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많은 악재가 있었지만, 그중 최강 사건을 뽑자면 금전 사기다.
그것도 온라인 금전 사기..... 보이스피싱...
우린 만나지 못했지만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했고, 서로의 사진을 봤고, 영상통화도 했다.
너는 외국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네가 나에게 준 사진을 내 친구가 보더니 하는 말
"야. 여기 한남동 나인원 화장실이네. 풋."
아...... 그때까지도 난 설마 했다.
네가 정말 모든 돈을 다 받고 잠수 타기 전 까지는. 널 믿었다. 바보같이.
보이스피싱의 맹점은 당한 사람이 스스로를 자책하여 신고율이 낮다는 것이다.
나 역시 수 없이 내 가슴을 돌로 쳤다. 얼마나 멍청하기에, 얼마나 생각이 모자라면 그런 범죄에 당할까.
직장에서 독종 소리 들으면서 일하던 내 모습이 아닌데 이건.
통장에서 돈이 사라졌다는 사실 보다도,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 더 컸다.
그보다 더 나를 괴롭히는 것은 나에 대한 질책이었다. 내가 나에게 하는 질책과 비난들.
나는 더욱 궁지에 몰렸고 스스로 움츠러들었다.
고소를 위해 지난 대화 기록을 전부 타이핑하면서 더욱 자괴감이 들었다.
이런 바보 같은 대화에 빠져들다니. 믿을 수 없어.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친구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다.
"야. 이거 지금 사진 우연히 봤는데, 이거 니 돈 띠어먹고 잠수 탄 애 아니니? 머리스타일만 좀 바뀌고 얼굴 맞는 거 같은데?
정말이었다. 비슷한 외모라고 하기에는 목소리, 입술의 움직임, 제스처, 피부색 모든 게 같았다.
심지어 싱글남으로 강아지를 키운다고 했는데, 와이프와 강아지 두 마리를 다정히 안고 있었다.
또한 나에게 언급했던 외국의 엔지니어가 아닌, 한국에서 의류 쇼핑몰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 한국을 떠나 영어밖에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옷의 품질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의 계정에는 수많은 국내, 국외 여성들이 사진 도용을 주의 히라, 같은 사진의 남자가 자신들에게 돈을 요구했다며 메시지를 남겼다. (아마도 그 여자들은 영상통화를 안 했나 보다)
날로 번창하는 듯한 그의 사업을 보니, 참 잘 살고 있었구나. 그래서 (잘 사니까 내 돈은 갚을 수 있니?)
값을 의사가 없더라도 법망을 피해 가는 것은 불가능하단다.
그리고 나 이와의 수많은 피해자 분들께도 얼마나 상심하셨는지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다.
To be continued
한 줄 요약: 죄짓고는 못 산다. 곧 보자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