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그리워도 그리워만 해야 할 때가 있어요.
당장 만나서 손을 어루만지고 볼을 비비고 싶어도
선뜻 갈 수 없을 때가 있어요.
나는 가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데, 그걸 말로 표현하면 구차한 변명이 될까 봐 입도 열지 못할 때가 있어요.
백 마디 천 마디 말을 동원해서 나의 그리움을 표현하고 싶어도
가슴속에 온갖 사랑의 단어가 넘쳐흘러도
큰 숨 한번 내 쉬고 고개를 돌릴 때가 있어요,
당신을 만나러 가는 상상을 하며 싸놓은 가방은 아직도 그대로 있어요.
그새 먼지가 조금 쌓였더라고요
아주 가끔 마음이 덜 아플 때 가방을 열어 보곤 해요
당신의 체취가 담긴 팔찌를 두 손에 담아 코에 대고 숨을 들이마셔요
그리고 기도해요
곧 당신을 만나게 해달라고
당장 갈 수 없다 해도
때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기도밖에 없을 때가 있어요.
하늘에 달이 예쁘게 떠있네요
당신도 그쪽에서 나와 같은 달을 보고 있나요
나를 바라보던 반짝이는 눈으로 저 달을 보고 있나요
당신의 눈이 유독 빛나는 이유가 눈물 때문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어요.
우리는 긴 기다림의 강을 건너고 눈물의 바다를 지나
결국 만날 거예요.
그때 당신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 솔직히 두려워요
하지만 더 두려운 건 당신을 영영 못 보는 거니까
당신이 나를 모르고 지나치더라도, 그 짧은 재회에 만족하며 살아가야겠지요.
나는 오늘도 당신을 그립다고 말하면서 발을 떼지 못해요
하지만 시간은 계속 흐르고
우리들의 이야기는 정체될 수 없죠
그래서 가끔은 바람에 이는 낙엽처럼 무언가가 나를 당신 앞으로 데려다 놓았으면 해요
그런 맥없는 상상을 하며 오늘도 바보 같은 하루를 보내요
나는 온 힘을 다해 당신을 그리워하다
지쳐서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요
당신은 어떻게 지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