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가 사랑을 지킨다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힘

by 열매한아름

의지.

그가 내게 강조했던 것.

의지.


우리는 사랑을 나누기엔 너무 먼 거리에 있었다. 내 글이 좋다는 그의 댓글로 시작된 우리의 인연은 구독자들의 단체 카톡방에서 이어졌고, 내가 있는 곳에 출장 와 함께 밥이나 한 번 먹자는 그의 용기와 기꺼이 회 한 접시 계산하는 나의 친절함으로 인해 하루의 만남이 이틀, 사흘, 나흘까지 이어졌다. '계절에 한 번은 만나자'며 '봄에 벚꽃 보러 경주 올게 같이 가자~'하던 그의 제안은 '한 달에 한 번은 만나자'로 바뀌었다.

서울과 울산의 장거리 연애가 결코 가능하지 않아 보여 나는 시큰둥했다. 막상 서울 가면 연락도 잘 안 하겠지 싶었고, 서울 가면 좋은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이 장거리 연애를 하겠다는 건지, 그가 이해되지 않았다.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이 모험을 하겠다는 건지... 이 사람의 마음이 진심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었다. 우리를 소개해준 친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는 SNS조차 하지 않아 뒷조사도 불가능.

종교도 다르다. 우리 부모님은 같은 종교가 아니면 결혼은 절대!! 절대!! 반대할 분들이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절대 안 되!' 하셨다.

우리의 만남은 여러모로 모험이었다. 나는 불안했다. '신이 내게 짝지어준 사람이 과연 이 사람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여러 번,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다 물어보고 책도 뒤져보고 설교 말씀도 찾아보고 하여튼 별 짓을 다했다.

그때마다 그는 이야기했다. 우리 두 사람의 '의지'만 있으면 다 이겨낼 수 있다고. 한 사람만의 의지가 아니라 우리 두 사람이 똑같이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그는 그 의지로... 해내고야 말았다.


한 달에 한 두 번은 울산을 오고 갔다. 왕복 10시간, 1000km를... 혼자서.. 운전해서 왔다 갔다. 그리고 나와 만나기 위해 종교도 갖게 되었다. 그것도 꽤나 적극적으로. 그는 틈만 나면 내게 전화했고 우리는 하루에 1~2시간은 기본으로 통화를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에 전화해주는 그의 의지 덕분에 나는 그를 의심할 겨를이 없었다. 나를 위해 매번 그 먼 거리를 혼자 운전해서 오는 그의 의지 덕분에 나는 그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나를 위해 종교 마저도 선택하고 매주 빠짐없이 행동하는 그의 의지 덕분에 나도 우리 부모님도 안심할 수 있었다.


아.. 사랑을 지켜내는 건 우리의 의지구나..

사실 나도 그도 그 전 사랑에 대한 아픔이 있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상대방의 약한 의지는 그 사랑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다. 너무도 쉽게 떠나갔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 사람의 이 굳은 의지가 너무 믿음직스러웠고, 나 또한 흔들림 속에서도 그를 든든히 붙잡고 따라갈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아닌가?

하는 고민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신앙적인 고민 같아 보이지만, 한편으로 굉장히 비인격적인 생각이다. 우리의 관계를 지키는 건 우리의 의지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힘을 다해 애써보지도 않고 신의 뜻이라는 핑계를 대는 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두 사람의 사랑을 지켜내고자 하는 우리 두 사람의 의지가 기도로 이어지고, 행동을 변화시키고, 서로를 배려하며 격려할 수 있고, 그렇게 이 소중한 우리 두 사람의 든든한 끈이 끊어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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