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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Apr 13. 2016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백수의 나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흘려보낸 시간은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는다

 다들 치열하게 살아가는 시대에 나는 너무 한가롭다. 회사를 그만둔 지 한 달 하고도 13일이 지나고 있다. 계획에 없이 갑자기 그만두게 된 덕분에 별 다른 계획도 없없고, 그냥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나름대로 이 시간을 그냥 흘려버릴 수는 없다며 처음에는 하고 싶은 거, 해야할 것들 투성이였다. 운동도 꾸준히 해서 다이어트도 좀 하고 근육도 좀 길러야지, 반주랑 강의 영상들 꾸준히 만들어서 업로드 해야지, 매일 새벽기도도 가고 꾸준히 성경도 읽어야지, 중국어 공부 해서 이번에는 꼭 HSK 6급을 따야지, 브런치에 꾸준히 글도 올려야지...

 분명히 이런 많은 계획들이 있었는데,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딱 일주일동안만 들떠있었던 것 같다. 이런 저런 핑계와 이유로 자꾸만 미루게 되고, 집중도 잘 안되고, 게을러지더니... 요새는 하루종일 폰만 붙들고 뒹굴거리는 것 같다.


 다행히도 먹고 살만큼의 돈은 벌고 있다. 하지만 레슨이라는게 시간이 고정적이지가 않아서 띄엄띄엄 하다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그런 나를 지켜보는 엄마는 "참 니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보인다"며 비아냥거렸다. "그래, 그것도 니 복이다~" 라고...

 

 뭔가를 해야한다는 압박감, 뭔가를 열심히 해야만 한다는 부담 속에서 늘 살아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지금도 그런 부담과 압박감은 여전하다. 내게 주어진 이 소중한 시간들을 허투루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다. 인생은 딱 한번 뿐이니까. 서른살의 이 여유로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텐데, 이 시간 아깝지 않게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은 있는데, 내 몸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게으름도 병이라고 했던가... 죄라고 했던가...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이 말씀이 생각난다.


 열심히 하면 다 될 것 같았고, 꿈만 꾸면 다 이루어질 줄 알았던 때가 지나고 나니 열심히 하는게 크게 의미 없게 느껴지고 꿈을 꾸는게 헛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 주어진 시간을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건 내 인생에게 미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이렇게 모두가 보는 브런치에 이런 자기반성적 글을 쓰는 것도 어쩌면 내 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한 한 방법 중 하나다. 뭔가 지켜보는 눈이 많아져버린 느낌이 들기도 하고, 내 자신도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게 된다.


 치열하게 경쟁해서 살아남고, 최고가 되려고 발버둥 치던 20대 초반과는 달리 지금은 소박한 삶을 꿈꾸고 있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사는 것, 내가 가치있게 생각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 너무 부하지도 않고 너무 가난해서 처절하지 않을 정도만 살 수 있어도, 순간 순간 후회 없이 살아가는 것... 정도? ..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꿈 하나는... 늙어 죽을 때까지 꿈이 있는 사람이고 싶은 것인데, 슬프게도 벌써 꿈이 사라져가고 있는 느낌이다.

 

 정신 차리자. 종이 한 장 차이다. 후회 하는 삶과 후회 없는 삶의 차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만큼은 누구도 보상해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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