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아지다사라지다 Jan 11. 2021

잠든 아이를 보며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요즘 참 슬프다

16개월에 모진 학대와 영양부족 고문 폭행 살인을 당한 정인이의 사건을 접하며 마음이 참 아프다

비슷한 개월 수의 아이를 키우고 있고

신생아 시절 걸음마 시절 그리고 지금의 미운 네 살 워밍업 시절까지 겪어왔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아기는 엄마의 품이 온 우주고 세상이다

엄마의 미소가 아이의 양분이며

엄마의 칭찬은 해내기 어려운 일에도 도전하는 원동력이 된다


정인이는 악마의 소굴에 입양되어

음식을 씹지 못한다고 꾸지람을 받았고

똥 치우는 게 귀찮다며 간편식만 먹었고

그마저도 온도 체크도 하지 않은 채 입천장이 까져도 지금이 아니면 언제 배를 채울지 몰라 울면서 받아먹었다

성인도 매운 청양고추소스를 먹어야 했고

잠이 별로 없어 늦게 자니 잘 돌봐달라는 위탁모의 부탁은 허공에 뜬 채 불 꺼진 작은방에서 저녁 7시부터 몇 시간을 혼자 하염없이 울다 배고픔과 울음 에지 쳐 쓰러져 잠들었다


그렇게 귀찮았으면서 그렇게 미워할 거면서

왜 입양을 했을까

친부모의 품도 몰랐을 아기를

정말 아프다 배고프다 소리도 내지 못하는

그야말로 아기를

왜 그렇게 학대해야 했을까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한 생물이 고통에 울부짖으며 반응하는 모습들을

재미있어하며

멈출 수 없었을 것이다

반복된 폭력과 폭언 그리고 고문

신체 부상과 영양 부족으로

아이는 울 힘 조차 대항할 힘 조차 소진된 채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처럼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을 것이다


사망 3개월 전 위탁모가 아이를 보고 싶어 만남 요청을 했다

그 날의 사진 속 정인이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 드디어 탈출하는구나

맞지 않아도 굶지 않아도 되는구나

위탁모 품에 안길 수 있겠구나

짧은 시간 얼마나 설레고 행복했을까

그러다

결국 악마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얼마나 상심하고 상심했을까

내가 너무 허망한 꿈을 꾸었구나

혹여 자책하진 않았을까


작디작은 아기

몸무게 8킬로로 학대를 견디다 떠나버린

꺼져버린 한 생명

웃는 미소가 까마득히 예뻐

차마 믿을 수 없는 사라짐


허무한 질문들만 맴돈다

왜 그래야 했을까

왜 꼭 그래야 했을까

왜 뼈가 부러져야 했을까

왜 굶어야 했을까

왜 밥 대신 피와 염증이 배에 찼을까

왜 췌장이 끊어졌을까

무슨 충격으로 기어이 숨이 끊어졌을까

나는 좋은 부모일까?

나는 과연 쭉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나는 매일 미안한데

더 못 안아 줘서 미안하고

밥 남겼다고 호통쳐서 미안하고

냄비 뚜껑을 장난감 집에 숨겨놨다고 혼내서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한데


이 시간

숨어서 고통받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제발

어른이라면

미안해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받은 상처는

곪고 곪아 병이 된다

그것은 사회의 병이기도 하다


아프다

마음이 너무 아파

금은보화는 못 줄지언정

따스한 품이라도 원 없이 내어주는 부모가 되려는데

매일이 아프고 아픈데


아가야 넌 얼마나 아팠니

얼마나 체념했니

숨이 끊어지는 순간에도 넌 혼자 집에 남겨져

무슨 생각을 했을까


차마 면이 안서

미안하단 말도 못 하겠어


그냥 가슴이 아려 계속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때문에 임종도 못 할 지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