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손은 크고 두텁고 거칠었다.
큰 고목의 나이테처럼
오래되었지만 단단한 밀차의 낡은 바퀴처럼
바쁜 칼질에 생채기가 나도 약을 바르지 않으셨다.
“할머니. 손가락에서 피나는데 왜 밴드 안 붙여?”
“괜찮여. 바르면 뭐혀. 어차피 물 다면 또 벗겨질 거.”
할머니는 허리와 무릎이 아프다면서 간판도 없는 동네 이웃집에 가서 양손 한가득 침을 맞는다.
어린 나는 물끄러미 그 기이한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루 세끼 밥상과 간식을 차려낸 그 손은 요 위에서도 쉬지 못하고
나에게 달려드는 모기를 쫓기 위해 힘겨운 부채질을 해 댔다.
그 손으로 할머니는 여덟 명의 동생과 두 명의 자녀와 나를 길러내셨다.
억센 그 손은 이제 거동하지 못하는 몸과 함께 힘없이 졸아졌다.
얼마 전 내가 아기를 안은 모습을 사진으로 봤는데
지친 얼굴보다도, 탈모가 와서 허전 해진 앞머리보다도
제법 굵어지고 주름진 손이 눈에 들어왔다.
무럭무럭 자란 아이만큼이나
내 손은 낡아 있었다.
그리고 나를 기른 사람들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모진 바닷바람 견디어낸 돌처럼 단단하지만 마냥 곱지는 않은
갇힌 어장 바닥의 가오리처럼 고독에 축축이 젖어
결코 당연하지 않은 일
설거지를 하는데 손가락 하나가 쓰라려서 쳐다보니
나도 모르는 새 상처가 나 있었다.
방금 생긴 상처가 아니라 굳은살이 더욱 차오르고 그것이 견디다 못해 쩍 갈라진 것이었다.
깨어있는 동안은 계속 물이 닿으니 자기 전에라도 핸드크림을 발라야지 마음먹지만 막상 새벽이 되면 곯아떨어지기 바쁘다.
내 손을 보니
할머니의 손이 떠올랐다.
그토록 단단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상처를 견디어냈을까
사진을 찍을 때 예전에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는데
이제는 손을 먼저 가리게 된다.
아마도 내 손이 늙어간다는 것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