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을 피하고 싶었어

갈등을 대비하거나, 이겨내거나, 도망치거나

by 열매한아름

결혼하기 전, 결혼에 관한 책을 열심히 읽었다.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다른지 많이 듣고 배웠다. 생활 습관이 전혀 다르던 두 사람이 만나서 같이 사는데 왜 싸울 일이 없으랴.

아주 사소한 예를 들자면, 나는 잘 때 남편이 이불을 돌돌 말아가는게 너무 싫다. 자다가 이불이 없어져서 추워서 깰 때마다 순간적으로 짜증이 치밀어오르기도 한다.

남편은, 내가 소리 없이 자기가 있는 곳에서 방귀를 뀌는 걸 너무 싫어한다. 소리 없이 냄새가 강하다나. 자신을 배려해서 좀 다른 곳에 가서 뀌고 올 수는 없냐는 것이다. 그래놓고 자기는 내 앞에서 붕붕 거대한 소리를 내뿜는다. 자기는 냄새가 안 난다며...

이렇게 작은 것도 안 맞는... 우리 부부가 서로 갈등을 최소화 하려고 노력했던 과정을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1. 쓸데 없는 감정 싸움을 벗어나기.

괜히 짜증이 날 때가 있다. 괜히 피곤하고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 그런 짜증이나 피곤한 감정이 상대에게 가시가 될 때가 있다. 나는 힘들게 집들이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남편은 토요일인데도 오후 늦게까지 일을 하고 들어와 힘들다. 근데 나는 남편이 와서 날 도와줄 생각은 않고 자기 옷 챙겨 입고 자기 할 것만 찾아 자꾸 나한테 뭘 묻고 하는게 귀찮고 짜증이 났다. 남편은 자기도 힘들게 일하고 들어왔는데 아내가 바쁘다며 자신이 들어오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갑자기 짜증 섞인 말투로 쏘아붙이니 억울하고 기분이 나빴다.

그냥 순간적인 감정에 욱해서 짜증 섞인 말 한마디 던졌을 뿐인데 그걸 계속 물고 늘어지다보면 싸움이 커지더라. 서로 억울한 마음이 있다. 근데 나는 감정을 풀고 싶으니 얘기를 나누면서 치유 받고 싶고, 남편은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는게 너무 소모적이고 머리 아프니 피하고 싶다.

피곤하고 짜증나는 상황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자기의 마음을 제어하지 아니하는 자는 성읍이 무너지고 성벽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라는 성경 말씀(잠언 25:28)이 있다. 하루는 지방에 다녀오는 길인데 한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리는 날과 겹쳐서 몸 상태도 너무 안좋고, 가는데 3시간 오는데 3시간.. 잠도 잘 못자고 오는 길에 사오려고 했던 물건도 못찾아서 괜히 시간만 낭비하고 밥도 못 먹어서 배도 고파 짜증이 날 대로 났다. 이런 날 좀 데리러 와주었으면 좋겠는데, 데리러 갈까 물어봐주지 않는 남편이 괜히 얄밉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도 주말인데도 출근했고, 배가 고플텐데 시간 맞춰 치킨을 시켜놓고 나 올 때까지 기다려주고 있었다. 마음을 다잡았다. 심호흡을 했다. 집에 와서 일단 치킨 먼저 냠냠쩝쩝 먹으며 나중에 얘기했다. 오늘 너무 힘들고 마음이 안 좋았다고. 그럼 남편은 그랬었냐고 덤덤하게 위로해준다. 집에 들어가는 문 앞에서 난 선택할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아 오늘 진짜 힘들어, 짜증나'라고 할 것인가.. 조용히 들어가 남편에게 안겨 잠깐 기대어 쉴 것인가. 나를 위해서도 남편을 위해서도 후자가 적당한 답이었다.


2. 선을 넘지 않기

아무리 심하게 싸워도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선'이란... 욕설 하지 않기. 물건 집어던지지 않기. 헤어지자는 둥 극단적인 말 하지 않기. 상대방이 들었을 때 순간적으로 화가 날 만한 감정적인 표현 쓰지 않기. 남편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말 하지 않기. 각방은 쓰지 않기. 남편이 생각하는 '선'은.. 뭘까.. 남편은 갈등 자체를 피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요새는 갈수록 갈등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 행동하는 것 같다.

3. 유머러스하게 넘어가기

싸우고 싶어서 싸우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남편은 특히 나와 사소한 것도 갈등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말다툼이 길어지면 도망가려고 한다. 갈등 상태로 오래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갈등이 생길 것 같으면 미리 방지하려고 한다. 내 기분이 안 좋아보이면 애교를 부린다.

내가 삐지거나 뭔가 섭섭해보이면 남편은 다 안다. 알면서도 물어본다. 나는 또 단순해서 다 말한다. 내가 왜 삐졌고 뭐가 섭섭한지 순간순간 표현하고 말한다. 그러면 남편은 애교를 살살 부리며 안아주거나 장난을 친다. 결혼 전, 우리 외할머니가 예비 손자사위 손을 잡고 당부하셨었다. 아내가 섭섭해하거나 속상해하면 그저 손을 꼭 잡아주고 품에 꼭 안아주라고 했다. 남편은 그 말을 잘 실천하고 있다. "할머니가 안아주라고 그랬어잉~" 하면서 일단 안아주고 본다. 교육이 아주 잘 됐다고 흡족해하고 있다.


