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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꺼운안경 Aug 16. 2024

파리의 저녁

4월의 프랑스는 정말 추웠는데 날이 춥다 느껴 옷을 꽤 껴 입고 나가면 걸어 다니는 동안은 덥고 가만히 있으면 추웠다. K의 집에서 지낼 때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추웠다.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나처럼 옷을 두껍게 입은 사람도 있었지만 대체로 가벼운 옷차림을 입고 있었다. 나만 추운 것인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항상 위아래로 내의를 입고 그 위에 스웻셔츠를 입은 후 경량패딩까지 입고 잤다. 그래도 아침이 되면 추위에 떨며 일어났다. 날도 항상 흐렸는데 그래서인지 괜히 울적하기도 했다. 


우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 테라스가 있는 펍에 갔다. 처음 파리의 저녁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사람들도 북적였고 테라스는 모두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각자 이야기하는 소리가 모여 도시가 굉장히 시끄러웠다. 근데 거슬리지 않고 생기가 있는 모습이었다. 괜히 나까지 흥분되는 분위기였다.

자리에 앉아 맥주를 시켰다. K는 술을 즐겨 마시지 않아 따듯한 차를 시켰다. 자리에 앉아 술까지 마시고 있자니 추워지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한창 하다가 조용해지는 순간이 생기면 추위를 계속해서 느꼈다. 우리가 펍을 나오기 전부터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우리가 자리를 나설 때까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전부터 테이블 위에는 잔이 수두룩했다. 그들을 보며 춥지 않은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이 이야기를 적으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야기에 집중했을 때 추위를 잘 느끼지 못했던 것처럼 그들도 비슷하겠다. 혹은 계속 대화에 집중하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나뿐만 아니라 G와 K도 추웠던 탓인지 우리는 30분 정도 후에 자리를 떴다. 바로 앞에 있는 사거리에서 헤어졌다. G와는 다음에 또 보자는 인사말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G를 연상으로 생각했다.


G는 말이 정말 빨랐다. 본인이 그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조금은 낯을 가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어딘가 당당해 보이지 않았다.

사실 G의 외모는 객관적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었다. 당시에는 애인도 없었다. 추측을 해보자면 이런 부분이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생각했다. 자신에게 대시하는 사람이 없다. 사랑 넘치는 도시 파리에서 그런 관계가 없었다. G는 곧 한국으로 떠난다. 이런 복합적인 것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의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K와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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