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행위> 릭 루빈
마치 처음인 것처럼 모든 것을 경험해보라. 육지로 둘러싸인 마을에서 평생을 살다가 태어나 처음으로 여행을 떠나 바다를 본다면 그야말로 극적이고 경이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평생을 그 근처에서 산 사람에게 바다는 그렇게 극적인 경험이 되지 못한다.
주변의 모든 것을 마치 처음인 듯한 눈으로 바라보면 모두가 있는 그대로 얼마나 놀라운지 깨닫기 시작한다.
예술가는 평범해 보이는 것 속에 숨겨진 특별함을 알아차리는 삶의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자신이 본 것을 세상에 내놓는 만만치 않은 도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놀라운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도록.
- <창조적 행위> 릭 루빈
→ 우리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주변의 모든 것을 마치 처음인 듯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선물받기 때문이다. 산에 살던 사람은 바다를 보고 경이로운 기쁨을 느끼고, 바다에 살던 사람은 산을 보며 극적인 즐거움을 느낀다. 주변의 모든 것을 마치 처음인 듯한 눈으로 바라보면 모두가 있는 그대로 얼마나 놀라운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예술가는 평범해 보이는 것 속에 숨겨진 특별함을 알아차리는 삶의 방식을 누리는 사람이다. 그들은 평생을 바다에 살면서도 매일 바다의 특별함을 알아차린다. 왜냐하면 그는 주변의 모든 것을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바라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깊이 바라본다. 천천히 행동한다. 공들여 음미한다. 집중하여 행동한다. 그는 자신의 전 존재를 던져 무언가를 바라보고 들으며 행동한다. 그리고 그 행위 안에 모든 즐거움과 놀라움이 담겨있다. 자신의 전 존재를 던져 무언가를 바라보고 들으며 경험하면 그 무언가 안에 숨겨진 놀라움과 아름다움이 저절로 내 가슴 안으로 들어온다. 남들은 보지 못하는 것이 나에게 보이는 순간이다. 그 순간 나는 세계가 나와 하나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나마 깨닫고 세상이 평범함이 숨겨놓은 특별함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 순간 나와 세계는 하나되어 새로 태어나게 된다.
나는 도보 여행을 좋아한다. 내가 도보 여행에 빠지게 된 여러 순간들 중 하나의 순간이 있다. 제주도의 올레길을 걷던 중 다리를 쉬게 하기 위해 어느 벤치에 앉았다. 발목을 돌리고, 종아리를 풀며 앉아 있는데 서늘하고 기분좋은 바람이 불어왔다. 눈 앞에 저멀리 아주 커다랗고 기다란 나무들이 서 있었고 나무들은 바람에 몸을 맏기며 기분좋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사삭 사사삭 기분좋은 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의 세계에는 나와 그 나무의 춤만이 있는 듯 모든 것이 사라지는 황홀한 기분을 느꼈다. 그냥 모든 것이 아름답고 순수하며 평화로웠다. 무한정 그 장면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싶었다. 나에게는 그 순간이 평범해 보이는 것 속에 숨겨진 특별함을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그리고 무언가에 온전히 집중하여 천천히 바라보고 들으며 경험하는 것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도보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런 순간을 내 삶의 디폴트로 만들고 싶기 떄문일지도 모른다. 주변의 모든 것을 마치 처음보듯이 어린아이의 눈으로 감탄하며 바라보는 삶의 태도를 나의 기본 태도로 심어주고 싶기 떄문일지도 모른다. 여행을 떠난 그 순간만을 특별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전체 모든 순간순간이 특별한 순간이 될 수 있도록 나의 태도를 만들고 싶다. 주변의 모든 것을 처음 바라보듯 바라보고 경이로움을 느끼는 태도, 평범해 보이는 것에 숨겨진 특별함을 알아차리는 태도, 삶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신의 선물로 받아들이는 태도, 모든 순간이 지구별에서의 특별한 휴가를 즐기는 순간이 되도록 그 태도를 나의 타고난 본성으로 만들고 싶다.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고 나에게만 보이는 것을 찾아라.
→ 세상에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이고, 창의성이다. 그 이유는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고 나에게만 보이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고 나에게만 보이는 것은 독특하고 개성적이므로 창의적이다. 그것을 표현하면 사람들은 색다른 관점과 시야를 공유하는 기쁨을 즐길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그런 색다른 관점과 시야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자신의 삶을 재료로 하여 실험하고 새로운 삶을 창조하는 사람.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를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사람.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인 이나가키 에미코 라는 사람은 50세에 퇴사하여 자신이 살고자 하는 삶을 살아보기 위해 자신의 삶을 실험대상으로 하여 흥미로운 시도들을 하고 그것을 책으로 쓴다. 그래서 그녀의 책을 읽으면 그녀가 자신의 삶을 재료로 어떤 실험들을 했는지 동참하여 간접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내 삶을 재료러 어떤 새로운 실험을 시도해볼 것인지 힌트와 영감을 얻는다.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고 나에게만 보이는 것,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고 나에게만 느껴지는 것,
다른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그런 것을 그냥 넘기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들다 보면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다. 나에게만 보이고 느껴지고 이상하게 여겨지는 것이 나를 만드는 개성이고 그 개성을 사람들의 공감을 토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창의성이다.
예술가는 삶을 의도적으로 천천히 경험하고 같은 것을 새롭게 경험하고자 한다. 천천히 읽고 다시 읽고 또다시 읽는다.
독서의 경험은 듣기나 먹기, 대부분의 신체적 활동과 마찬가지로 운전과 비슷하다. 우리는 자동조종장치를 사용하듯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운전할 수도 있고 의도를 가지고 집중해서 운전할 수도 있다. 잠결로 돌아다니는 몽유병 환자처럼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비행기가 착륙하기까지 하나하나 모든 행동에 적극적으로 주의를 쏟는다면 세상에 대한 경험이 얼마나 달라질지 생각해보라.
→ 잠결로 돌아다니는 몽유병 환자처럼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동조종장치를 사용하듯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행동한다. 그러나 예술가는 다르다. 그들은 삶을 의도적으로 천천히 경험하고, 같은 것도 새롭게 경험하며 비행기가 착륙하듯 하나하나 모든 행동에 주의를 쏟는다. 삶을 의도적으로 천천히 경험한다는 것은 속도와 효율성에 대한 추구를 버리고 그저 삶을 있는 그대로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내가 삶에서 만나는 것들이 천사이고 요정이며 엄청난 선물 꾸러미 인듯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러하다. 내가 삶에서 마주치는 것들은 나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것들이다. 그것들이 천사고 선물이 아니면 무엇일까. 그것들을 의도적으로 천천히 경험한다면 나는 그것들과의 놀라운 만남을 기쁘게 음미할 수 있다. 나는 이 지구별에 잠시 휴가를 받아 놀러온 신의 아이다. 지구별에서의 삶을 경험하고 창조하기 위해 잠시 인간의 몸을 빌려 놀러온 것이다. 그렇게 내 주위의 삶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기적이다. 깊이 바라보고, 깊이 생각하고, 천천히 경험하면 그 기적을 음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