전날 싸우고 하루 종일 마음이 전쟁 같고 속상했었다. 저녁밥을 같이 앉아서 먹는데 그날은 남편이 기도해줄 차례였다. 눈을 감고 남편이 "하나님, 지금 지혜와 냉전중입니다." 하는데 "풉!" 뿜어져나왔다. 하루종일 마음고생 했던게 남편의 솔직하면서 천진난만한 기도에 다 풀려버렸다.

어떤 날, 전날 밤에 싸우고 그 다음 날이 되어 하루종일 마음이 상해있었는데 저녁 늦게 집에 와서는 인사도 제대로 안하고 옷만 갈아입고는 옆방에 가버리는게 아닌가. 그것도 문을 닫고 들어가버렸다. 하루종일 기다린 나에게 어쩜 저럴 수 있나 싶어서 문을 열 들어갔더니.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헤드폰을 끼고 피아노를 치고 있다. 나한테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는데 연습을 해야겠다며. 그 모습이 또 웃겨서 빵 터져버렸다.


심각하게 풀어야할 문제들도 있지만 사실, 이렇게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일들도 많다.


4. 마음 예쁘게 쓰고, 말 예쁘게 하기

잔소리 하고 싶은 순간이 많다. 아직은 둘만 있는 집이라 집안일이 많지 않고 내가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으니까 왠만한건 내가 하지만 남편이 너무 집안일에 나몰라라 하면 섭섭해지기 마련이다. 나도 돈 버는데!! 하고 괜히 유세 떨고 싶어진다.

음료를 좋아하는 남편은 슬러쉬, 쉐이크, 쥬스 같이 만들기 번거로운 음료를 자주 해달라고 한다. 한 번 만들고 나면 믹서기도 씻어야 하고 귀찮을 때가 많은데 컵도 하나 안 씻어주면 너무하다 싶다. 그래서 음료를 만들어주면서 미리 얘기했다.

"오빠, 컵 정도는 오빠가 씻어줄 수 있죠?"

"응~"

나는 남편을 지켜보고 있었다. 남편은 컵을 씻지 않고 침대로 들어오려고 했다.

"오빠, 아까 컵 씻기로 했었는데..."

"아! 맞아! 깜빡했어!.... 어? 근데 설거지거리가 많은데?"

"오빠가 먹은 컵만 씻고 와요~"

"정말?.."

남편은 또 밀린 설거지를 다 해놓고 오지 그냥 내버려두고 오지 않는다. 남편은 내가 귀찮은데도 음료를 만들어준게 고마워서, 또 자기가 한 약속은 지키기 위해서 잠이 오지만 설거지를 해놓고 온다.

나는 또 그렇게 약속을 지켜주는 남편이 고마워서 기분 좋게 이야기 하게 된다.

"오빠, 나는 오빠를 위해서 뭔가를 해주는게 즐겁고 또 뭐든 다 해줄 수 있지만... 오빠가 그걸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남편은 또 그런 마인드 좋다며 꼭 안아준다.


말만 예쁘게 해도 우리는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 똑같은 내용물을 담았어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내용물의 모양이 다르고 값어치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똑같은 내용의 이야기라도 어떤 표현으로 담아내느냐에 따라 천지차이인 것이다. 처음엔 그게 잘 조절이 안 됐었는데 조금씩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5. 남편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아내에겐 사랑을 주세요

남편이 제일 싫어하는건 바로 잔소리다. 남편은 자기가 듣기 싫어하는 말은 다 잔소리라고 정의를 내려주었다. 그럼 맨날 듣기 좋은 소리만 하란 말인가. 아직 우리 둘 뿐인 신혼이라 크게 잔소리 할 일이 없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요청할 때나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제지 할 때 그 말을 최대한 적게 하려고 노력한다. 또 남편이 집안의 가장이고 힘들게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주려고 노력한다. 오늘도 수고했다고, 오늘 힘들었지? 하는 그런 말들을 많이 하려고 한다. 남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자존심'이라는데 그깟 자존심 좀 세워주고 지켜주지 뭐.

남편이 치명적인 실수를 해서 돈 문제가 생기기도 했었다. 정말 미워 죽는줄 알았다. 나한테 말도 없이 저지른 일이라 더 미웠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고 앞으로 해결해야할 일이니까 더 이상 그 일로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 번씩 웃으며 얘기할 수 있을 때 외에는 심각하게 그를 탓하지는 않는다. 그 자신이 제일 힘들테니까. 그렇다고 이혼할 것도 아니고,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다시 똑같은 실수 하면 가만히 안두겠다고 단단히 이를 뿐.


남편에게 아내는 언제나 사랑 받고 싶다. 아직 신혼이기도 하고, 아이도 없어서 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한 침대에서 자고 일어날 때 남편에게 사랑 받음을 매일 느낀다. 말로, 손길로,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해준다. "이리와~" 하면서 끌어와 안아줄 때, "사랑해", "나는 지혜를 왜 이렇게 안고 싶을까", "지혜는 좋겠네 이렇게 사랑받아서~" 이런 말들을 해줄 때, 크고 작은 배려로 나에게 힘을 줄 때... 사랑받고 있다고 느낀다. 남편이 주는 사랑은 아내를 꽃 피게 한다.


아이가 생기고 출산을 하면 우리 생활에는 더 큰 변화가 생기겠지?. 생각하면 또 다른 걱정이나 막연한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두 사람 간의 끈끈한 유대가 조금은 느슨해질지도 모른다. 호르몬이나 몸의 변화로 인해 부부 생활이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함께 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것조차 어려운 환경이 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더 많이 연습해두려고 한다. 우리가 서로 힘들어도 잘 이겨내는 법, 갈등을 잘 풀어가는 법, 서로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법,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법... 뭐 그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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