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 수록 거세지는 것
삶의 경험이 쌓여갈수록 나만의 가치관과 옳고 그름의 기준 같은 것들이 명확해진다.
특히 남자 어른들 중에서는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하는 분들이 많아 보인다.(이 또한 편견일지도...)
무언가에 대해 정의를 내릴 때,
누군가에게 삶의 조언을 할 때
우리는 우리 삶의 경험에 근거하게 된다.
예컨대,
'남자는 다 늑대다', '남자는 단순하다'
'사랑은 단기간의 호르몬 변화이며 감정적 소모일 뿐이다', '사랑은 영원하며 경이로운 것이다'
뭐 이런 식으로 자신이 경험한 것에서 어떤 대상을 정의하게 된다.
세상 모든 남자를, 혹은 세상 수많은 사랑의 종류를 저런 식으로 일반화하는 것 자체가 오류이지만 우리는 그런 오류를 범하는 것을 즐긴다.
또
결혼을 일찍 한 언니는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천천히 결혼하라' 하고
결혼을 늦게 한 언니는
'애 늦게 낳으니 늙어서 고생이다. 적당히 일찍 결혼해' 한다.
남편이 경제력이 없어 고생한 엄마들은
무조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윗감을 원하고
여자를 밝히는 남편 때문에 고생한 엄마들은
남자 외모 다 필요 없고 한결같은 남자를 만나라고 딸에게 충고한다.
삶의 경험들이 진면 교사가 되기도 하고 반면교사가 되기도 하여 '넌 나처럼 살지 마', 혹은 '너도 나처럼 하면 돼' 이런 식이다.
어쩌면 나의 이 글도 내 경험들을 토대로 어쭙잖게 충고나 조언 같은 걸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이념이라는 게 참 무서운 것이다.
민주주의냐 사회주의냐 하는 문제로 세계 얼마나 많은 나라들이 전쟁과 분단의 고통을 치렀나.
민주주의가 옳은 면이 있고
사회주의가 좋은 부분이 있겠지..
무조건 그중 하나여야 한다는 양극의 대립이 냉전시대를 가져왔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에도 내 생각과 저 사람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내 성격과 저 사람의 성격이 다를 수 있으며, 내 성장 환경과 저 사람의 성장 환경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이해하면 모든 사람을 품을 수 있겠지만
보통의 우리는 나와 다른 걸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내 예상과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잊지 않아야겠다.
몇 년 전 내가 '옳다'고 여기며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다니던 어떤 것 중에서 지금도 여전히 '옳다'고 여기는 건 별로 남아있지 않다.
이 70억 인구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관점이 모두가 다른데 어떻게 나 한 사람만의 의견이 옳고 나 한 사람만의 관점만이 정답이겠는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 다른 사람의 관점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무궁무진하고 배울만한 것들이 많이 숨어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세계가 있다.
또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이미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읽고, 정보를 찾고, 사람들을 만난다.
내 관점에 갇혀서 다른 세계를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나만 옳다고 주장하며 다른 이들을 폄하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고집쟁이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자기 반성과 결심으로 오늘의 글을 이만 마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