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했던 프랑스에서의 환상이랄까 테라스에 앉아 친구들과 식사를 하면서 와인을 함께 마신다.
서로가 하고 싶은 말이 넘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다 이런 것들이랄까.
나의 첫 레스토랑은 나의 환상과는 거리가 꽤 있었다. 우선 앞서 말했듯이 그곳은 저렴하게 프랑스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맛과는 별개로 구조 자체가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공간이 설계되어 있다. 테라스는 없었다.
그래서 내부는 사람이 가득 있었고 웨이터는 여유가 없어 보였다. 그래도 괜찮았다.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는 서로의 잔을 부딪치거나 할 때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는 것이 매너이자 예의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 세명은 그 얘기를 들으며 서로의 눈을 마주치면서 건배를 했다. K와 G는 꽤 익숙한 듯한 모습이었고 나는 아직은 어색하지만 뻔뻔하게 그것을 함께했다. 곧이어 달팽이 요리가 먼저 나왔다. 생각보다 그들은 달팽이 요리를 즐겨 먹지 않았나 보다 먹는 방법이 조금은 까다로운데 꽤 버벅인 듯한 모습이었다. 내가 경험하길 바라서 같이 주문한 듯했다.
우리들은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감상 비슷한 얘기들이었다. 나는 G에게 프랑스로 오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그곳에서 대화에 집중을 하지 못했나 보다. G와 나는 동갑내기였다. 그것은 추후에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서로 존댓말을 했고 스스로는 G가 나보다 연상인 줄 알았다. 이제 각자의 요리가 나왔다. 아마도 K는 스테이크를 주문했고 G는 파스타를 주문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주문한 피순대가 나왔다. 내가 생각한 음식이 아니어서 놀란 마음이 있았지만 오히려 새로운 음식을 경험하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설레는 마음도 동시에 들었다. 피순대는 부드러웠다. 나이프로도 잘 썰리고 다진 고기와 같은 식감이었다. 메쉬포테이토가 같이 나오는데 간도 적절하고 피순대와 잘 어울려서 거부감 없이 먹었다. 후에 찾아보니 부댕누아르라는 음식이었고 블랙푸딩이라고 불리리도 하나보다.
식사를 다 마치고 후식을 주문했다. 전통적인 프랑스 식사코스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이스크림을 시켰고 나는 주문하지 않았다. 달콤한 것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돈은 더 쓰고 싶지 않았다. 디저트까지 다 먹은 후 우리는 결제를 하기 위해 웨이터를 기다렸다. 웨이터는 결제 단말기를 가져온 채 우리를 기다렸다. 우리는 각자 먹은 것을 계산했는데 그들이 나를 도와줬다. 그래서 결제할 당시 패닉은 없었다. 프랑스는 각자 페이를 계산하는 문화가 보편적으로 강하다. 누군가가 도맡아서 사는 경우는 흔치 않다.
나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우리는 자연스레 맥주를 마시러 주변 펍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