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어, 내가 미워
겉모습으로는 아무 걱정 없이 밝게만 살았을 것 같은 20대의 내담자가 상담실을 찾았다.
상담을 진행하며 어렵게 그와 아이컨택을 했는데 그의 눈엔 슬픔이 한가득이었다~
머뭇거리는 그의 마음에 들어가기 위해 Lifecycle을 그리게 했다.
Lifecycle : 태어나서부터 지금의 나이까지 기억나는 일들을 수직선 상에 그려보는 것인데 좋았던 기억은 위쪽에(좋았던 크기만큼 위쪽으로) 점으로 표시하고 힘들고 속상한 기억들은 아래쪽에(속상했던 기억만큼) 점으로 표시한다. 점 옆에는 나이와 기억의 제목을 쓴다. 마지막에는 각 기억들의 가치값을 매겨본다. (+,-) -이건 제가 Lifecycle에 나름대로 적용하는 기법입니다.
Lifecycle을 통해 가치값으로 계산해 본 결과 그는 마이너스의 삶을 살고 있었다.
(좋았던 기억 점수들이 꽤 있었음에도 마이너스 점수를 크게 준 게 있어서 합계는 마이너스였다)
‘삶의 어떤 순간이 내 삶을 마이너스가 되게 만들었을까요?’
머뭇거리던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6살 때 누나와 엄마차를 타고 있었는데 내가 장난으로 싸이드브레이크를 내리는 바람에 차가 미끄러져서 두 사람이 중경상을 입었었어요”
‘그랬었군요.. 6살 어린아이가 얼마나 놀랬을까요? ’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다친 분들은 치료를 다 마쳤고 그 일도 잘 마무리되었다고 했다.
어린아이들을 위험상황에 놓이게 만든 어른들의 실수라고 생각이 들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부모님이 여러 가지로 힘드셨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는 작은아이는 더 죄책감이 깊어만 갔다.
누군가가 다쳤기에 그분들께 집중이 되어서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느꼈을 심리에는 아무래도 관심을 줄 여유가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20년이 훨씬 지난 일인데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기억들이 그동안 얼마나 그를 괴롭혔을지 눈에 보였다.
그는 몸을 부르르 떨며 그 시간을 떠올렸다.
‘6살의 어린아이가 되어서 그 순간의 마음을 얘기해 보세요.’
“너무너무 무서웠어요. 나 때문에 두 사람이 다쳤어요. 차가 그렇게 될 거라고 전혀 생각 못했어요. 나 때문에... 나 때문에..”
그가 큰소리로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죄책감에 시달리며 얼마나 자신을 미워하며 살았을까?
가끔 뭔지 모르는 생각에 빠지면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6세 아이의 역할을 맡아줄 다른 사람을 세우고 그 순간의 감정을 얘기하며 울어달라고 부탁했다.
“나 때문이야.. 내가 실수해서 그런 일이 생겼어. 나는 나빠.. 그런 내가 싫어.. 나 때문이야..”
그에게 내가 물었다. ‘6살의 OO 씨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어떤 마음이 드세요?’
그가 대답했다. “안쓰러워요~ ”
‘어떻게 해주고 싶은지 아이에게 찾아가서 직접 해보세요~’
“아이야~ 울지 마.. 넌 겨우 6살이었잖아. 몰라서 그런 거잖아. ”
‘그래요~ 그건 사고였어요. 6살 아이는 몰라서 그런 거예요. 6살 아이를 이제 용서해 주세요.’
그는 6살 아이를(대역) 안고 많이 울었다.
“괜찮아.. 괜찮아.. 너 때문이 아니야.. 지금까지 널 미워해서 정말 미안해.. ”
20년이란 시간은 정말 길었다.
특히 눈물을 가득 담고 살았어야 했던 상처받은 어린아이의 20년은 200년만큼이나 길었을 것이다. 열정 넘치는 20대의 아직 남은 시간을 두배로 의미 있게 살아보길 권유했다~
초록별쌤의 말:
갑자기 일어나는 사고 앞에서는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확인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특히 아이들을 양육하는 양육자의 입장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겠지요.
이 사례처럼 사고를 만나버린 경우엔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만져줘야 합니다.
부모의 부주의했던 부분을 사실대로 설명하고 그 사고의 책임을 크게 나눠가져야 합니다.
아이의 실수도 얘기해줘야 함은 당연하고요.
다친 사람과의 진솔한 대화도 필요합니다.(사과와 소통)-아이가 직접 그들을 만나진 않더라도 부모가 그분들과 나눈 좋은 대화들도 들려줘야 합니다. (아이는 그분들이 자신을 엄청 미워하고 나중엔 복수할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쉬쉬' 하며 덮어버리려는 데서 감정은 더 염증이 납니다.
그렇게 생겨난 염증은 쉽게 나아지질 않습니다.
혹시 자신의 마음에도 염증이 난 부분이 있다면 꺼내서 한번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그 순간에 자신을 이해해 보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