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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Mar 17. 2020

남편이라는 존재

둘째 새벽 수유 하고 재웠는데... 이제 잘 수 있는 시간이 2시간 남짓이구만 안 자고 괜히 감성돋음..


오랜만에 내일 토요일.. 남편이 쉰다. 매주 주말마다 출근하고 매일 야근하고 가끔 출장도 가고.. 그런 남편이 오랜만에 쉬는 주말이라니.

실제적으로는 남편보다 돌봄 쌤이 계실 때 훨씬 도움이 많이 된다. 아이와 적극적으로 놀아주시고 눈치껏 둘째도 봐주시다가 첫째도 봐주시다가 하니까 나로서는 편하다. 그런데 남편이 집에 있으면 뭔가 모르게 마음이 든든하다. 삼시세끼 밥도 차려줘야하고 하는 거 보면 답답할 때가 많은데 그래도 오랜만에 이렇게 집에 있으면 그냥 든든하다. 희한한 일... 그냥 존재감 같은거랄까.


남편은 아이에게 자상하다. 나에게도 자상한 편이다. 근데 집안일에는 손 하나 까딱 안함-_-


레슨을 해서 수입이 꽤 있을 때도 어쨌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내가 거의 집안일을 도맡았다. 맞벌이라 해도 일단 남편은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으니 그 짧은 시간 아빠가 아이와 함께 보내는게 나도 좋았다.


요즘 수입이 전혀 없는 전업주부의 삶을 살다보니 나도 집안일은 당연히 내가 다 하는걸로 생각하고 해왔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게.... 남편이 먼저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게 보이면 짜증이 밀려온다.


밥 다 해서 먹고... 나는 둘째 목욕시키고 분유 먹이고 재우는데... 남편은 첫째 케어중이긴 했지만 목욕물에 애를 담궈놓고 시간이 충분했을텐데 왜 식탁을 전혀 치워놓지 않은것인가. 당연히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둘째를 힘들게 재워놓고 딱 나와서 식탁을 보는 순간 열이 퐉! 올라옴......


물론 '왜 식탁 안치워놨어요?' 한 마디에 후다닥 치우긴 했지만... 괜히 열받음... '집안일은 당연히 너의몫'이라고 생각하는 듯해서. 나는 남편한테 설거지 한번 시킨 적이 없다. 젖병 씻기? 애기 재우기? 시킨적 없음.. 첫째도 엄마 찾고 둘째는 말할 것도 없다. 재우는거 새벽 수유하는거 다 나 혼자 함...


남편 나름대로 노력하는거 알지만... 첫째랑 놀아주는거 외에는 집에서 하는게 아무~~~것도 없는데도 피곤해하는거보면.. 참 포시랍다... 싶을 때가 있다.


밖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 싶어 안쓰럽다가도... 집안일에 손 하나 까딱 안하는거 보면 얄밉다가도... 첫째한테 너무 자상하게 잘 하는거 보면 '참 좋은 아빠구나' 싶다가도.. 피곤하다고 자꾸 벌러덩 드러눕는거 보면 부글부글 하다가.. 또 나 예민한거같아 슬슬 눈치 보면서 애교 부리는거 보면 또 귀엽고...


부부란 이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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