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천국

나는 그들과 다른 나의 삶을 살아낼 뿐이다

by 열매한아름

결혼을 앞두고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조언과 충고를 들었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이야기, 좋은 건 잠깐이라는 이야기, 엄마가 많이 보고싶을 거라는 이야기, 시댁은 결혼 전과 결혼 후가 엄청나게 다르더라는 이야기, 이제 자유는 내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 확실히 안정감이 생기더라는 이야기, 결혼 초기에는 아주 사소한 말이나 습관 때문에 자주 싸우게 된다는 이야기 등등...

나는 결혼이라는 인생의 가장 큰 사건을 겪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서 나온 조언에 나를 대입해 미리 앞서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확실히 알았다. 나는 연애 초부터 '만약에~'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미리 걱정하는 것이다. 불안한 미래에 대해 상대방의 확실한 약속과 대답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남편은 그 말이 싫다고 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또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미리 걱정하느라 불안해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두려웠다. 시월드라는 곳은 얼마나 무서운 곳이길래 결혼한 아주머니들은 유모차를 끌고 커피숍에 앉아서 너나 할 것 없이 시월드에 대한 험담으로 열변을 토하는 것일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하면 얼마나 많이 싸우게 될까. 우리의 사랑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어느 순간 서로에게 사랑이 식거나 정 떨어지는 건 아닐까. 돈이라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좌절하게 될까. 그런 걱정 때문에 책도 많이 읽었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우리는 행복하게 잘 살아야지.

하도 겁을 먹어서 그랬는지, 환상과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았기 때문이었는지. 우리는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 가끔 다툴 일이 있긴 하지만 하루를 넘기지 않고, 집안일이나 사소한 습관 때문에 싸우지 않는다. 시댁 식구들도 나를 많이 배려해주시고, 살던 곳을 떠나왔지만 친구 없이 혼자 다니는 것도 외롭지 않고, 새로운 곳에서 나는 꽤 잘 적응하고 나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으며, 여전히 우리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살고 있다.

크게 풍요롭지도 않고 크게 부요하지도 않다. 크게 기쁘고 좋은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별 탈 없이 지내고 있다. 그런데 행복하다고 느낀다.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마음을 느끼는 기준이 다 달라서일까. 아니면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행복할만한 상황이기 때문인 걸까.

가족들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남편이 나를 때로는 불쌍히 여겨주고, 때로는 어여삐 여겨주는 것이 감사하다.

여자가 결혼하려면 최소 3천만원에서 5천만원은 모아놔야한다는데 나는 모아놓은 돈 하나 없다가 결혼 얘기가 나오면서 겨우 모으기 시작해서 그 최소보다 훨씬 못 미치는 돈으로 결혼을 했다. 그래도 살림살이 없는 것 없고, 남들 하는 거 다 했다. 작은 빌라 전세마저도 전세금 대출을 받아야만 했지만 나는 지금 우리 집이 제일 좋다. 밖에 나가 있다가도 빨리 집에 들어오고 싶고, 우리 집이 그 어디보다 제일 좋다. 엘레베이터가 없는 5층 집이라 매일 숨을 헐떡이며 오르내지만 그 것도 몸이 적응을 해나간다.

일부러 감사하려고 노력한 건 아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겠다 억지로 애쓴 것이 아닌데, 그냥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좋다. '안정감' 때문인지, '소박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결혼 생활에서 크게 몇 번은 위기를 겪는다고 했다. 나 같은 결혼 6개월차 새댁이 결혼생활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알겠냐마는 확실히 깨달은 것은 하나 있다.

사람들의 조언이나 충고 때문에 내 미래를 앞서 걱정하고 불안해하지 말것.


모든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 상황은 모두가 다르다. 각자가 경험한 안에서의 조언이나 충고일 뿐이다. 결국 자기 이야기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결혼은 불행하다 말하여도 걱정할 필요 없다.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갈 뿐이니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결혼은 행복하다 말하여도 단정할 수 없다.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가야 하니까.


얼마 전 김미경 강사님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내 뱃속에서 나온 내 자식, 가장 나와 어울리기 때문에 나에게 온 것이다. 나만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나에게 온 것이다... 라고 했다.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고, 가정이 생겼다. 내가 선택한 것이다. 엄마 밥 먹으면서 편하게 평생 살 수도 있었지만 내가 선택해서 내 발로 기어 나왔다. 나는 여기서 살아야 하고 여기서 죽어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있는 이 곳이 가장 편하고 내 마음에 드는 곳이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가야 한다... 라고 했다.

가장 나에게 맞는 사람이 내게로 왔고 나는 이 사람과 새로운 가정을 만들어가야 한다. 내가 평생 살아야할 이 곳이 천국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만들고 싶다. 내가 있는 이 곳이 가장 편안하고 내 마음에 들도록 만들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말 한마디의 위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