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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수집가 Feb 13. 2024

이토록 멋진 삶이라니! 남원 미술관 여행

남원 김병종 미술관

대나무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담양에서 버스를 타고 남원으로 간다. 블로그에 누군가 올려놓은 버스 시간표를 터미널에 전화해 확인하니 맞지 않다. 역시 미리 확인하길 잘했다. 11시에 있는 남원행 버스를 탔다. 산을 넘고 굽이굽이 언덕을 돌아 순창을 지나 남원에 도착했다. 남원은 담양보다 훨씬 크고 발달한 도시 느낌이 강하다. 터미널 근처에서 추어탕을 먹고, 요천을 가로지르는 춘향교를 건넜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원각사 전망대로 향했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뻔했다가 동네 주민분들의 도움으로 길을 무사히 찾아갔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원 시내의 풍경은 너무나 시원했다. 오르막 계단을 숨을 몰아쉬며 걸어온 보람이 있었다. 반짝이는 요천과 상하로 분리된 두 동네를 사이좋게 잇는 다리와 마을을 품고 낮게 펼쳐진 산의 등선. 인간이 높은 곳에 올라 아래 풍경을 굽어보는 것을 좋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렇게 시원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 속까지 시원해진다. 그리고 삶을 더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전망대를 뒤로 하고 덕음산 솔바람길로 향했다. 조그마한 숲을 배경 삼아 잘 닦여진 나무 데크길을 요리조리 구불구불 걸어 다음 목적지인 김병종 미술관에 도착했다. 이곳은 남원에서 태어난 화가 김병종이 자신의 고향인 남원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가까이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400점 이상의 대표작품들과 5000 점 이상의 자료와 도서를 무상기증하여 만든 미술관이다. 나는 다른 지역에 여행을 가면 꼭 그 지역의 특색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들르는데 오늘도 그러했다.



덕음산 솔바람 건강길


김병종 미술관




그리고 그 덕분에 또 한 명의 멋진 화가를 만나게 되었다. 삶의 생생함과 기쁨, 아이의 순수함과 천진난만함, 단순함과 대담성이 어우러진 그의 그림들은 발랄함과 자유로움이 넘친다. 생명 칸타타라는 이름으로 전시되고 있는 그림들은 모두 생명의 아름다움과 오묘함을 노래하고 있다. 자연스럽고 생동스러운 자연, 그 속에서 날아가는 새와 꽃, 부엉이와 학, 사람과 나무. 단순하고 유쾌한 선이 원시적이면서도 따뜻한 동심의 색을 만나 생명의 멋짐을 자랑하고 있다.





살아있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그리고 자유롭게 삶을 누리고 만끽하며 움직이고 숨 쉰다는 것은 더 멋진 일이다. 학을 타고 날아가는 사람의 해탈한 미소가 그런 멋짐을 보여준다. 빛나는 태양 아래 정열을 불사르며 연인과 얼굴을 마주하고 손을 잡고 탱고를 추는 춤사위는 삶의 자유를 보여준다. 빨가벗고, 나무 위에 물구나무 서거나 푸른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사람의 모습은 삶의 기쁨을 보여준다. 파란 바다와 창문, 바람에 흩날리는 커튼과 노란 화병에 흐드러진 알록달록 꽃들과 여유로운 오후의 햇살은 삶의 풍요를 보여준다. 해변의 언덕에 앉아 기타 소리에 넋이 나간 순간, 연인의 무릎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는 간지러움은 삶의 설렘을 보여준다. 

모두가 삶의 축제를 보여준다. 그의 그림 속에서는 지금 막 삶의 성대한 축제가 펼쳐지고 있는 중이다.









그의 그림들은 나에게 자유롭게 춤추고 헤엄치며 삶을 마음껏 즐기라고 말한다. 순수하고 천진난만하게 까르르 웃고, 행복을 노래하라고 말한다. 너무나 자유롭다. 행복하다.


이 여행이 끝나 일상이 찾아와도 나는 이제 무채색의 심심하고 따분한 삶이 아닌 자유와 열정, 축제와 놀이, 웃음과 색깔이 가득한 삶을 누리련다. 마음껏 행복하게 삶을 즐겨줘야지. 그의 그림처럼 멋지게 삶을 음미해야지. 행복을 누려야지. 건강하게 움직여야지. 삶을 깡충깡충 뛰어가야지. 잔잔한 삶의 풍경을 사랑해야지. 


아! 너무나 즐거운 미술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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