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의 유혹

by 열매한아름

너무 피곤한 날이었다. 감기 기운이 슬금슬금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남편도 여동생도(사정 상 같이 살고 있음) 일찍 집에 온다고 해서!! 온 가족이 다 모여 밥 먹는 날이 별로 없기 때문에 나름대로 특식을 만들어 오삼불고기를 냠냠 맛나게 먹었다.


밥을 먹고 나니 동생이 티라미수와 바닐라라떼가 너무 먹고 싶다고 했다. 남편과 나는 그 근처에 뭐 사러 갈 것도 있고 하니 다 같이 카페 가자며 우르르 나선 것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 카페에 가면 늘 시키던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주문을 하고 한참 있다 생각해보니 난 지금 감기기운이 있어 아이스크림은 안되겠다 싶었다. 동생은 자기가 따뜻한 바닐라라떼를 시켰으니 바꿔먹자고 했다.


바닐라라떼라... 원래부터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았었다. 가끔 카페 가서 정 마실게 없으면 달달한 커피를 시키곤 했지만 아주 가끔이었다. 커피를 마셔도 카페인의 영향 없이 잘 자지만 쓴 커피는 쓴 술처럼...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지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음료였다.


입덧을 시작했을 때, 어떤 냄새든 맡기만 하면 다 구역질 나고, 역겨운 것들인데 이상하게도 카페에서 나는 커피 볶는 냄새는 내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커피 한 잔 딱 마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임신 초기에는 조심해야하니까 참았다. 입덧이 끝난 후, 임신 중에 하루 커피 한 잔 정도는 괜찮다고 들었지만 이미 식욕이 돌아와 커피 말고도 맛있는게 많으니 굳이 먹고 싶지 않아서 마시지 않았다.


음료를 주문하고 이제 막 자리에 앉았을 때부터 피곤이 몰려와서 하품을 쉬지 않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동생이 그 날 권한 따뜻한 바닐라라떼를 딱 한 모금 마신 순간!! 얼마나 맛있고 개운하던지~~ 눈이 번쩍 뜨이면서 잠이 확 깨버렸다. 피곤해서 절절 매던 얼굴은 온데 간데 없고 그 때부터 혼자 신나서 폭풍 수다~~ 하지만 남편과 동생이 오히려 피곤해 집에 바로 들어갔더랬다.


그 날 밤... 나는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침대에 누웠지만 아주 잠깐 밖에 잠들지 못했다. 이상하게도 밤 10시만 되면 폭풍 태동을 하던 뱃 속 아이가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걱정이 될만큼... 겨우겨우 잠들었는데 새벽 3시쯤 깨서는 계속 잠이 안 오는게 아닌가. 내가 잠 못자는 새벽에 갑자기 폭풍 태동이 시작되더니 아침까지 계속 되었다. 이렇게까지 잠이 안 오는 건 경험해보지 못해서 정말 괴롭고 당황스러웠다.


다음 날은 합창 반주 때문에 하루종일 밖에 있어야하는 날인데, 마침 또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일교차가 어찌나 큰지 추웠다 더웠다 날씨가 변덕스러웠다.


결국, 감기에 된통 걸리고 말았다.

양쪽 코가 다 막히고, 머리도 아프고, 눈을 뽑혀나올 듯이 아프고...


커피 한 잔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나는 꼭 하와 같았다. 선악을 알게하는 나무의 열매...일명 '선악과'를 하와가 보았을 때... 얼마나 예쁘고 맛있어 보였는지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고 성경에 적혀있다.

나도 그 커피 한 잔이 몸에 안 좋은 걸, 아이에게도 좋지 않은 걸 뻔히 알면서도 얼마나 맛있고 달콤한지..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해주는 그 요물같은 커피 한 잔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행복해했는데 말이지... 그 대가는 엄청났다.


약도 못 먹는 임산부는 이 지독한 감기의 고통을 오롯이 견뎌내야할 판이다.

커피 한 잔.. 그 한 잔만 참았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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