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순간 수집가 Jan 24. 2024

제주 보름살기 중 가장 좋았던 곳 5위-1위

숲, 길, 자연, 예술 속에서 내 영혼을 맡기고 고요하게 숨쉬다

2024년 1월 2일부터 1월 16일 까지 제주 보름살기를 했다. 서귀포에서 일주일을 머물렀고, 제주시 조천읍에서 일주일을 머물렀다. 지난번에 이어 오늘은 나머지 5위부터 1위까지를 꼽아보았다. 숲과 길, 자연, 예술을 좋아하는 여행자, 오롯이 몸으로 걷는 시간을 만끽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5위. 서귀포 치유의 숲



서귀포 치유의 숲은 이름처럼 치유의 시간을 선물하는 숲이다. 몸과 영혼을 치유하는 에너지가 가득해서 하루종일 머물고 싶은 곳이라고 해야 할까. 숲속의 집이라는 자연휴양림 숙소도 운영하고 있어 하룻밤 자며 숲과 천천히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이곳은 노고록 무장애나눔길, 가멍오멍 숲길, 가베또롱 치유숲길, 벤조롱 치유숲길, 숨비소리 치유숲길 등 총 18km 에 달하는 다양한 길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곳이라 행복하게 숲속에서 길을 잃는 사치를 누릴 수도 있다. 다양한 이름처럼 다양한 숲의 얼굴들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가장 맑고 신선한 공기가 존재한다고 하는 해발 320m~760m에 위치하고 있어서 공기가 달고 깨끗하다. 외식으로 몸이 안좋았던 나의 컨디션이 단숨에 회복될 정도였다. 중간에 쉼팡(쉬는 곳)에 있는 나무 의자에 누워 한없이 나무멍, 하늘멍을 하고 싶을 정도로 공기가 너무 달다. 새소리와 나의 숨소리, 그리고 나무가 호흡하는 소리만 존재하는 시간. 머리를 어지럽히는 잡념과 생각들을 놓아보내고 순수한 살아있음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오른 삼나무 숲들 속에서는 '나'는 사라지고 날아오를 것 같은 자유만이 남는다.





4위. 올레 19코스( 북촌포구~서우봉~함덕해변 )



북촌포구에서 시작해 아름다운 환해장성을 걷고, 서우봉 둘레길을 걷는 올레 19코스 일부이다. 이곳은 '반짝반짝' 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보석같은 길이다. 북촌포구와 환해장성의 푸르른 바다빛, 서우봉 위에서 바라보는 파도의 윤슬과 반짝임, 함덕해변의 에메랄드 빛 바다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반짝반짝 거리는 보석들이다. 이곳에선 모든 것들이 아름다워 보인다. 사람들과 자연이 하나되어 완벽한 풍경을 만드는 곳이다. 이 길을 걸으며 내가 지구별에 태어나 살아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함덕 해변 근처의 전이수 갤러리를 함께 돌아도 좋다.




3위. 삼다수 숲길




비자림이나 사려니숲 처럼 관광객이 많지 않은 비밀의 숲길. 혼자 조용하고 고요하게 숲 산책을 오롯이 즐기고 싶다면 삼다수 숲길을 걸어보길 바란다. 이곳의 맑고 순수한 에너지가 온 몸에 가득차 나도 어린아이같은 순수한 몸과 마음으로 되돌아가는 마법같은 숲길이다.

여름에는 키큰 나무들 덕분에 시원하게 걸을 수 있고, 겨울에는 차갑지만 맑은 공기를 한껏 음미하며 걸을 수 있다. 4계절 모두 걷고 싶은 길이다. 또한 이곳은 경사나 오르막 없이 평탄한 길로 이루어져 있어 숲을 마음껏 가벼운 마음으로 음미할 수 있다. 걸을수록 줄어드는 길이 아쉬워지는 귀한 숲길이다.

앞으로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내릴 수 있게 해주었던 고마운 숲.

나만의 고유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인생의 길과 답을 찾게 해준 숲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2위. 기당 미술관




기당 미술관은 화가 변시지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이다. 나는 이 미술관이나 화가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이곳을 방문하였고, 그의 일생과 그림에 빠져버렸다. 예고없이 맞닥뜨린 사랑이 더 생생하고 충격적이라고 해야 할까.

그의 그림은 온 몸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며, 해석하고자 하는 의지 같은 것 없이 그냥 한없이 보게 된다. 그의 그림은 그의 일생이 응축된 하나의 삶이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의 삶이 보이고, 내가 보인다. 그의 생애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그가 걸었던 길들을 따라 걸으며, 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며 온 몸으로 그림과 함께 대화하게 된다. 지팡이를 집고 구부정한 몸으로 황금빛 자연을 걷는 그림 속 주인공처럼 그렇게 그림 속의 ‘나’가 되는 시간을 누렸다. 그는 그림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자연의 생이야말로 무한하고 영원한 우리의 꿈이라고 말하는 화가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무엇에 나의 꿈을 담아 일생을 걸어나갈 것인가. 스스로 질문하게 되는 곳이다.       


”제주의 매력은 순수하고 단순하며 깊은 원시에의 향수이다. 바다의 약동하는 생명감은 나의 창작 활동의 근원이며, 자연의 생이야말로 무한하고 영원한 우리의 꿈이다. 나로서 허용되는 것은 자연 속에서 묵묵히 생활하며 자연에 감동하고 생각하며 조형활동을 하는 것이다.“


변시지 <예술과 풍토> 중 ”자연미와 예술충동“ 중에서     




1위. 동백동산 습지



동백동산은 선흘리에 위치해 있는 곶자왈 대로 크고 작은 암석과 나무, 덩굴식물이 함께 있는 곳이다. 연중 온도 변화가 적은 독특한 미기후 덕분에 북방계 식물과 남방계 식물이 공존하고, 난대상록활엽수의 천연림으로 학술 가치가 높아 지방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2011년에는 동백동산이 람사르습지로 등록되고, 2013년에는 전국생태관광지로 2014년에는 세계지질공원 명소로 지정되었다.      


다시 이 길을 걷고 싶다. 매일 걷고 싶다. 아직도 생각나는 아름다운 숲, 동백동산. 토토로가 어디선가 배를 부풀리며 낮잠을 자고 있을 것 같은 신비롭고 친근한 숲. 이런 숲이 집 앞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며 걸었던 곳이다. 실제로 선흘리 마을 주민분들은 운동삼아 이 숲을 매일 찾는 듯했다.

원시의 생명력이 조용히 흐르는 이 숲을 매일 산책하면 매순간이 행복한 사람이 될 것 같다. 저마다 혼과 영이 깃들어 있는 듯 대지와 함께 숨쉬고 있는 나무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 곳에서 나도 내 영혼을 맡기고 숨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제주에 올 때마다 꼭 이곳을 찾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 보름살기 중 가장 좋았던 곳 BEST 1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