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는 지인이 이혼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혼률이 높다는 얘기를 신문에서나 봤지, 내 또래 내 주변에서 일어난 적이 없어서 실감을 못했었다. 하필 그 소식을 들은 날이 남편과 꽤 심하게 싸운 날이라 그런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남편은 연애 때부터 신신 당부했다.
헤어지자는 말은 함부로 하지마. 헤어졌다가 다시 사겨서 잘 되는 경우도 드물지만... 한 번 돌아서면 다시 돌이키기 어려워. 헤어지자는 말을 하는 순간 진짜 끝이 오는거야
겁이 나서 원... 아무리 화가 나도 헤어지자는 말은 할 수가 없게 입을 틀어 막아놓은 셈이다. 그렇게 결혼까지 하게 됐지.
우리는 헤어짐이나 이혼 같은 걸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다. 아무리 싸워도. 우리 인생에 이혼이란 없다고 서로 생각하고 있다고...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런데 가끔 나는 꿈에서 남편과 헤어지는 꿈을 꾼다. 연애 때 헤어지는 꿈, 결혼한 후에 헤어지는 꿈... 개꿈이라고 남편은 어이없어 하는데... 마음 속에 그런 불안함이 어느 정도는 있었던걸까.
우리가 부부로 사는 것이 이미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당연하다고 여기는 순간, 방심하게 된다. 우리가 아무리 싸워도... 우리는 영원히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면 함부로 하게 되는 거 같다. 그런데 지인의 소식을 듣고 나서... '우리도 돌아서면 남이지. 헤어질 수 있는 사이지' 라고 생각하니 약간 경각심이 든다. 조심해야겠다 싶다. 제일 조심해야할 관계였다. 부부라는 것은.
부모 자식, 형제 자매와는 다르다. 피도 나누지 않았고, 언제든 헤어질 수 있다. 그리고 헤어지면 그 파장은 전 인생과 가족들, 주변인들에게 모두 큰 영향을 끼친다.
남편이니까 편하게 이 얘기 저 얘기 다 하고, 육아로 지친 마음 남편한테 쏟아붓고, 짜증과 사나움을 시전하는 삶이 지속되면 진짜 나가 떨어질 수도 있겠다 싶어졌다.
요즘 '하이바이마마'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죽음을 생각해본다. 내가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것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내가 사랑하는 내 아이들이 내 곁에 이렇게 건강하게 있는 것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어느 누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건 사고들이 뉴스에 스쳐가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죽어가는지. 나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니 소중해진다. 오늘 하루가, 사이좋은 우리가, 건강한 너와 내가, 평범한 일상이.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잃었다. 덕분에 가족들이 더 돈독해지기도 하지만, 때문에 서로 지쳐가기도 한다. 경제가 너무 어렵다. 당연하게 오가던 손님들이 이제 오지 않고, 당연하게 주말에 백화점에 차고 넘치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당연하게 다니던 학교도 유치원도 갈 수가 없다. 당연했던 것들이 소중해진다.
잃어봐야 소중한 줄을 아는 구나. 잃기 전에 소중한 줄 알고... 잃지 않도록 소중히 다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