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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수집가 Feb 12. 2024

미니멀리스트의 물욕을 자극한 대나무 박물관

담양 5일장과 대나무 박물관 여행기

오늘은 담양의 대나무 박물관에 갔다가 버스를 타고 남원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원래는 담양의 금성산성이란 곳에 가고 싶었으나 버스로 갔다 오기에는 시간소비가 많이 될듯하여 다음을 기약한다. 

그 대신 2일과 7일에 열리는 담양 5일장이 마침 오늘이어서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바로 시장구경에 나섰다. 마침 호텔 바로 앞 영산강 뚝방길 쪽에 5일장이 열려 창밖으로 분주한 상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담양읍 담주 4길. 예전에는 이곳에서 대나무로 만든 죽세공품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담양은 물론 전국에서 몰려온 인파로 활기를 띠었을 이곳. 그러나 1970년대부터 플라스틱 용기가 들어오고 중국과 동남아의 값싼 제품들이 들어오며 죽물시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시장에는 먹을 것과 입을 것들만 있고 죽세공품을 파는 곳은 딱 1군데밖에 없었다. 그나마 인도네시아나 중국산 공산품만 가득했다. 그 대신 제철 해산물, 농산물, 주전부리, 떡, 과일, 한과, 밤 깎는 기계 등이 눈에 들어온다. 아침 8시가 되기 전부터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이제 갓 만들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주 맛있어 보이는 인절미 쑥떡이 있었는데 현금만 가능해서 입맛만 다시고 나왔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실 분들은 현금을 꼭 챙기시길.







시장을 나와 영산강을 따라 걷는다. 관방제림에서 이어지는 길들이 사랑스럽다. 아침에도 부지런히 개와 산책하는 주민도 보인다. 나도 아침볕을 쬐며 산책을 즐긴다.








대나무 박물관에 도착해 부탁을 드려 짐을 맡겼다. 천장을 보니 대나무로 만든 어여쁜 우산들이 하늘에 둥실둥실 날고 있다. 양산으로 쓰면 멋있을 것 같다. 





대나무 박물관은 대나무의 종류, 죽세공품을 만드는 과정, 다양한 실제 죽세공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탁자, 컵, 경대, 소쿠리, 바구니, 서랍장, 문살, 깔개, 손부채, 그릇, 가방, 모자, 필통, 장신구, 가방, 지갑, 한복, 전등, 배, 의자, 다기 등등 대나무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대나무로 만든 물건들은 공장제품에는 없는 운치와 아름다움이 흘러넘친다.







세월이 흐를수록 손때가 묻어 더 예뻐진다. 주인의 손길을 적당히 타서 생활 속의 풍경이 된다. 풍경의 일부가 된 물건은 이제 물건이라기보다 반려물건에 가깝다. 물건을 모으거나 갖는 것은 경계하는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물건은 이렇게 만든 이의 정성과 애정이 담겨있는 것을 갖고 싶다. 그리고 썩어도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참 멋지다. 평생 잘 닦고 손질해 쓰고, 내가 죽으면 후손에게 물려주거나 흙으로 돌아간다. 얼마나 멋진 물건의 한살이인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던 것은 가방과 빗이다. 어쩜 이리도 앙증맞고 우아하고 기품 있는지. 머리를 평소에 잘 빗지 않는 나도 가방 속에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빗질을 하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빗이다. 만든 이의 정성과 애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영이 깃든 소중한 물건이다. 다음에 꼭 물건을 사야 할 일이 생긴다면 차갑고 온기 없는 플라스틱 대신 따뜻하고 우아한 자연의 소재로 만들어진 소재로 사리라 생각한다. 






박물관을 나와 대나무 산책길을 걸었다. 죽녹원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제법 길이 길고, 잘 정비되어 있어 가볍게 산책하기 좋았다. 나 홀로 오롯이 대나무 숲을 독차지하고 천천히 댓잎이 바람에 부딪치는 소리를 음미하며 담양 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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