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k의 지인들을 만나러 갔다. K의 직장동료인 G와 또 다른 직장동료의 친구인 가영(가명)이다.
G는 나와 K와 마찬가지로 워킹홀리데이를 왔다. 가영은 프랑스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G와는 사실 두 번째 만남이었는데, 일전에 K와 같이 저녁을 먹었을 때 G도 함께 왔었다. G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옆에 가영 씨에게도 인사를 했다. 그 둘은 미리 자리에 앉아있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게 가고 있었는데 참 어색함 없는 모습이 신기했다. 거의 초면에 가까운 사이이지만 나의 존재가 거리낌이 없었다.
왜인지 나만 어색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전에 K와 대화했을 때 충청도 사람의 특징이 있다는 말을 K가 했다. 나는 그런 것이 있냐며 신기해했고 K는 너는 충청도인 같은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나는 계속해서 신기해하고 있었고 K는 그런 나를 재밌어했다.
커피를 마시던 중 K가 그 대화를 꺼내며 가영에게 나의 고향이 어디인 것 같냐고 물었다.
가영은 단번에 충청도라고 했다. 그 대답에 나는 한번 더 놀라며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다. 가영도 K와 비슷하게 충청도인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느린 사람 같다고 하면서. G는 옆에서 가만히 있었다.
계속 대화를 했다. 나도 어쩔 때는 말을 하고 질문도 하고 구면인 G보다는 가영에게 그것이 조금 집중되었다.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쌓인 K와 나의 일들을 서로 쳐다보며 K와 히히덕거리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K에게 의지하고 있다고도 생각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내심 G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종종 G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G가 나에게 조금 툴툴거린다고 나는 느꼈다. 왜 그런 걸까 하는 마음만 남았다.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왔다. 그들은 예정대로 영화를 보러 갔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왜인지 모를 씁쓸함도 같이 가지고 왔다. 나도 같이 영화를 보고 싶었나 싶었다.
밤 시간이 되기 전에 K가 들어왔다. 각자 잘 준비를 마치고 K는 자신의 남자친구와 영상통화를 했다. 그들은 매일 밤마다 정해진 시간에 영상통화를 한다. 통화를 마친 후 K와 얘기를 했다. 자연스레 영화 얘기를 했다. K와 내가 동시에 좋아하는 겹치는 영화감독이 있었다. 그래서 기분 좋은 대화를 했던 것 같다.
전에 K, G와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그날이 처음으로 레스토랑을 간 날이다. 프랑스의 레스토랑은 정말 비싸서 쉽게 가지 못하는데 그곳은 나름 합리적인 가격으로 K도 몇 번 가봤다는 추천을 받아서 간 것이다.
우리 셋은 레스토랑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 둘은 일을 마친 후 오기로 되어있었다. 그래서 조금 늦었다.
레스토랑은 인기가 꽤 있는 곳이어서 줄을 서야 했다. 먼저 장소에 도착한 나는 혼자 줄을 서고 있었다. 그들은 30분 정도 늦게 왔는데 전시회에서 홀로 줄을 서 본 경험이 있어서일까 꽤 괜찮았다. 물론 아직도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다른 몇몇 이들도 혼자서 줄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곧 그들의 지인들도 하나둘씩 합류를 해서 어느 센가 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 중에서 혼자인 사람은 나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여러 방향으로 K와 G를 기다렸다.
그리고 K와 G가 도착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