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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Jun 11. 2016

누구에게나 인생은 아름답다

디어 마이 프렌즈

 꼰대들 이야기라고 했다. 고현정의 시점에서 이모들은 꼰대다. 귀찮은 존재, 그러면서 오지랖은 넓고, 도움이 안 되고 이해할 수도 없는 사람들. 그런 그녀가 그 꼰대들을 이해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16부작인데 벌써 9부가 끝났다. 한 회 한 회...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아, 저 사람이 저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구나.'




  도대체 왜 저러고 사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 모습이 많았다.

 충남은 왜 바보 같이 쓸데없이 교수 친구들을 만나 그들의 작품을 사주고 온갖 형제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처녀로 늙었는지, 정아는 왜 온갖 고생은 다 했으면서 여전히 남편에게 자녀들에게 무시받아가면서 살아가는지, 난희는 왜 저렇게 성질머리가 고약해 빠진 건지, 희자는 왜 저렇게 맹한 건지, 영원은 왜 안정적인 사랑을 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건지, 석균은 왜 저렇게 밉상에 제 멋대로 인지, 성재는 왜 이 여자 저 여자를 들쑤시고 다니는 건지, 완이는 왜 연하를 떠나와야만 했고 동진은 그에게 어떤 존재인지...

 그래, 그들의 그런 삶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다 해도 어쩔 수 없다. 그것이 그들의 삶이라고 그냥 담담히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한 번뿐인 인생, 얼마 남지 않은 삶, 자다가 갑자기 쿡 하고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이라는 그들의 솔직한 표현에 웃다가 울다가...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진솔하다. 그렇다고 진지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즐겁다. 고맙고, 반갑다. 나는 이렇게 무언가를 (건전하게, 그리고 깊게) 생각하게 해주는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한다.


 인생이 뭘까. 늙는 게 두려운 나는 언젠가 저 나이가 되었을 때 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내 일생에 나만 아는 그 수많은 스토리가 아름답기만 할까. 또 얼마나 많은 아픔과 행복이 공존하게 될까.




 교통사고를 낸 두 친구가 사람을 죽인 줄 알고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함께 자수하러 가는 길(결국은 늙은 노루를 친 것이었지만)은 사람이 어디까지 악할 수 있고 또 사람이 어디까지 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입양한 딸, 큰 딸에게 늘 나쁜 아버지였던 석균... 그가 그 딸을 위해 사실은 뒤에서 든든하게 버텨주는 아버지였음을 보면서 우리 아빠가 떠올랐다. 날 너무 사랑하지만 사랑을 표현할 줄 몰랐던 아버지, 미안하다는 말을 할 줄 모르던 아버지, 그러면서도 딸에게 평생 처음 들은 '고마워요'라는 한 마디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던 아버지...



 차비가 아까워 자주 가지도 못했던 어머니의 요양원. 늙은 정아는 처음으로 늙은 엄마를 모시고 바다에 왔는데, 그 엄마는 그곳에서 새가 되었다. 늙은 딸이 늙은 엄마를 보내주는 그 장면은 얼마나 마음을 울렸는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이었다. 슬프고 그리운 마음을 안고도 결국 산 사람은 살아가야만 하는 그 모습도 아주 현실적이었다.



 연하를 버린 죄책감을 엄마의 탓으로 돌리는 완이의 모습은 마치 미친 여자 같았지만, 그동안 얼마나 자신이 죄책감에 시달렸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다 다친 그 사람을 버린 완이는 3년이 넘도록 그 한 사람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요실금 때문에 집 떠나는 걸 무서워하는 희자, 치밀하게 계획적으로 희자에게 대시하는 성재의 모습이 풋풋하다. 능글맞기도 하면서 솔직해서 좋다.


 이런 에피소드들 하나하나가 깊다. 노인의 삶이라고 무시하지 마라. 누구에게나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불태우리라. 그들의 외침이 들리는 것 같다. 우리도 너희처럼 새파랗게 젊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앞 뒤 돌아볼 것도 없고 고민할 것도 없다. 무조건 직진이다.


 앞으로 남은 이야기가 기대된다.


디어 마이 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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