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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Mar 18. 2020

꼴 뵈기 싫은 순간

우리 둘째 백일이었다.

나는 우리 아기에게 '백일동안 크느라 수고 많았어 정말~' 하고 여러번 얘기해주고 뽀뽀해주었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나에게 '백일동안 지호 키우느라 너무 고생많았어 정말...'하고 얘기해주었다.

순간 울컥해가지고.. 지금도 생각하니 눈물이 나려고 한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나에게 이런 따뜻한 말 해주는 엄마가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나는 이 말을 남편한데도 듣고 싶었다.

'그 동안 수고 많았어.

아이 낳고 키우느라.. 고생 많았어.'


오늘 아이 백일이라고 일찍 퇴근한 남편과 밥도 먹고 케익에 초도 같이 불고 하는데.. 오늘따라 애들이 많이 울고 칭얼댄다. 첫째 몸에 알 수 없는 상처들이 보여서 예민해지기도 했고...


겨우 둘째를 먹이고 재우고 나왔는데 식탁은 그대로 있고, 남편은 첫째와 사투 중이고... 우는 아이를 결국 달래는 건 나. 일단락 시키고 설거지 한다고 첫째랑 좀 놀아주라고 남편한테 맡겼는데.. 내내 핸드폰만 보고 있다.

첫째 처음 낳고 싸웠을 때도 이 장면 때문이었다.

나는 설거지 하고 있는데 남편은 핸드폰 찍찍 보면서 아이랑 놀아주는둥 마는둥 하고 있을 때... 그 장면이 너무 싫다.

'너는 일해라 나는 일하고 왔으니 쉬어야겠다.' .. 이런 느낌...

그렇다면 나는 낮에 내내 놀고 먹었냐...

나도 낮에 내내 집안일 하고 육아 하고 악보 작업하고 영상 작업하고 할일이 천지인데.. 왜 너는 퇴근하고 나는 24시간 퇴근이 없냐...

몇번을 눈치를 줘도 자꾸 그러길래.. 그냥 방에 들어가라고 했다.

어차피 첫째를 재우는 것도 내 몫, 둘째를 새벽에 수유하고 재우는 것도 내 몫...


근데 또... 오늘따라 첫째가 잠을 못자고 새벽 5시반에 잠꼬대 하면서 일어남...

둘째도 못 자고 같이 버티다가...

7시 넘어서야 둘째 재우고

첫째도 이제 막 재우려고 .. 잠들려고 하는데...

둘째가 아빠 방에서 죽어라고 울고 있다..ㅠㅠ

아빠는 아마 화장실에 있는듯..

근데.. 나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데 왜 안 나와보는 것인가...

기다리다기다리다 너무 울어서 둘째 깨우러 갔다가..

첫째도 깨고 둘째도 깨고

첫째도 울고 둘째도 울고

난장판..


참았던게 터짐..

울면서 남편한테 쏟아부음..

하지만 남편은.. 받아주지 않음.. 같이 짜증냄 -_-


나도 남편도 괜히 아이한테 짜증을 내게 됐다.

미안해 우리 아가들 ㅠㅠ .. 너희 잘못이 아닌데..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지금도 많이 의지하고 좋아하는데,

왜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고 .. 그러지 못할까.


싸워봤자 하는 레파토리가 둘다 똑같다.

'너만 힘드니.. 나도 힘들다..'


나는 '내가 할게, 좀 쉬어' 이 소리가 그렇게도 듣고 싶은데 단 한 번도 들어본적이 없다.

남편도 나의 따뜻한 말, 여유로운 모습이 그립겠지.

자주 짜증을 부리고 미간을 찌푸리는 내 모습이 싫겠지.

마찬가지다.


여튼..

집안일 하고 있을 때 딩가딩가 핸드폰 하거나 드러누워서 놀고 있는거 보면 진짜 ... '꼴 뵈기 싫다'는 말이 머리를 계속 맴돈다.

매너가 아니지.

내가 이 집 가정부도 아니고..


아이 없이 우리 둘만 지냈으면 진짜 뭐 사이좋게 아주 행복하게 지냈을까?

그것도 아닌거 같고..


나는 외형도, 실력도, 경력도... 다 찌그러져가는데..

남편은 밖에서 일하고 오느라 힘들다고 징징 피곤하다고 징징.. 기댈 데가 없다.

남편은 하루종일 일하느라 지치는데 집에 와도 어디 쉴 구석도 없고 여기저기서 도와달라고 아우성이니..

기댈 데가 없겠지..


아이들이 좀 자라면.. 어느 정도 해결될 문제겠지만..

참 어렵다.


이 와중에도 서로 사랑하며, 배려하며, 사이좋게 지내기가.


복수심에 불탄다.

내가...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돈을 벌어서..

돈 버는만큼 1/n해서 집안일 딱딱 분담할테니까.. 딱 기다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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