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의 위력

언어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

by 열매한아름
사랑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남편은 새벽이나 아침에 잠에서 살포시 깰 때 나를 끌어당겨와서 꼭 안아주면서 고백을 해줄 때가 많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는 매일 들어도 설레고 매일 들어도 좋다.

보고싶었어

출장을 갈 일이 많은 남편이 몇일 집을 비웠다 돌아와서는 "사랑해. 보고싶었어."하고 꼭 안아주었다. 떨어져 있어도 내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 나를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해주는 존재가 나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참 고마운 말이다.

고마워

신혼여행 마지막날 남편이 내 눈을 보며 얘기해주었다. 자기 한 사람만 믿고 이 먼 서울까지 모든 걸 내려놓고 와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그래서 왠만하면 다 맞춰주고 받아주고 싶은데 한 번씩 감정 컨트롤이 안될 때는 그게 잘 안되더라고.. 미안하다고.. 한바탕 다툰 뒤에 들은 말이었는데 왠지 더 무게감 있게 느껴졌었다.


말 한마디로 우리는 사랑을 확인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구축해나가며, 때로는 감동 받기도 하고 때론 설레기도 한다.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부부는 그 날이 더해갈수록 일상 그 자체일 뿐 더 이상 특별할 것이 없는 존재일 수 있지만 이런 말 한마디가 부어주는 생기가 순간을 얼마나 반짝이게 해주는지 모른다.

그런 우리의 말 한 마디는 순간을 천국으로 만들기도 하고 지옥으로 만들기도 한다.


넌 항상 그런 식이야.

내가 잘못한 일이 있을 때, 때로는 그 일들이 다소 반복될 수도 있고, 다소 내가 그런 류의 사람일 수는 있을지언정 "항상"그런 식이라는 표현은 나라는 사람을 완전히 그런 사람이라고 단정짓고 무시하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내 존재 자체를 비난하는 표현으로 느껴졌다. 남편이 저렇게 말하면 난 언제나 "내가 언제? 내가 언제 항상 그랬어?!"라고 물고 늘어지게 된다.

지금 내가 잘못한 일이 있어도 그게 과거에도 변함없이 늘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결국 내 자신에 대한 비난이고 비판인 것이다. 변화될 가능성마저 잘라버리고, 이전에도 변함없이 나쁜 습관을 유지하며 자신을 힘들게 했다고 주장하는 저 표현은 언제나 나를 화나게 한다.

됐어됐어. 이제 그만 얘기해.

동치미라는 프로그램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정확한 표현은 아닐 수 있지만 요약해보자면...)

남자는 갈등이 생기면 피하고 싶어한다. 평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는 갈등이 생기면 대화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자꾸만 얘기를 하고 싶어하고 남자들이 느끼기에 '잡고 늘어지는' 유형의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이 내용을 보고 우리 부부 모두 얼마나 공감했는지 모른다. 남편은 갈등하는 상황이 싫어서 피하고 싶어한다. 자꾸만 반복되는 이야기를 하고 또 하다보면 머리가 아프고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상처를 치유받고 싶다. 이야기 하면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누고 그러고 싶은데 남편은 자꾸 자기 변명만 늘어놓고는 도망가려고 하면 대화가 될 리가 없다.

다툼이 조금 길어질 때 남편이 늘 하는 말이다. 이제 그만 얘기하자고. 나는 격앙된 감정이 실려 있을 때 그 말을 들으면 왜곡되어 "입 다물어"라는 식으로 들린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약속했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다투다가 대화하는게 힘들어질 때는 "조금만 있다가 다시 얘기하자"고 하기로.


처음에는 싸우려고 시작한 이야기가 아닌데 얘기하다보면 갑자기 싸움이 되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원인은 정말 사소한 거였는데 얘기하다보니 싸우고 있는 우리를 발견했다면... 그건 거의 백발 백중!! 감정적인 말 한마디에서 증폭된 것이다. 약간 예민한 상태에서 공격적으로 이야기한다던가, 이야기의 본질과 다르게 상대방을 비난하는 말이 나왔다던가, 그런 말 한마디 때문이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서로 남이었던 두 사람이 가족이 되어 살아가는 삶 속에서 말 한마디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느끼고 있다. 말 한 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서로의 일상이 맞닿아 있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 아이가 없는 우리는 오롯이 우리 둘 뿐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지금 나는 남편 한 사람만 보고 서울에 왔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남편의 한 마디에 행복하고, 남편의 한 마디에 내 존재가 무너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말, 말, 말...

장경철 교수님이 그런 기도제목을 던져주셨었다. 배우자를 위해 이렇게 기도하라고. "내 배우자가 언어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세요."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말 한마디가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한다.

말 한마디가 가정을 세우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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