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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Jun 04. 2021

백 년을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백세 일기>를 읽고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읽고 싶은 책'을 찾는 건 설레는 일이다. 어디서 들어봄직한 제목, 어디서 본 것 같은 작가, 좀 유명하다 싶은 책을 고르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런 책은 대부분 이미 '대여중'이다. 그렇다면 남은 책 중에서 일단 '끌리는' 책을 고르곤 한다.


 제목이 끌리는 책 중에 하나였다. <백세 일기>라니. 내가 경험하고 만났던 사람 중에 100살까지 산 사람은 없다.  90세가 넘으면 대부분 요양원에 누워계셨고, 95세까지 살다 돌아가신 시할머니는 오랜 기간 누워계시다가 돌아가셨다.

그런데 100세라니?

 책을 다 읽고 나서 작가 소개에 실린 사진을 보니 방송에서 몇 번 뵈었던 분인 것 같다. 2020년이 딱 100세가 되는 해라고... 철학자로, 신앙인으로 살아온 이 분의 100년 인생이 궁금해졌다.

 

 학창 시절에 안창호 선생님의 생애 마지막 강의와 설교를 들으셨고, 윤동주 시인과 같이 학교를 다녔던 . 해방 이후에 자유가 없어진 북한을 벗어나 탈북해  대한민국으로 오셨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과 6.25 전쟁,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발전해오는 모든 과정을 지식인으로서 경험하고 보았을 것이다.

 이 책은 100세가 된 것을 기념하여 거창한 간증 같은 것을 늘어놓는 책이 아니다. 소소한 일기다. 그리운 사람들, 그립거나 후회되거나 행복했던 그때 그 시절 이야기,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한 감사와 고백, 그런 것들이 짧게 짧게 기록된 소소한 일기장이다.  2년 동안 조선일보에 연재한 '김형석의 100세 일기'를 엮은 것이라고 한다.

 

 100년을 먼저 살아본 분의 지혜를 배우고 싶었다. 누구나   사는 인생, 모든 것이 처음이라 서툴기만 한데 그래도 누군가 나보다 앞서간 이의 지혜를 배우면 삶에 이정표가   분명 해지는 느낌이랄까.   분은 인생을 뭐라 하는가. '100년을 살아보니...' 인생은 어떻던가요?..




내가 잘 아는 친지 중에 100세가 넘도록 건강하고 행복하게 장수한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무욕의 인생관을 갖춘 사람들이다.
무소유는 그 작은 부분의 하나일 뿐이다.

 

 무욕의 . 무소유는 그중 일부일뿐.

 오래도록 건강하고 활기 있게 장수하는 분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 너무 많은 것을 욕심내지 않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만족하며 사는 것. 무소유는 그중 작은 일부일 뿐이라고 한다. '욕심내지 않고 자족하며 사는 것'은 성경적인 교훈이기도 하다. 바울이 '자족하는 삶'에 대해 강조했었다.

 "비천에 처할 줄도 할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빌립보서 4:12)

 어떤 상황에 처해도 그 안에서 만족하며 감사할 줄 아는 삶이라니. 넘기 어려운 벽처럼 느껴진다.




신앙은 교회를 위한 교리가 아니고, 인생 모두의 진리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인생관과 가치관으로서의 진리였다.
예수의 뜻은 교회라는 울타리 안의 삶을 넘어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자는 다짐이었다.

 안창호 선생, 고당 조만식의 생애를 보면서 더욱 깨닫는 . 신앙은 교회를 위한 교리가 아니라 인생 모두의 진리이며 교회라는 울타리 안의 삶을 넘어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  자신의 신앙생활을 경건하게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예배  드리고 말씀  읽고 착하게 사는   이상으로...  개인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아우르는 . 사회와 세상 가운데 그런 기독교적 가치관이 바로 섬으로써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가 이뤄지도록 하는 . 완전하게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렇게 되도록 살아가고 기도하고 소망하는 .




지금의 나이가 되어 깨닫는 바가 있다.
내가 나를 위해서  일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공수래공수거라는  그대로이다.

하지만 더불어  것은 행복을 남겼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니까.
이웃과 사회를 위해 베푼 사랑은 남아서 역사의 공간을 채워준다.
가장 소중한 것은 마음의 문을 열고 감사의 뜻을 나누며 사랑을 베푸는 일이다.
 늦기 전에 해야  일생의 행복한 의무이다.

  

 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배우고 투자하고...  자신을 세워가는  몰두하고 있는 지금, 100세를 사신 인생 선배님은.  때리는 조언을 주신다.

 나를 위해 한 일은 남는 것이 없더라고. 열심히 산다고 살지만 사실 나중에 열매 맺는 일은 '다른 이들을 위해 베풀었던 것'들이라고.

 지금은 사실 별로 공감되지 않는다. 주는 만큼 받고, 받는 만큼 주는 것이 익숙해진 세상 속에서.. 내가 받은 것 이상으로 주고, 조건 없이 나누고, 사랑과 감사를 나누는 것이 어색하다.

 

 100년을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100세를 살아도 '삶에 대한 애착만큼 강한 욕구가 없다'라고 말씀하신다. 나도 사실... 오래오래 살고 싶다.  분처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다. 중학교 때까지는 삶과 죽음을 넘나들 정도로 병약했던 분이지만 100세까지 지팡이  짚고 여태껏 강의 다니시고  쓰시고...  일이 많으시다.

 나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고 싶다. 한 번뿐인 이 생에 대한 나의 애착. 늙은이가 되어서도.. 죽는 그 순간까지도 꿈을 꾸고, 소망을 가지고, 도전하고 배우고 베풀며 살고 싶다.


 모든 사람은 다 다른 인생과 다른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사를 들여다보는 게 나는 재미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을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진면 교사 삼을 부분, 반면교사 삼을 부분이 다 있는 법. 이렇게 나는 '배우는 것'을 즐긴다.

 오늘도 짧은 책 한 권으로 내 삶을 그려보게 된다.

 또 배웠다.


사람은 이래서 책을 읽어야 하나 보다.




Photo by Alex Gurun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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