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30분이었지만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던 그들이 도착했다. 반갑게 인사를 했다. 처음 본 G의 인상을 되새겨 보자면 가죽으로 된 핸드백과 가죽으로 된 자켓을 입고 있었다. 자켓과 가방의 가죽 컬러가 은근히 비슷해서 저런 빈티지스러운 컬러를 좋아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억이 난다. 참고로 K는 항상 같은 옷을 입는다. 파리에 와서 알게 된 사실인데 항상 같은 옷을 입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한국에서 패션에디터로 일을 했었다. 그래서 반가움과 동시에 놀람도 있었다. 그녀는 꽤 다른 이유였지만 같은 생각을 조금은 공유했단 생각에 반가웠다.
우리 셋은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자리로 갔다. 웨이터가 몇 명이냐고 물어봤을 때 나는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그래서 후에 그들에게 물어봤다. 몇 명이냐고 물어본 것이고 우리는 3명이라고 답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3명을 불어로 뭐라고 하냐고 했다. 그들은 조금은 당황한 기색으로 알려주며 불어를 어느 정도 하냐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당시 나는 파리에 온 지 1주일도 되지 않았었기에 일전에 얘기했던 수준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당연히 숫자를 말할 줄 모른다고 했다. 처음 왔을 때 첫 인사과 감사인사만 알고 왔다고 했다. G는 흠칫 놀란 듯했지만 이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 탓인지 그러느냐라고 답하고는 자리로 곧장 향했다. K는 이런 내 수준을 이미 알고 있어서 가벼운 웃음만 보였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니 정말 큰 장소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나 혼자서는 절대 밥을 먹지 못했겠다고 생각했다. 웨이터에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은 후 메뉴판을 살펴봤다. 그들은 나에게 무엇을 먹을 거냐고 물어봤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지 못한 것 같다. 나는 번역기 사진어플을 켜서 메뉴판을 봤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당시 나는 피순대를 주문했다. 아마도 번역기가 잘못 번역한 것을 보고 순수한 고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전식으로 달팽이 요리를 주문했다. 프랑스인들이 즐겨 먹는 전식 중 하나이다. 바질향이 강해 생각보다 입맛에 잘 맞았다.
프랑스는 메뉴판을 먼저 받고 메뉴판을 가지런히 두거나 덮어두면 웨이터가 그 모습을 보고 주문을 받으러 온다.
나는 잘 모르지만 그들이 잘 알기에 웨이터를 손짓으로 부르는 참사 없이 웨이터가 우리에게 왔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다음에 있었다. 프랑스는 대체로 자기가 먹을 음료나 술 음식은 직접 주문한다. 한 사람이 모든 메뉴를 정리해서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각자 먹을 것을 말하였고, 내 차례가 되었다.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지만 K가 나에게 알려준 이것저것이라는 단어 ça, la가 기억이 나서 2개로 잘 주문했다. 지금도 자주 쓴다.
우리는 와인도 함께 주문했기에 와인이 먼저 나왔다. 본격적으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