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빌어주세요

웨딩일기 D-49

by 열매한아름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곧 청첩장이 나오면 초대할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만나서 인사하며 결혼 소식을 알리게 된다.

결혼 날짜를 미리 잡아놔서 나의 결혼 소식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미 많다. 결혼 소식을 아는 사람들이 내게 많이 하는 말이 몇 가지 있다.

결혼 준비하면 힘들어서 많이 싸운다던데 괜찮아?
지금은 마냥 좋지? 결혼해봐... 현실이야...


결혼을 준비하는 건 두 사람을 넘어 양가 부모님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기도 쉽고, 서로 잘 조율하지 않으면 삐걱거리기 쉽다. 또, 각자가 살아온 가정 환경과 서로의 성향이 얼마나 다른지 결혼 준비를 통해 이제까지의 그 어떤 때보다 많이 느끼게 된다. 돈에 관련된 일들이 많으니 서로 민감해지기도 쉽고, 상대방의 의도를 오해하기도 쉽다. 그런 면에서 결혼을 준비하는 이 복잡하고 힘든 과정은 결혼하기 전에 꼭 거쳐야할 과정이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말 결혼해도 좋은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는 한 번 뿐인 기회이며, 앞으로 수없이 맞닥뜨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서로의 방법을 찾아갈 수 있는 (결혼 전) 예행 연습의 시간이다.


나는 결혼 준비하는 이 시간이 힘들지 않다. 오히려 재미있다. 결혼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는 모든 것이 막막했었는데, 지금까지 와서 보니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돈 아끼려고 이것 저것 포기할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안 한 게 없다. 해야할 것, 하고 싶은 것 다 했다. 기도했던 제목대로 '하나님이 하셨구나'하고 순간순간 느끼게 되고 감사하게 된다.

물론 싸울 때도 있고, 섭섭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갈등을 겪고 풀어가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는 더 쌓여간다. 내가 하는 말에 어떤 마음과 진심이 담겨있는지 그는 다 안다. 그가 하는 말에 악의가 없음을 나는 알 수 있다. 각자가 모두 이기적인 사람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배려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새 살림을 장만하고, 내 집이 생기고, 낯선 타지 생활이지만 적응력이 좋은 나는 그마저도 기대가 되고, 함께 살게 될 새로운 사람... 나의 남편이 생긴다는 그 든든함이 좋다. 빨리 결혼하고 싶다.


결혼한 선배들, 어른들은 내가 철이 없다고 한다. 지금은 마냥 행복해도 결혼하고 나면 현실이라고. 힘든 일이 많다고. 서로 맞춰가는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친정 떠나 멀리 살면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을지 아냐고. 아무도 없는 타지에서 친구도 없이 외로워서 어떡하냐고. 그렇게 다들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들이다.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숱하게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알고 있다. 나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싶어하고, 자신들의 경험에 비춰 내가 앞으로 갈 길이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자꾸만 알려주려고 한다.

나를 유독 많이 걱정해주는 친구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나는 그냥 지금의 이 행복을 누릴래. 결혼 한 후에 엄마가 얼마나 그리울지, 또 현실적으로 어려운게 얼마나 많을지 그런걸 걱정하고 고민하느라 지금의 이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아. 지금 걱정하고 고민한다고 어차피 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


'결혼은 행복을 위해서 하는게 아니라 거룩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엄마아빠만 보아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내가 이 사람과 살기 때문에 행복할 때보다 이 사람 때문에 힘들고 아플 때가 더 많은게 결혼생활이라는 거... 그 힘듦, 그 서로의 연약함 때문에 더 기도하게 되고 더 하나님 앞에 나아가게 되고... 또 나의 연약함을 상대가 도와주기도 하고 채워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부분이 있음에도 끝까지 견디고 용서하고 품어주는 것... 그 어떤 관계가 부부관계만큼 미스테리할 수 있을까. 도장 하나 찍으면 남이 될 수 있지만, 피가 섞인 그 누구보다 가장 오래 살을 부비며 살아가는 단 하나의 존재.


그런 내 사람을 맞이하는 것이, 그런 2막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 마냥 두렵고 걱정 투성이라면 너무 슬픈 일이다. 철이 없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기쁘고 행복하게 맞이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제껏 당신을 만나서 행복했던 마음이 너무 큰데, 당신과 앞으로 함께 손잡고 걸어갈 시간들은 더 얼마나 행복할지 생각만 해도 설렌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나에게 이런 행복을 줘서 감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세상에 수많은 막장 스토리가 있지만, 죄악이 만연하고 어두운 세상이며, 언제 어떤 어려움을 만날지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세상이고, 믿을 사람 하나 없는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이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충고나 조언보다... 이런 축복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지혜야. 네가 행복한 걸 보니까 나도 너무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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