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이 아무 위로가 되지 않는 날
꼭 글은 우울할 때 잘 써진다.
기분 좋은 날, 행복한 날에는 글도 노래도 잘 안 써지는데
이상하게도... 우울하고.. 슬픈 날에는 줄줄 잘도 써내려가게 된다.
백수 생활 21일차.
꽤 여유롭고 자유로워 잘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우울함이 몰려온다.
듣고있던 노래가 너무 내게 위안이 되어서 그랬는지,
여성이 한달에 한 번 겪는 마법의 날이라서 그런건지,
남자친구는 너무 바빠 다음주도 출장을 간다는 소식을 들어서 그런건지,
아침부터 예민하고 여린 엄마의 잔소리와 눈물을 보고 나와서 그런지
나도 모르겠다.
꽤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아둥바둥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왠지... 아무것도 남은게 없는 것 같은 그런 공허함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아무 것도 내 손에 남는게 없는 것 같다.
내 마음과 열정을 쏟았던 곳들, 그런 사람들을
결국 나는 떠나와야만 했다.
떠나온 후에는 그 뿐이다.
아무도 날 기억해주지 않는다.
내 이름으로 남긴 업적 같은 건 없다.
피아노를 25년은 쳤고, 음악을 전공으로 하겠다고 한 지 13년째가 되었지만
나는 내 이름으로 변변한 음원 하나 내지 못했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알바처럼 하는 개인 레슨 몇개 뿐이다.
엄마 말대로,
돈도 안되는 음악.
그 비싼 돈을 부어봤자 남는게 없는 음악.
엄마는 믿음이 충만한 엄마였다가
욕심이 충만한 엄마였다가 왔다갔다 한다.
나도
'지금 있는 것으로 충분히 감사하자' 억지로라도 긍정적이고자 애쓰는 나와
한없이 자신이 없어지고 우울해지는 내가
왔다갔다 한다.
내 귀에서는 '괜찮다'는 노래가 계속... 계속...울려퍼지고있는데
내 마음은 '괜찮지 않다'고 누구에게든 말하고 싶고..
가슴 속에 묻어둔 눈물을 누구에게든 쏟아놓고 싶다.
혼자 말고,
누군가에게...
그래도
내 자신에게라도 주문을 걸고 싶어
'괜찮다'는 노래를 한곡 반복해놓고는 지겹도록 듣고 있다.
눈물이 많은 나는
아무도 없는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쓰다가
왈칵 또 눈물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