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

웨딩일기 D-43

by 열매한아름

사랑한다는 말을 참 많이 아꼈었다. 여자가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학습되었고, 사랑한다는 말을 남용하다가 나중에 정말 진심으로 고백하고 싶을 때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으니까... 아껴두고 싶었다.

그의 '사랑해'라는 고백의 횟수가 줄어들었다며 변한 것 같다며 섭섭해하기도 했고, 내가 용기 내어 '사랑해' 고백했을 때 같이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으면 삐지기도 했고, 일부러 초연해지려고 사랑한다는 말을 아예 안해보기도 했었다.

나는 아끼고 싶은 말, 하지만 쉼 없이 듣고 싶은 말이다.

사랑해

그는 안다. 내가 그 사랑의 고백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가 내게 사랑한다고 속삭여줄 때, 나는 최고의 리액션으로 행복을 표현한다. '당신의 그 사랑 고백이 날 이렇게나 행복하게 한답니다' 하고 온 몸과 말로 표현해준다.


요새는 어쩐지 사랑한다는 고백을 많이 듣게 된다. 결혼을 앞두고 서로의 소중함을 더욱 많이 고백하고 감사하게 된다.

남자친구였던 그가 나의 남편이 된다는 것, 이제 그 어떤 사람도 아닌 그 한 사람만을 위한 여자가 된다는 것, 내가 30년동안 기다리고 찾아 헤맸던 그 사람이 바로 그라는 것. 모든 것이 신기하고... 이제서야 와닿는다. 나는 평생 내가 기댈 언덕이 생겨서 좋은데, 그는 자신이 나의 보호자가 되었음을 계속해서 얘기한다.

"이제 내가 지혜 보호자야!"

여자인 나는 본능적으로 의지할 대상을 찾는데, 남자인 그는 본능적으로 보호해줄 대상을 찾았나보다. 이렇게 다른 존재이기에 이렇게 하나가 되어갈 수 있다.


내가 도도하게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으면 그도 표현하지 않는다. 내 몸짓과 말투와 눈빛에서 그는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내가 그 자신으로 인해 행복해하는 걸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그렇게 내가 행복해하고,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낄때, 그는 나를 더욱 사랑스러워하고.. 자연스럽게 고백한다.

사랑해. 사랑해.. 정말 사랑해.


사랑한다는 고백을 들을 때마다 내 속에 사랑이 쌓여간다. 사랑이 쌓여가고, 흘러넘치도록 사랑 받으면.. 내 안의 사랑은 주변으로 흘러간다. 그에게도 흘러간다. 자연스럽게.. 이제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고, 자존심 상하지도 않는다.

그가 내 사람이라는 것이 이렇게 안정감을 줄 줄이야.. 2년 간 불안함 속에서 쉽지 않은 장거리 연애를 해올 때의 그 애틋함과는 또 다른 깊은 안정감이다.


이 감정이 오래 가지 않는다 해도, 현실은 냉혹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죽을 때 까지 내 사람이 되어줄 짝을 찾았고 그 짝과 함께 이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지금 이 순간... 이 행복을 누릴 수 있을 때 마음껏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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