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버를 타기 싫었냐면 그 이유는 내가 자초한 것이긴 한데, 애초에 처음 택시를 탈 계획이 없었는데 택시를 탔다. 그 자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또 택시에 기대서 편하게 가긴 싫은 마음도 컸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이 너무나도 비쌌다. 우버를 탔을 때는 36유로 정도였고, 확실히 우버가 저렴했다.
공항 앞에서 탄 일반 택시는 28유로 정도였다. 거리는 2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가격은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죽어도 타기 싫었지만, 결국 탔다. 하루에 거의 80유로 정도를 썼는데.
그 사실도 정말 마음이 아팠다. 돈도 없는데 돈만 많이 썼다. 돈도 없으면서 자기 몸 편한 것만 생각했다.
참 돈 때문에 초라했었다. 지금도 다르진 않지만.
그래도 일단은 집으로 간다는 생각에 정신도 몸도 조금은 편안해졌다.
K를 만났다. 서로 어색한 인사말만 나눈 뒤 K는 바게트를 사러 잠시 집 앞 가게 들렀다.
K도 퇴근하는 길이었다. 조금은 지쳤을 것이다. 나보단 아니었겠지만
K의 집은 2개의 정문을 통과한 뒤 5개의 층을 올라야 했다. 계단으로
다행히 나는 산뜻한 배낭 하나만을 매고 있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K도 짐이 정말 배낭 하나냐라고 묻기도 했다.
나는 기쁜 마음과 피곤한 상태에 기대어 오늘의 일들을 오래된 친구에게 얘기하듯 마구 뿜어대었다.
타지에서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라 그런지 심적으로 가깝게 느꼈다. 그래서 편안하게 생각했다.
K가 나를 위해 함께 마실 와인을 준비했다. 그리고 음식도 준비해 줬다.
나는 피곤한 탓인지 금세 취했던 것 같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취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함께 식사와 와인을 마시며 얘기를 했다. 왜 왔는지 어떻게 지내고 있었는지 여기서의 삶은 어떤지와
K가 느낀 이곳에서의 감상들 좋은 영향을 느낀 부분들을 아주 가감 없이 얘기를 해주었더라.
K는 프랑스인 남자친구가 있다. 그들은 오픈 릴레이션쉽이었다. 나는 처음 듣는 단어였는데
서로 사랑하는 상태임에도 각자 섹스어필이 느껴지는 상대가 나타나면 섹스는 물론 그와 관계를 맺어도 되는 것이다. 섹스뿐 아니라 사랑이 느껴지는 것도 섹스에 포함이다.
아무튼 각자 그런 상태임을 나에게 말했다. K는 이곳에서 지내며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특히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서나 생각의 가지가 다양해진 듯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나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이런 관계이니 너랑 나는 섹스를 해도 상관없어. 그러니 너만 괜찮으면 우린 하는 거야.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도 아주 직접적으로
그리고 K는 따로 준비한 매트리스가 있지만 자기 침대에서 자도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