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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아지다사라지다 Nov 04. 2022

내 일상의 산소호흡기

ti amo 라라

내가 9살 때쯤 되었나. 학교에서 단체로 설악산에 갔었다. 산을 타본 경험이 없어서, 미끄러운 샌들을 신고 갔다. 산 입구까지만 가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중턱까지 가버렸다. 산을 올라가는 건 그나마 괜찮다. 문제는 하산이다.


옆에는 계곡에서 물이 시원하게 흘러내리고 있었고, 우리 일행들은 습기 어린 돌계단을 신나게 내려가고 있었다. 내려가는 길목에선 속도가 붙는다. 친구들의 리듬에 맞추고자 나도 정신없이 쓸려 내려가고 있었지만, 내심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인가. 나는 오늘 내 육신을 놓아주어야 하는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정신이 혼미해질 때 즈음, 누군가 뒤에서 내 손을 덜컥 잡았다. 행렬 중간에 배치된 중학생 안전요원이었다. 그 사람이 내 마음을 어떻게 알고 내 손을 잡았는지는 모르겠다. 걸음걸이가 유독 비틀거렸기 때문이겠지만. 아주 절묘한 순간이었음은 확실하다. 나는 감사한 마음에 뒤를 돌아 그의 얼굴을 쳐다보고 싶었지만, 그는 매우 피곤한 표정으로 "빨리 가"라고 말했다. 그곳에 로맨스는 없었다.




인생을 살면서 가끔 나 자신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내 일상에 아무 문제가 없을 때에는 누군가 바보 같은 소리를 하면 질책을 하곤 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바보 같은 소리를 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라. 인생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를 '좋은 일', '나쁜 일'이라 규정하지 말고 '이런 일', '저런 일'이라고 표현하란다. 좋은 말 이긴 하지만, 아직 내가 그 정도 레벨에 도달할 만큼 마음공부는 하지 못했나 보다.


하지만 감사한 일은, 내가 그렇게 방구석 웅덩이에 빠져있을 때 꼭 누군가는 문 앞에 와서 노크를 한다. 그들 중엔 친한 친구도 있고, 일면식 없는 사람들도 있다. 어쩜 그리 신기하게 물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그때를 알고 찾아오시는지. '이제 그만 누워있고 털고 일어나 인마.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래. 뭐라도 해야지.'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비루한 나에게 손 내밀어준 분들 중엔 라라 크루도 있다. 라라가 있어서 글도 다시 끄적거려 보고, 사람들이 읽어주기까지 한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행복이다. 라라에 초대해준 대장님 그리고 크루들 덕에 내가 오늘 하루 숨 쉴 수 있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그들은 글로 소통할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입에 산소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는 사실을 라라 크루가 알았으면 좋겠다.


한 줄 요약: 라라 크루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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