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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Apr 27. 2016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나를 지켜주었던 것들이 다 무너져내려도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요즘 조선업계가 어렵다. 한 기업에서 3000명을 정리해고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3000명의 생계와 그에 딸린 가족들의 삶이 무너진다. 그 회사만 바라보고 있던 하청업체들이 다 무너져 내린다. 도시가 무너진다. 산업이 무너진다. 울산에 살고 있는 나는 현대 중공업이라는 한 회사가 가진 파급효과와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좀 더 가까이서 알 수 있다.

 친구가 현대중공업에 다니는 신랑을 만나서 일찍 결혼해서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걸 보며 엄마는 부러워했었다. 걱정할 게 없어 보인다고. 직장 안정적이지, 두 딸도 젊었을 때 건강하게 낳았지, 부모님이랑 가까이 살지...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며 엄마는 또 한숨을 푹 쉬며 얘기하신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구나

 그렇게 안정적일 줄만 알았던 회사도 무너진다. 한 때는 삐삐 회사가 얼마나 잘 나갔었나, 내비게이션 회사는 또 얼마나 대단했는가, 워크맨을 만들던 회사는 또 어떠한가. 한국 대표 대기업에 다니던 사람들도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회의감을 느끼고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간다던가 다시 공부하는 일이 허다하다. 공무원이라고 안정적이기만 한가. 매일 밤늦게까지 야근해도 야근 수당은 최소한이고, 남들 쉬는 공휴일에 공무 수행하러 나가고, 주말엔 무슨 주민 행사에 동원되어 나가는 친구들을 보면 공무원도 쉬운 게 아니다. 지금도 몇 년간 노량진에서 죽어라 공부해서 시험에 붙으면 얻는 안정적인 직업,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들은 또 얼마나 처우가 안 좋은지 얼마 전 뉴스에서 보니 2015년에는 소방공무원의 순직 자보다 자살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한다. 교사들은 방학도 있고, 정년이 보장되니 최고의 신랑감 신붓감 후보들은 학교 교사들이라고 하지만 교권이 추락한 학교에서 교사들은 아이들에 치이고 행정에 치이고 학부모에 치인다.

 나라가 한참 세워질 때는 건설업이 최고의 직업군일 때가 있었고, 공부를 자유롭게 하게 된 시대에 접어들어서는 '사'자 들어가는 직업이 최고의 직업군이었고, 지금은 공무원이 최고의 직업군이라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역시...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안정'은 없다. 나를 죽을 때까지 지켜주는 직업도, 회사도 없다. 그렇다고 꿈을 따라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라고 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냉혹하다.

 동생이 새롭게 사업이라는 걸 시작했다. 학교나 학원에서 기술을 가르치는 교사로 일하다가 전공을 살려서 케이나 디저트 종류를 개발하고 주문 제작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교사로 일하면서 200~300만 원 받을 때는 매달 시간이 되면 따박따박 통장에 들어오던 돈인데, 지금은 10만 원 버는 것도 쉽지 않다. 케이크 하나 팔아봐야 남는 게 1만 원, 2만 원이다. 주문도 좀 들어오고 잘 될 때는 막 기분도 좋고 날아갈 듯하다가도 조금만 절망적이면 '그만 할까' 싶고 우울해지고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동생은 지금이 더 행복하단다. 자기가 만들고, 자기가 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게 기쁘고 재미있단다. 학교 다닐 때 좀 유별난 리더를 만나서 1년 내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지금의 자유로움이 돈보다 더 좋은가 보다.


 '하고 싶은 일 하고 살아'라고 누가 감히 타인의 인생에 함부로 훈계할 수 있겠는가.

 '안정적인 게 최고야'라고 말한들 그 안정적인 게 영원하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는가.

 나 또한 그다지 안정적이랄 게 없는 인생을 살아왔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삶'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개인 레슨만으로는 불안하니까 조금이라도 안정적인 일터를 찾게 된다.


 20대에는 공부하고 경험하느라 10년을 보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아도 나는 20대의 그 시간 속에서 이것저것, 여기저기서 경험했던 것들로 조금씩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30대가 되니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부분이 좀 더 명확해지고, 내가 하고 싶었지만 잘 하지 못하는 일들은 조금씩 내려놓게 되기도 하고, 또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살아가게 된다.


 내 자신이 경쟁력이 되어야 하는 시대이다. 자기 계발서에서는 '내 몸값을 올리라'고 말한다. 내가 가진 기술, 지식, 능력, 재능이 경쟁력이 되도록 하라고 한다.

 어차피 영원한 안정은 없다. 적어도 '안정'만을 위해서 선택한 직업이나 직장은 '영원'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 안정권이 무너져내려도 버틸 수 있는 힘을 길러내야 한다. 나를 영원히 지켜줄 것만 같던 것들이 무너져내려도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힘을 길러야겠다.

 그 것이 능력이든, 체력이든, 끈기이든, 지식이든.. 그 무엇이든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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