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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수집가 Jan 25. 2024

자신만의 은밀한 즐거움이 있는가

<이자카야 신칸센> 이 알려주는 여행의 기술




이 드라마의 주인공 스스무는 보험사에서 감사일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출장지에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자신만의 주점을 열고, 미식을 즐긴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의 전반부는 스스무가 출장지의 향토요리나 술, 디저트 등을 둘러보고 사는 과정, 후반부는 산 것들을 기차 객실에서 아름답게 세팅하여 먹고 즐기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술과 안주의 최상의 궁합을 생각하며 고심하면서 음식들을 사는 장면이 특히 재미있는데, 일본의 각 역들에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들이나 에키벤, 오미야게 같은 것들이 매우 발달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그 지역의 산지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먹을거리들이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나도 일본여행을 하면서 저 음식들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두 번째로 흥미로운 것은 스스무가 기차 객실 내에서 자신만의 주점을 열고 음식들을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최고의 식사를 하는 장면이다. 정말 그는 자신만의 테이블 도구들을 손수 들고 다니는데, 포크, 나이프, 술의 종류에 따른 잔, 젓가락, 받침, 테이블 보까지... 집에서 먹는 것보다 더 세련되고 단정한 도구들로 멋지게 한 상 차려 먹는다. 물론 드라마(원작은 만화)라 보이는 장면이 중요하기에 그런 설정이 들어갔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의 진심과 열정이 느껴지며 나도 모르게 이 드라마에 빠져들게 된다. 


어떤 것을 애호한다는 것은 자신만의 특별한 과정과 기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무가 자신만의 감과 기준을 가지고 음식을 손수 고르는 과정을 즐기고, 엄선해서 고른 음식들을 아주 천천히 음미하는 것을 보면 그는 분명 이 모든 과정을 애호한다. 출장지에서 지역의 특별한 음식을 고르고, 자신만의 미식을 즐기는 과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나도, 무언가를 은밀하게 즐기고 싶다!'라는 애호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자신만이 즐기는 은밀한 즐거움, 삶의 낙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그 은밀한 즐거움에 몰입하는 시간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 


나에게 삶의 낙은 여행이다. 그리고 이렇게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여행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받는 것은 은밀한 즐거움이다. 스스무처럼 기차 안에서 주점을 열어 미식을 즐길 용기(!)는 없지만 소소하게 그를 따라 해볼 수는 있다. 여행지에서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요리, 또는 디저트를 엄선해 골라 호텔에서 나만의 미식회를 여는 것이다. 애주가라면 그 지역만의 술이나 막거리, 맥주 등을 곁들이는 것도 좋겠다. 아니면 언젠가 일본 여행을 간다면 그가 먹었던 것들, 걸었던 길들을 따라 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자신만의 은밀한 즐거움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즐거움에 아무 생각 없이 최선을 다하여 빠져드는 애호의 시간을 즐기는 것. 이 드라마가 나에게 가르쳐준 새로운 여행의 기술이다. 다음에 갈 여행지 경주에서 이 새로운 여행의 기술을 한번 써먹어봐야겠다. 


* 도라마 코리아에서 이 드라마의 시즌 1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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