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우리는 부부이자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
뱃 속에 어린 생명을 품은지 벌써 25주차가 되었다. 태명은 '소중이'
결혼도 하기 전에 우리는 넷째까지 태명을 다 지어놨었다. 임신을 확인하자마자 우리는 그 아이를 '소중이'라고 불렀다.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아이...
뱃 속에 아이가 생기면서 우리는 진짜 '가족'이 되었다. 우리 두 사람이 사랑해서 부부가 된 것도 신기하고 아직 실감이 안 난다던 남편이 내게 물어보았다.
"자기, 우리 연애할 때랑 결혼한 후랑 뭐가 제일 달라진 것 같아?"
난 '안정감?' 같은 뻔한 대답을 하고 있는데 남편은 꽤나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
"내 생각엔.... 우리가 '가족'이 되었다는거야."
우리는 이렇게 가족이 되었다. 우리를 꼭 닮은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는 또 다른 책임감과 희생, 그리고 사랑으로 살아가게 된다. 떠나고 싶다고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포기하고 싶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우리 두 사람만 의지하고 바라보는 그 똘망똘망한 눈빛에 우리는 얼마나 많이 웃고 또 울게 되려나.
태동을 직접 느낄 수 있게 되자 정말 아이의 존재가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다. 조용할 땐 아마도 자는 시간인 것 같고, 꼭 밤 10시만 되면 댄스타임이다. 갈수록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뿜뿜!! 뿜어낸다.
누군가 물었다. 출산이 두렵지 않냐고.
난 진짜 엄살이 많은데, 출산 할 때 분명 소리 지르고 울고 불고... 얼마나 난리를 칠 지 상상만 해도 벌써 부끄럽다. 하지만 지금은 빨리 이 아이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출산에 대한 두려움은 아직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 아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누구를 더 닮았을까,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어떤 아이로 자라게 될까... 매일 행복한 상상을 한다. 남편은 벌써 첫 아들에 대한 기대로 가득하다. 자신보다 더 멋진 사람으로 자랄거라고, 세상에 업적을 남기는 위인이 될거라나. 나의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때까지 너무 똑똑하고 못하는게 없어서 대통령도 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하셨는데, 부모의 마음이란 역시...
나는 나의 기대에 못 미쳐도 그냥 있는 그대로 응원해주는 엄마이고 싶은데, 난 어떤 엄마가 될지 상상이 잘 안된다. 주위 사람들은 내가 꽤나 유별난 엄마가 되거나 혹은 정 반대로 엄청 쿨한 엄마가 될 것 같다고 한다. 남편은 내가 소중이에게 잔소리도 많이 할 것 같고, 아주 똑 소리 나게 키울 것 같단다.
매일 나에게'엄마는 강해야해'라고 세뇌시키고 있는 남편이다. 엄살이 많고, 난 약하다고,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 남편에게 징징거리는 내가 걱정되나보다.
하나님은 어떻게 인생들에게 이렇게 멋진 행복을 디자인해놓으셨을까. 부모가 되는 행복. 아이를 가지고 낳고 키우는 행복. 어떻게 이런 행복을 만들어주셨을까.
출산을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몸의 변화를 느끼고 또 배우면서 놀라운 몸의 섭리를 깨닫는다. 진통이라는 것도 정말 죽을 듯이 아픈 것이지만 이게 또 계속 연속 되는게 아니라 진통이 왔다가 갔다가 하면서 그나마 버틸 수 있도록 한다. 어머니의 모유에는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분이 있어서 아이는 태어난 후 6개월동안 물 한방울 마시지 않아도 모유만으로 모든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평소에는 내 몸을 세균으로부터 보호해주기 위해 살균작용을 하는 물질을 분비하던 (아이가 나오는)통로에서 아이가 나올 때 최고의 면역 미생물을 온 몸에 코팅해준다고 한다. 아이를 태어나게 하기 위해 모든 초점이 맞춰진 이 세밀한 설계.
가끔 호르몬 작용 때문인지 이유 없이 우울해지거나 외로워지기도 한다. 어제는... 남편이 이번 주말에 조금은 먼 친구의 집에 집들이를 갔다가 자고 오기로 했는데, 혼자 보낼 주말을 생각하니 웬지 서러워져서 자꾸만 눈물이 났다. 남편이 친구를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고, 거의 모든 주말을 나와 함께 했었는데, 한번 쯤 친구 집에 자고 오는게 서운한 일도 아닌데, 그냥 그 상황을 상상하니 괜히 서러워졌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 식겁했다.
남편은 울면 소중이가 놀란다며, 옆에서 계속 온갖 개그와 재롱으로 날 웃게 해주려 한다. 내 여동생을 그 날은 꼭 집에 있으라고 당부해놓고 다녀오겠다고, 자고 오지 않고 꼭 밤 늦게라도 돌아오겠노라고 당부하며 꼭 안아주었다.
나도 이해할 수 없는 눈물이나 우울감이 종종 찾아오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는데, 가끔은 내 스스로도 당황스럽기도 하다.
아이가 태어나면 지금보다 더 이해할 수 없이 우울하거나 공허한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아이만을 위한 나의 삶에 지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마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게 행복할 것도 분명하다. 그 행복이 작은 우울감이나 아픔을 이겨내게 해줄 거라고 믿는다. 지혜롭게, 마음을 지켜내는 멋진 엄마가 되어야지.
소중아
너무 보고싶어.
이제 100일쯤 지나면 너를 만나겠구나.
우리의 아이로 와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