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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아지다사라지다 Mar 29. 2023

가끔은 눈이 멀었으면 싶어

이런 전쟁을 너는 모를 거야.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먼지 부연거리를 헤매고

밭을 매는 소처럼 우직하게 유모차를 밀고.


햇볕에 익은 곡식처럼 엄마와 아이가 서로 바삭하니 익어가는 그 풍경을 너는 모를 것이다.


네가 평생 알 수 있을지 의문이다.  


너도 부모인데 왜 나만 그걸 알아야 될까.


아기가 모기에 물릴까 탭댄스를 추는 것도 나뿐이지.  


먹기 싫어 투정 부리는 아기.  한 숟갈이라도 배에 넣으려고 오만보씩 뛰어가며 안절부절못하는 어미의 심정은 어미가 아니고서는 모른다.


그것이 오 년이 되고 십 년이 되고

작은 산 큰 산 너머 바다까지 가겠지만.


그 지점까지 어찌 갈지. 무엇을 타고 갈지. 무엇을 더 짊어지고 갈지. 아득하고 까마득해서 가끔은 눈이 멀었으면 할 때가 있다.


제 눈을 가리고 숨는 꿩처럼. 가끔은 내 눈을 가리고 숨고 싶다.  숨은 게 아니지만.  도망갈 수도 없으면서도. 아주 가끔은 그러고 싶은 거다.


흙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싶을 때.

한 없이 추락할 때야 비로소 한 번씩 건네는.   

동냥하는 거지에게 건네는 동전처럼 툭 툭.

옛다 받아라.

이걸로 목이나 축이소 하는 그 몇 닢처럼.

그것으로 하루하루 연명하며 염병하는 삶.  





뭐 하러 감옥을 짓나요. 벽돌 아깝게.

그저 새끼 하나 둘 낳게 하면 발 디딘 곳이 죄다 감옥인걸.


쇠창살이 왜 필요하다요.  

내 새끼가 걷다 멈춘 곳이 죄다 쇠창살로 둘러졌소.  


어디도 못 가.  어디를 갈  있겠소.  

어디를 간들. 어디로 갈  있겠냐 하는 소리요.

그곳이 어디든지 간에.  애당초 어디를 갈  없는 운명이라는 말이올시다.  

걸어서든 차를 타든 갈 수는 있지요.  

 간다 혀도 그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소리지.

세상 끝을 갈지라도. 심지어 저승을 가더라도. 그곳은 내 집이 아니라는 소리여. 그게. 똥을 찍어 잡숴 봐야 똥인지 알어.


한번 가보시게. 당신이 그곳에서 뭣을 할 수 있는가.  자식 잃은 고라니처럼 빽빽 울기나 하지.

앉지도 못 하고 서지도 못 하고 이리저리. 

하늘도 못 보고 땅도 못 보고 우두커니.  

애꿎은 발 뒤꿈치를 손으로 긁어대고.

밖에는 해가 지고.

너의 마음도 무너져 내리겠지.  

하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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