




절물자연휴양림은 내가 숲과 자연을 사랑하게 된 첫 장소다. 한겨울 하얀 눈이 내린 이곳을 처음 방문하고 나는 숲과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 사랑은 천천히 무르익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일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고, 내 영혼은 아직도 다른 사람의 좋아보이는 인생을 따라하느라 숨을 헉헉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제주에 가면 꼭 가는 장소 중 하나이다. 이곳에 가면 장생의 숲길을 걸어도 좋고, 절물오름에 올라도 좋고, 무얼해도 좋다. 그중 가장 좋은 건 하늘 높이 솟아있는 뺵뺵한 삼나무 숲 아래 평상에 누워 자연과 완전히 하나가 되는 시간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가도 행복한 곳이다.



8위. 작가의 산책길




작가의 산책길은 서귀포에서 태어났거나 머물며 예술적 영감을 받았던 한국 미술계의 대표 예술가 3인 (이중섭, 현중화, 변시지)의 삶과 작품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산책길이다. 이 길은 이중섭 미술관, 소암기념관, 기당미술관 등 주요 문화예술 시설을 둘러볼 수 있고, 원도심을 지나 서귀포의 자연, 문화, 역사를 두루 돌아볼 있는 길이다. 올레길을 모두 걸으려면 숨이 차다. 그러나 작가의 산책길은 적당한 길이라 산책하는 맛을 충분히 누리며 걸을 있는 예쁜 길이다. 유명한 관광지를 돌거나 올레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주민들이 매일 운동을 즐기는 산책길을 가볍게 걷는 것도 즐겁다. 길을 걸으며 나는 여행이라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했다. 나에게 여행이란 유명한 곳, 화려한 곳, 비행기를 타고 있는 곳,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 이런 곳들을 찍고 오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여행은 깨어있는 마음으로 지구별의 아름다움을 수집하며 천천히 걷는 것이다. 걷다가 가만히 앉아 세계의 아름다움을 관찰하며 내가 살아있음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들게 소중한 장소이다.



7위. 이중섭 미술관, 전이수 갤러리


이중섭 미술관
전이수 갤러리





이중섭 미술관에서 나는 예술과 가족에 대한 이중섭의 끝없는 사랑을 느꼈다. 그리고 사람이 무언가를 진정으로 사랑한하면 마음이 순수와 청정으로 가득 찬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이 순수와 청정으로 차 맑아지면 우주의 아름다운 것들이 그 마음에 호수처럼 비친다. 그리고 그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고 끝임없이 표현하면 예술이 된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무엇을 진정으로 사랑할 것인가. 그리고 그 순수하고 맑은 마음에서 솟아나는 사랑을 어디에 바치고 싶은가. 이런 생각들을 하게 한 소중한 장소다.


전이수 갤러리는 예정에 없던 곳이었다. 원래 가려던 북카페가 임시휴업이라 즉흥적으로 간 곳이었는데 그 직감이 맞았다. 자유롭고 맑은 영혼이 그린 그림들을 보며 내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었다.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 한정된 시간동안 오직 사랑하기만도 모자라니 미워하고 싸우고 화낼 시간이 없다는 것을 그에게서 배웠다. 제주 여행에서 돌아왔지만 여전히 그 마음을 되새기기 위해 그의 그림을 보며 스스로에게 말한다. '너의 삶은 짧으니, 오직 사랑하고 또 사랑하자.'



6위. 올레 6코스


소라의 성



제주 올레 6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소라의 성이다. '왈종 미술관'도 좋지만 제주 바다에 품에 폭 안겨 나의 영혼을 만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은 이곳 소라의 성이다. 이곳은소라가 되어 바닷속을 부유하는 자유로운 느낌을 만끽하며 바다와 하나가 될 수 있는 성이다. 이 성에 앉아 햇살에 부서지는 해안절벽과 바다의 파도를 바라보며 사색했던 시간이 아직도 황홀하다. 이곳은 원래 시민들에 의해 운영되는 북카페이지만 이곳에서 책을 읽는 것은 힘들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가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 무언가를 읽는다는 것이 쓸데없는 짓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냥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최고의 시간이다. 그리고 노트를 가져가 나의 영혼과 대화하는 시간,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글쓰기를 하면 좋을 장소이다.


그리고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져 몸이 찌뿌둥할 때 가볍게 일어나 올레 6코스를 걸으면 된다. 아름다운 제주 바다를 보며 느릿느릿 천천히 걷는다. 오롯이 걷기만이 존재하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나도 없고, 오로지 걷는 행위만이 남는 그 시간 동안 내 영혼을 가리고 있던 찌꺼기 같은 것들이 싹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가 남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주 천천히 걸어야 한다. 천천히 느릿느릿. 너무 바삐 사느라 저만큼 뒤쳐진 내 영혼이 나를 따라올 수 있도록 아주 천천히 걸어야 한다. 더 이상 머리가 영혼을 끌고 가는 삶이 아니라 영혼이 나를 이끌어 주는 진짜 삶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이 장소들과 저 길들 위에서 내가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무언가를 사랑하면 그 마음이 끊이지 않고 누가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그냥 알아서 하게 된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을 할 때 내가 어떤 얼굴이 되는지도 알았다. 진심으로 사랑하면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무한한 기쁨, 행복, 살아있음의 환희를 선물 받기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이 된다.

먹고, 자고, 일하는 시간이 아닌 시간에 내가 매일매일 하는 그것이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이다. 나를 행복한 얼굴로 만드는 일이다. 해야 하는 일이라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일. 매일매일 밥먹듯이 하고 있는 일.


나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을 때는 답답했다. 누군가 정답을 알려주고 누군가 계시를 내려주기를 기다렸다. 그것을 매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그것인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나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길들, 공간들을 여행하며 깨달았다. 무엇이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인지. 할머니가 될때까지 그 행복을 오래 만끽하며 살고 싶다고 다짐했다.


제주를 여행하는 사람들 중 자신의 영혼을 찾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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