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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Mar 17. 2016

엄마의 한숨

부모님들을 만족시키는 자녀의 삶은 행복할까

아빠는 걱정이 많다.

큰 딸은 나름 비싼 4년제 사립 대학을 나와서는 

선교를 한답시고 중국을 가서 1년이나 있더니

돌아와서는 사역을 하겠다며 이리저리 2년을 끌려다니더니

집에 내려와 들어간 회사는 또 얼마나 위태위태한지

2년 넘게 다니는 동안 월급을 제 날짜에 받은 적이 별로 없더니

급기야 월급도 퇴직금도 다 못받은 채로 권고사직을 당했다.

더 이상 월급을 주기도 힘든 실정이라면서 말이다.


작은 딸은 1년 이상 한 직장에 다닌 적이 없다.

제빵 기술을 가지고 있고, 어딜 가든 크게 실수하는 것 없이 잘 해내는 것 같고

2년제를 나왔는데도 근실하게 교사자격증까지 따서는 사립 학교에서 조리 선생님도 하고

월급도 척척 잘 받아내는 것 같더니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돈을 좀 관리할 줄 아는가 했더니

모아놓은 돈이 쥐뿔도 없다.

공방을 차리겠다고 포부를 가지고 시작했는데

들어가는 돈은 많고, 딱히 똑부러진 면도 없는 둘째가

그래도 어디 가서 기 죽을까봐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엄마는 아빠의 푸념 뒤에서 조용히 우리 편을 들어주면서도

결국 한 번씩 폭발한다.

그래도 엄마 아빠가 안해준 거 없이 다 해줬다고.

너희 하고 싶은대로 다 고집부리면서 살더니 이게 뭐냐고.

큰 놈은 시집갈 때 다 됐는데,

작은 놈은 그렇게 사회생활을 오래 해놓고도,

어떻게 이뤄놓은 것 하나 없고 모아놓은 돈 하나 없냐고..

한숨이 푹푹..


생활비 한 푼 내지 못하고

얹혀살고 있는 두 딸은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서 어떨 때는 당당하게 고개를 빳빳이 들고 대들고

어떨 때는 같이 울기도 하고

어떨 때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엄마 아빠는 한 번에 허락한 적이 없었다.

내가 했던 수많은 선택들은 다 내 뜻이었지 부모님 뜻이었던 적이 없다.

그래서 엄마아빠는

"어쩜 그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려고 하냐..

엄마아빠 뜻에 네 하고 순종해준 적이 한 번도 없니 어떻게.."

하고 말씀하시지만 ...


그래도 내가 한 선택이기에

조금 후회스럽고, 실패했다 싶은 선택에도

누구를 탓할 수 없다.

내가 한 선택이니까 내가 책임 져야지.

하지만 그 책임을 부모님도 같이 지고 있다는게 문제다.

같이 마음 아파하고, 자식들 어디 가서 기 죽을까봐 뭐라도 챙겨줘야겠고,

결국 부모님 주머니를 빌리게 되니 말이다.


부모님이 자랑할만한

멋진 딸이 되고 싶었는데..

그런 멋진 어른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나의 서른은 정말 초라하기 짝이 없다.


난 그래도 이 정도면 행복하다고 만족하며 살고 있는데

엄마 아빠는 그렇지 않은가보다.

갈수록 꿈이 작아지는, 현실에 안주하는 것만 같은 딸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왜냐하면..

그들은.. 내게 가장 많은 기대를 걸고 있던 분들이니까...


내 딸이 하도 똑똑해서 대통령도 될 것 같았다는 우리 엄마...

딸이 하도 예뻐서 한 번 안으면 땅바닥에 내려놓는 법이 없었다던 우리 아빠...

그런 엄마 아빠를 나는 너무 실망시켜드린 건 아닌가 미안할 때가 많다.


엄마 아빠에게 했던 수많은 약속들도 지켜낸게 하나도 없어서

고개 들기가 민망하다.


그래도 그런 실망스러운 딸인데도..

맛있게 밥 먹는 모습을 보며 사랑스럽다 하신다.

딸들 예쁘게 옷 입히고 싶어서 매일 얼마나 정성스레 옷을 빨고 다리고 손질하시는지 모른다.

아빠는 그 얇은 지갑 속에서 자꾸만 우리에게 용돈을 주고 싶어하신다.

우리가 아빠 용돈을 드려야 하는데..


민망하고 미안하고..

또 감사하고 사랑하는 부모님께..

난 언제쯤 자랑스러운 딸이 될지 모르겠지만..

난 오늘도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져야만 하는 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부모님의 선택은 내가 책임 질 수 없는 부모님의 영역이다.

부모님 말대로 따라갔더라면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까.


결과가 어떠했든

내 선택, 내 능력이 아니었다면

나와 상관없는 행복일테지.


정답은 여전히 없지만..

소망하기는,

서로.. 원망하지도, 후회하지도 말고

그렇게 서로의 길을 응원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투닥거려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든든한 나의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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