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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Jul 23. 2016

유한한 시간 속에서 선물 받은 '영원'

안녕, 헤이즐 

모두가 공인한 '고전' 같은 영화를 보고 싶었다. 모두에게 사랑 받았던 영화. 그리하여 오랜만에 휴일을 맞아 선택한 영화는 <안녕, 헤이즐>이었다. 원래 제목은 The fault in your stars. 누군가가 해석한 자막에 의지해 본 영화여서 원제의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다.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일거라는... 영화를 마주하기 전에 늘 드는 생각이 이번에도 마음에 깔려있었다. 죽음을 앞둔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 정도? 하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더 사랑스러웠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어거스터스가 결국 자신이 죽고 난 뒤에는 오롯이 그 상처와 고통을 받게될 것이 두려웠던 헤이즐은 우리는 '친구'일 뿐이라고 선을 긋지만, 어거스터스는 헤이즐의 마음에 성큼성큼 다가온다. 

그녀가 얘기한 것처럼

 잠에 드는 것처럼 사랑에 빠졌다.



밀어내던 그녀도 그를 결국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이제 열여덟. 삶과 죽음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 그들은 그보다 훨씬 어렸을 때부터 삶과 죽음, 그리고 고통 앞에 마주 앉아 끊임 없이 죽음을 준비해왔다. 죽은 뒤의 세상은 어떨까, 나는 잊혀져버리지 않을까, 누가 날 기억해줄까, 내가 죽은 뒤 남은 사람들은 얼마나 아프고 힘들까. 

그런 그들의 사랑은 숭고하다. 죽음을 준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그 순수하면서도 장엄한 고백이 우리의 눈에는 엄청난 용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그야말로 잠에 드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사랑에 빠졌다. 



모두에게 기억되고 싶어하고,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어거스터스. 죽음을 앞둔 소년의 두려움이었다. 모두가 자신을 잊게 될까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죽은 뒤에도 자신을 기억해주기를 바랬다. 나 또한 그랬다. 죽음이 두려웠던 어린 시절, 나는 위인전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그들은 죽은 뒤에도 이렇게 나 같은 어린 아이도 기억해주니까. 오래오래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줄테니까.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런 어거스터스와 나에게 헤이즐이 이야기해주었다. 


날 기억해주는 한 사람으로 행복할 수 있기를... 내가 지금 가진 모든 것으로 행복할 수 있기를...

우리는 사는 동안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얼마나 애쓰며 살아가는지. 하지만 헤이즐은 이야기한다. 지금 당신이 가진 것. 그 것이 결국 나의 삶의 전부라고. 그것들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죽음을 앞둔 그에게 그녀가 주는 마지막 고백이다. 그 간절함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 그가 그녀에게 준 것은 '영원'이라고. 그것만으로 영원히 고마워할거라고. 정말 많이 사랑한다는 그 고백. 


그는 자신의 죽음... 혹은 그녀와의 이별을 준비하며 누군가(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설명하려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므로)에게 편지를 남겼다. 




두 사람의 순수하고 깊은 사랑에 존경심이 생긴다. 어린아이들 장난하는 듯한 사랑놀이가 아니다. 대단한 용기와 결심으로 사랑에 빠진 거라기보다는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잠들 듯이 빠져버린 사랑이지만 그 사랑은 그들에게 '영원'을 선물해주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원했지만, 신은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우리 모두는 시간 앞에서 시한부 인생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 라는 드라마에서 봤던 기억이...) 우리의 그 유한한 시간 속에서 영원을 누리고 있는가. 우리가 사라져버린 뒤의 세상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나를 영원히 기억해줄 단 한 사람이 곁에 있는가.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으로 산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갈까. 지금 나는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내가 가진 것으로 충분히 행복한가. 

참 수많은 생각이 스치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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