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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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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Mar 09. 2020

양 극단의 두 마음

두 아들 엄마의 일기장 D+772 

 꽤 오랜 시간 집에 데리고 있어보니... 어린이집에 다닐 때보다 아이가 마음이 안정되어 보인다. 그래서 잠깐 고민했다. 한 일년만 가정보육 해볼까... 

 

 하지만 가정보육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영상노출이 많아지고 괜히 싸우게 된다. 이것 또한 나의 숙제인데, 영상 노출을 '적당히' 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그래서 아예 안 보여주고 있었는데, 요즘 자연관찰 전집에 있는 영상이나 성경 이야기를 어플로 듣는 거라던지, 로보카폴리 정도는 컴퓨터나 태블릿으로 보여주곤 했다. 그런데 그게 재미있으니 자꾸 그 쪽으로 나를  유도한다, 이 녀석이... 그래서 영상이나 어플보다 재미있는 놀이들을 던져주기도 하고 했지만... '버티는 것'이지 결코 영상매체를 이길 수가 없다. 


 아예 안 틀어주자니 동생 케어나 집안일이 전혀 안되고, 적당히 틀어주려니 기준을 잡기가 어려워 서로 혼란스럽고, 자주 틀어주자니 내 자신이 용서가 안되고. 그래서 그냥 어린이집에 다시 보냈다. 하하하하하 


 어린이집에 다시 재적응기를 몇일 거치더니 또 즐겁게 간다. 갔다와서 컨디션도 나쁘지 않아보인다. 예전에 비해서 많이 얌전해졌다는 선생님의 피드백을 들으니 조금 안쓰럽긴 하지만... 즐겁게 들어가는걸 보면 또 안심이 된다. 


 어린이집을 보내놓으면 또 보고싶다. 둘째가 낮잠자는 동안 집안일도 할 수 있고 티비도 볼 수 있고, 미뤄뒀던 볼일도 볼 수 있어서 좋지만. 하루 중에 너무 많은 시간을 엄마 없이 보내는 건 아닌가... 지금 막 말을 재잘재잘 시작해서 너무 예쁜데, 너무 많은 시간을 내가 놓쳐버리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든다. 


 어린이집 처음 보내기 전, 많은 엄마들이 주저한다. 내가 나쁜 엄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 편하자고 애를 맡기는 것 같아서... 엄마랑 떨어지면 아이는 얼마나 불안하고 힘들까 싶어 조마조마하다. 그런데 아이도 엄마도 적응기를 거치고 나면 또 이 패턴이 익숙해진다. 그리고, 가끔 엄마아빠가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말을 한다거나 행동을 하는걸 보면 어린이집에서 꽤 많은 걸 배워오는 것 같기도 하다. 


 전업주부가 애를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고.. 집에서 놀.면.서.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업맘들도 고민이 많다. 할 일도 많고... 가정보육.. 할만하다고 생각했는데... ㅋㅋㅋ 내 이럴줄 알았다. 집 주변에 가족도 친구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애 둘을 데리고 가정보육 하는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지. 


 내 마음은 오늘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지만.. 내 몸은 일단... 어린이집으로 향하고 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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