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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아지다사라지다 Oct 18. 2022

육아하면서 듣기 싫은 말들

예민해 지기 싫지만 너무 삶이 고되어서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나 : 친구야. 애 키우는 거 진짜 힘들어. 장난 아냐. 매일이 전쟁이야.


친구: 암. 그럼. 힘들지. 근데 뭐 아들이 커서 나중에 효도하겠지. 넌 좋겠다 야.


(효도받을 생각도 없고, 이대로라면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을지도 모르겠네)


 


남편: 애 교육은 엄마가 해야 되는 거 아냐?


나 : 하......


(그건 새로 생긴 헌법인가?)


 


남편: 집 좀 치우라고 쫌


:......


(치우는 속도보다 어지르는 속도가 더 빠른데 어쩌라고)


 


나 : 엄마. 애 키우는 거 이렇게 힘든 거였어?


엄마: 나도 다 너를 그렇게 키웠어. 엄마 되는 게 쉬운 줄 알았니?


(엄마. 나 어릴 때 할머니한테 나 맡기고 놀러 다닌 거 다 알아)


 


엄마 친구: 애가 엄청 순하네. 이렇게 순하면 발로도 키우겠다.


나 : 아...


(엄마 돼본 게 처음이라 순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나 : 아빠. 손주 보고 싶어? 데리고 갈까?


아빠: 코로나 걸릴까 걱정되네. 코로나 끝나면 와라.


(응. 그래. 이십 년 뒤에나 보지 뭐)


 


상사: 애기 보느라 힘들지? 그래서 둘째는 언제 낳아?


나 : 네?


(부장님. 육아하기 싫어서 주말에 회사로 피신 오는 거 다 아는데요.)


 


지나가던 할머니: 아이고. 애기 춥겠다.


나 : 아 네...


(아기는 생각보다 열이 많습니다.)


 


지나가는 할머니 2: 아이고. 제일루 이쁠 때네


나 : 아 네... 이쁘죠. 네.


(제일로 힘들 때 아니고요?)


 


친구: 주말 잘 보냈어?


나 : 아... 나는 주말이 따로 없어.


(평일보다 힘든 주말 육아를 너는 모르지)


 


외국인 친구: How are you?


나 : Same old cra*


(같은 대답 하기도 지친다)


 


시아버지: 너는 엄마 사자다. 어미 사자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다 한다.


나 : 아 네...


(아빠 사자는 어디로 갔을까요)


 


시어머니: 애기가 또 감기에 걸렸네. 어미 젖을 덜 먹어서 그런가.


나 : 아...


(어머니. 함몰 유두라서 모유 수유 못하셨다면서요)


 


 


 


누군가가 힘들 때. 위로를 해 주고 싶을 때. 위로는 어둠 밖으로 나오라고 재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둠 속에 함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육아는 조부모님 또는 같은 처지의 엄마들끼리 함께 하는 게 가장 든든하고 즐겁다. 하지만 여러 가정적인, 사회적인 이슈나 환경으로 인하여 육아를 홀로 짊어지고 끙끙대는 엄마들이 많아지고 있다. 손을 잡아 줄 수 없다면 가장 듣고 싶은 말 한마디만 해줬으면 좋겠다.


 


“오늘도 힘들었지?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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