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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Mar 21. 2016

한 없이 작아지는 날

괜찮다는 말이 아무 위로가 되지 않는 날

꼭 글은 우울할 때 잘 써진다.

기분 좋은 날, 행복한 날에는 글도 노래도 잘 안 써지는데

이상하게도... 우울하고.. 슬픈 날에는 줄줄 잘도 써내려가게 된다.


백수 생활 21일차.

꽤 여유롭고 자유로워 잘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우울함이 몰려온다.

듣고있던 노래가 너무 내게 위안이 되어서 그랬는지,

여성이 한달에 한 번 겪는 마법의 날이라서 그런건지,

남자친구는 너무 바빠 다음주도 출장을 간다는 소식을 들어서 그런건지,

아침부터 예민하고 여린 엄마의 잔소리와 눈물을 보고 나와서 그런지

나도 모르겠다.


꽤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아둥바둥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왠지... 아무것도 남은게 없는 것 같은 그런 공허함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아무 것도 내 손에 남는게 없는 것 같다.

내 마음과 열정을 쏟았던 곳들, 그런 사람들을

결국 나는 떠나와야만 했다.

떠나온 후에는 그 뿐이다.

아무도 날 기억해주지 않는다.

내 이름으로 남긴 업적 같은 건 없다.


피아노를 25년은 쳤고, 음악을 전공으로 하겠다고 한 지 13년째가 되었지만

나는 내 이름으로 변변한 음원 하나 내지 못했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알바처럼 하는 개인 레슨 몇개 뿐이다.

엄마 말대로,

돈도 안되는 음악.

그 비싼 돈을 부어봤자 남는게 없는 음악.


엄마는 믿음이 충만한 엄마였다가

욕심이 충만한 엄마였다가 왔다갔다 한다.


나도

'지금 있는 것으로 충분히 감사하자' 억지로라도 긍정적이고자 애쓰는 나와

한없이 자신이 없어지고 우울해지는 내가

왔다갔다 한다.


내 귀에서는 '괜찮다'는 노래가 계속... 계속...울려퍼지고있는데

내 마음은 '괜찮지 않다'고 누구에게든 말하고 싶고..

가슴 속에 묻어둔 눈물을 누구에게든 쏟아놓고 싶다.

혼자 말고,

누군가에게...


그래도

내 자신에게라도 주문을 걸고 싶어

'괜찮다'는 노래를 한곡 반복해놓고는 지겹도록 듣고 있다.


눈물이 많은 나는

아무도 없는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쓰다가

왈칵 또 눈물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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